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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기자칼럼]상자 속에 갇힌 가상화폐 정책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혁신은 경계 밖에서 이뤄진다. 상자안에 갇힌 사고로는 혁신의 불꽃을 태울 수 없다. 혁신은 제도화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다. 기존의 법과 규칙으로는 새로운 물결을 담아낼 수 없다. 가상화폐(암호화폐)의 제도화 과정이 난항을 겪는다. 기존 틀에 갇힌 편협한 사고, 늑장대응이 투기광풍을 부채질하고 혁신의 씨를 말린다.법무부 장관의 전격적인 거래소 폐쇄조치 검토, 투자자 강력 반발, 청와대 긴급진화, 실명제 도입과 세금폭탄, 그리고 ‘검은 금요일’의 대폭락 …. 가상화폐를 둘러싼 정부 대응은 갈팡질팡이다. 투기 억제를 위해 메스를 들이 댔지만 허둥지둥, 그 부작용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 오락가락 대책에 시장은 요동을 친다.정부가 처음부터 규제를 우선시한 건 아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11월.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화폐 제도화 TF(태스크포스)’가 출범했다.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이 핀테크 산업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일본의 동향을 보아 가며 제도화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직후다.금융위 주도로 기재부, 한은, 금감원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 거래소 등록제, 자금세탁방지, 외환규제 등 제도화를 위한 기본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곧 유야무야. 모든 게 틀어졌다. 탄핵정국, 대선정국으로 이어지며 관료들이 일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관련 TF는 10개월만인 지난해 9월 다시 가동됐다. 문재인정부 들어 처음이다.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거래 투명성, 소비자 보호 등 원론적인 방향만 정했다.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 규명부터 논란이 일었다. 금융당국이 선수를 쳤다.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거래소는 쇼핑몰과 같은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된다.’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니 현장검사를 나갈 권한도 없다며 책임을 비켜간 꼴이다. 할거주의, 면피주의의 전형이다. 정권이 바뀌니 180도 달라졌다. 거래소 라이선스제, 상장요건 강화, ICO(암호화폐공개)규제, 거래 모니터링, 사후 보고….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제도화를 위한 기본조치들이 모두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로 방치됐다. 이 틈에 대한민국 거래소는 세계 최고의 널뛰기 시장으로 변했다. 화들짝 놀란 정부, 불길이 이미 치솟을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뒤늦게 진화하려니 무리한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련의 과정은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단선적 시각을 드러낸다. 이들에게 가상화폐는 단지 투기상품, 거래소는 불로소득의 향연, 투전판일뿐이다. 보신주의도 투영된다. 문제가 불거지면 일단 획일적인 규제로 틀어막고 보는 미봉책. 규제비용에 대한 편익분석은 언감생심이다.자본시장법, 외환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 신기술이든 신기루든 가상화폐와 연관된 규정은 각종 법률에 망라돼 있다. 통합적 접근 없이 기존 틀에 갇힌 상자속 접근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혁신의 제도화는 결국 포용성과 개방성에 달려 있는 법. 불행히도 아직 이 같은 열린 자세는 부족해 보인다. 눈 앞의 버블 잡겠다고 칼부터 휘두르는 즉흥성, 보신과 면피에 급급한 관료주의가 지속되는 한 문재인정부의 ‘혁신’은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2018.02.05 I 송길호 기자
 초연결시대, 암호화폐의 현재와 미래
  • [이슈진단] 초연결시대, 암호화폐의 현재와 미래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화폐는 믿음이다. 신뢰를 투영한다. 금, 은, 청동, 종이, 컴퓨터 액정의 아라비아 숫자까지 모두 돈이 될 수 있는 건 거래 당사자들간에 신용이 있기 때문이다. 화폐의 등장은 이 같은 믿음의 집단적 확산과정이다. 화폐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양태만 달라질 뿐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초연결시대로 접어드는 패러다임의 전환기. 새로운 시대는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화폐를 요구한다. 5000년 화폐의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 떠오르고 있는 암호화폐(Cryptocurreny)는 혁신의 전환기에 태동한 미래의 화폐일지 모른다. 물론 그 유용성은 여전히 검증단계다◇암호화폐, 초연결시대의 산물비트코인(Bitcoin)과 각종 알트코인(Altcoin). 암호화폐는 이미 2000여개에 달한다. 지금도 실리콘밸리 등 전 세계 어디에선가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한 암호화폐가 대중 앞에 선 보일 준비를 하고 있을 터이다. 21세기 암호화폐의 무질서한 난립은 19세기초 미국 달러화의 혼돈을 연상케 한다. 법정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 없이 연방정부 허가에 따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달러화를 발행하던 시기다. 남북전쟁 직전인 1859년에만 대략 1만여종의 달러화가 유통됐다. 달러화의 양산은 자유방임시대(Laissez-faire)를 배경으로 한다. 암호화폐의 경쟁적 난립은 초연결시대(Hyper-connected era)의 산물이다. 탈중앙, 자유, 분산, 분권…. 두 시대의 기본정신은 유사하다. 초연결시대는 여기에 개방과 공조, 조화와 협업을 특징으로 한다. 통신기술과 스마트폰의 발달, 그에 따라 구축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모두 하나로 연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초연결시대 화폐의 부상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블록체인은 상호신뢰를 보증하는 기술적 장치, 암호화된 금전거래를 인증한다.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아닌 전 세계 인터넷 네트워크에 모든 거래내역이 분산 저장 운영되는 분산형 데이터베이스다. 인터넷이 전자화폐를, 블록체인이 암호화폐를 낳았다.암호화폐의 등장은 기존 화폐체제의 불신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기축 통화인 달러화의 위기가 고조된 2009년 1월,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등장한 건 우연이 아니다. 기존 화폐체제에 대한 신뢰저하, 그에 따른 새로운 질서의 모색. 초연결시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성이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야기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명과 암암호화폐엔 중앙 집권적 통제장치가 없다. 거래 내역이 네트워트 사용자 모두에게 분산된다. 탈중앙, 분산, 분배의 신념이 공유되고 확산된다. 아날로그 시대의 금속이나 종이화폐, 디지털 시대의 전자화폐는 모두 중앙에 허브가 있다. 초연결시대 암호화폐와 기존 화폐들간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암호화폐는 이제 맹아기다. 그래도 이미 일부 영역에선 기존 화폐기능을 대체한다. 암호화폐를 통한 해외 자금거래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화폐와 달리 환율 리스크나 자본통제 등에 따른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외환통제국 중국이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할 수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신뢰성은 코인 형식의 인센티브로 강화된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발전은 암호화폐 수요를 늘린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변용을 등에 업고 암호화폐는 신뢰성과 투명성, 편리성을 무기로 점차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물론 갈길은 멀다. 중앙은행의 법정화폐 발행이라는 기존 시각에서 보면 암호화폐의 분산체제는 다양한 정책적 논란을 야기한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비트코인만 해도 공급량에 제약(채굴량 제한)이 있다. 2145년까지 2100만개의 비트코인만 생성되도록 설계됐다. 코인을 임의로 늘릴 수 없으니 가격 변동성도 확대된다. 이미 국내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한 널뛰기장, 투기장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화폐발행권을 독점해온 중앙은행이나 기존 은행들의 기득권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통화정책 수단의 제약으로 거시경제 관리는 꼬일 가능성이 높다. 암호화폐 등장은 기존 화폐체제의 변화 뿐 아니라 경제 금융 생태계 전반에 급격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이 혼선을 야기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한 시민이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갈팡질팡 정부 대책…혁신의 싹 짓밟는다 정부의 대응은 갈팡질팡이다. 투기광풍을 잡겠다며 메스를 들이댔지만 투자자들의 강력 반발에 슬그머니 물러섰다. 눈 앞의 부작용 해소에만 급급할 뿐 신기술, 혁신의 장을 마련하는 일엔 관심 없어 보인다. 무분별한 늑장대응이 버블을 증폭하고 혁신의 싹을 자르고 있다. 암호화폐는 익명성을 띠고 있다. 자금세탁, 불법해외송금, 마약 무기 밀매, 불법단체지원, 탈세, 뇌물 등 악용 소지가 많다. 투기버블도 심하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의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는 일과 혁신의 물꼬를 트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2014년 독일에 이어 지난해 일본이 암호화폐를 거래통화로 인정했다. 암호화폐를 달러처럼 ‘불태환 화폐(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장하는 화폐)’로 규정했다. 미국의 각 주도 점진적으로 암호화폐를 제도권내로 편입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 유독 권위주의 체제의 국가들에서 거래소 폐쇄를 강행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탈중앙, 분산과 분배라는 암호화폐의 본질적 특성과 이들 정치체제는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일 터이다. ◇화폐의 진화…암호화폐는 법정화폐 보완 가능성암호화폐의 미래는 안개속이다. “미래 금융시스템을 대체할 잠재력”(라가르드 IMF 총재) 이라는 낙관론과 “신기루”(워렌 버핏)라는 비관론이 공존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일부 중앙은행들에 암호화폐의 직접 발행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뱅크가 e-Krona(가칭)라는 암호화폐 발행을, 잉글랜드 은행은 파운드화에 연동된 암호화폐 도입을 각각 검토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암호화폐는 법정통화로서 효력을 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대부분의 논란은 투기버블과 기술적 한계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다. 그러나 신기술 도입과정에서 일정 버블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붕괴로 정보기술(IT)기업의 혁신성이 도마에 올랐지만 그 속에서도 아마존·구글 같은 신생 기업들이 성장하며 IT생태계를 구축했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은 초기단계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해킹, 보안, 처리속도 등 각종 부작용은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만해도 처리 용량 제약, 그에 따른 속도 지연으로 복제코인이 등장하는 등 산적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더리움(Ethereum)의 등장에서 보듯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암호화폐는 계속 나타난다. P2P(Peer to Peer) 네트워크로 구현된 화폐의 본질적 특성이다. 화폐는 진화한다. 암호화폐는 계속 변형, 발전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극히 일부 암호화폐만이 살아남겠지만 이 과정에서 화폐로서의 속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병존하듯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도 공존 가능성이 높다. 법정화폐를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기존 화폐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점차 전진해 나갈 것이다. 모든 혁신은 제도권 진입과정에서 진통을 겪는다. 눈 앞에 보이는 투기 잡겠다고 혁신의 싹을 짓밟는 우를 범해선 안 될 일이다. 암호화폐의 운명은 결국 초기 도입과정에서 정부와 사회구성원이 얼마나 포용적인 자세로 이를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2018.01.30 I 송길호 기자
  • 오늘의 인사 종합
  • [이데일리 편집국] ○이데일리 △소비자생활부장 최은영 △금융부장 김영수 △증권시장부장 정수영 △벤처중기부장 강경래 △금융부 금융전문기자 송길호 △산업부 산업전문기자 류성 △증권시장부 증권전문기자 이정훈 △문화·레저산업부 문화전문기자 오현주 △벤처중기부 의학전문기자 이순용 ◇승진 <부국장대우> △건설부동산부장 조철현 △문화·레저산업부장 고규대 △디지털미디어센터장 이성재 △금융부 금융전문기자 송길호<부장> △매크로에디터 겸 정경부장 선상원○법제처 ◇임용 <과장급> △기획조정관실 법제교류협력담당관 김남연○농협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 남영수 △경영지원부장 김장섭 △홍보부장 강신노 △자산운용전략부장 박종봉 △리스크관리부장 이범구 <농협은행> △개인고객부장 이성섭 △투자금융부장 이헌구 △국제업무부장 김묘영 △농식품금융부장 남헌모 △대손보전기금부장 이선기 △종합기획부장 김인태 △경영지원부장 이수환 △홍보국장 서덕문 △인사부장 임동순 △여신관리부장 차재택 △기업개선부장 박성일 △디지털전략부장 이창기 △스마트금융부장 김남열 △올원뱅크사업부장 강태영 △신탁부장 태용문 △정보보호부장 문경희 △IT보안부장 김유경 △감사부장 임채운 △준법감시부장 박대수 △IT기획부장 김한수 △IT금융부장 허병희 △ IT경영정보부장 나완집 △업무지원센터장 민옥순 △고객행복센터장 최명규 △수탁업무센터장 최영 △자금운용지원단장 강대진 <농협생명> △경영기획본부장 김정식 △CPC전략본부장 권태호 △IT정보보호부장 이학규 △소비자보호부장 김월배 <농협손해보험> △경영기획본부장 문봉호 △농업보험본부장 임종철 △마케팅전략본부장 송춘수 △업무지원본부장 김민호 △법인영업본부장 김영조 ○MBC △매체전략국장 이은우 △사회공헌실장(국장) 박혜영 △편성국장 이선태 △시사제작국장 전동건 △라디오국장 안혜란 △아나운서국장 강재형 △뉴미디어뉴스국장 이호인 △논설위원실장(국장) 황외진 △스포츠국장 황승욱 △선거방송기획단장(국장) 김성환 △자산개발국장 이시용 △ 디지털기술국장 김상훈 △제작기술국장 오영철 △영상미술국장 최형종 △광고국장 진종재 △콘텐츠사업국장 박현호 △문화사업국장 김판영 △ 라디오국 부국장 조정선 △보도NPS준비센터장(부국장) 우경민 △자산개발국 부국장 김학구 △디지털기술국 부국장 홍성기 △제작기술국 부국장 원경희 △제작기술국 부국장 임민규 △영상미술국 부국장 백성흠 △기획국 예산기획부장 송상재 △매체전략국 그룹유통전략부장 정홍대 △매체전략국 신매체개발부장 김형근 △매체전략국 UHD전환전략부장 최동환 △ 시사제작국 시사제작1부장 허지은 △시사제작국 시사제작2부장 전영우 △라디오국 라디오편성사업부장 안재주 △라디오국 라디오제작1부장 김현수 △라디오국 라디오제작2부장 이대호 △라디오국 라디오제작3부장 남태정 △라디오국 라디오제작4부장 한재희 △보도국 취재센터장 박성제 △보도국 보도운영부장 최기현 △뉴미디어뉴스국 뉴미디어뉴스편집부장 이동애 △뉴미디어뉴스국 뉴미디어뉴스제작부장 김경태 △스포츠국 스포츠취재부장 김종경 △스포츠국 스포츠제작부장 허혁 △스포츠국 스포츠기획사업부장 송민근 △선거방송기획단 선거방송기획부장 조승원 △드라마본부 드라마운영부장 홍준수 △예능본부 예능운영부장 박경숙 △인재경영센터 인재개발부장 김혜진 △경영인프라국 재무운영부장 정구련 △경영인프라국 정보콘텐츠부 장곽명훈 △자산개발국 자신기획부장 박현삼 △자산개발국 자산관리부장 김민형 △디지털기술국 TV송출부장 백경록 △디지털기술국 송신부장 이우상 △디지털기술국 기술연구소장(부장) 최병호 △제작기술국 제작기술부장 이희석 △제작기술국 영상기술부장 고한솔 △제작기술국 종합편집부장 박흥용 △제작기술국 중계부장 정희찬 △제작기술국 보도기술부장 김인한 △제작기술국 라디오기술부장 김현주 △영상미술국 영상1부장 박정문 △영상미술국 영상2부장 안종남 △영상미술국 미술부장 서영오 △ 광고국 광고기획부장 최원진 △콘텐츠사업국 국내유통사업부장 송희원 △콘텐츠사업국 아카이브사업부장 최지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원장 박순경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 이창훈 △기획조정본부장 박진동 △교육과정·교과서본부장 이근호 △교육평가본부장 조지민 △교수학습본부장 홍미영 △국가고사본부장 김진구 △경영지원본부장 정수백 △정보관리본부장 김수완○고려대학교의료원 △의무기획처장 박종웅 △연구교학처장 오상철
2017.12.12 I 한정선 기자
최종구의 신관치(新官治)
  • [데스크칼럼]최종구의 신관치(新官治)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1980년대 초, 자율 안정 개방의 물결속에 금융을 독자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단행됐다. 은행 민영화, 금리 자율화, 자본시장 국제화…. 압권은 단연 금융권의 인사 독립이었다. 강경식 재무부장관은 1982년말 은행법 개정을 통해 재무부 장관의 은행 임원 선임 승인권과 파면권을 전격 폐지했다. 장관 스스로 은행 임원 인사권을 내던진 셈이다. 30년 넘는 관치금융과의 전쟁, 바로 그 서막이다. “은행권 인사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 외환위기의 파고에 휩싸인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당 연석회의에서 은행 인사 불개입 원칙을 천명한다. 외환위기의 원인중 하나를 관치금융으로 보고 은행에 자율인사의 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당시 강봉균 정책기획수석은 생전에 이렇게 회고했다. “관치금융 척결은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인사권 행사를 막는데서 시작된다.”관치금융은 고도압축 성장시대의 산물이다. 철옹성과도 같다. 관치금융 탈피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대통령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그 복원력은 경이롭다. 정치권력과 관료사회의 저항, 뿌리깊은 갑질 관행 때문은 아닌지 모른다. 이를 적폐로 규정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금융권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셀프연임, 이사회 자기편 배치, 경쟁자 견제와 배척, 그에 따른 직무유기…’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작심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관장 인선이 진행중이거나 목전에 있는 기관들은 비상이다. 일부 기관장의 연임 가도엔 제동이 걸린다. 물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그 자체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금융지주사들의 ‘경영 승계 프로그램’이 일부 오작동하는 현실에서 일견 타당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의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수장이 이를 직접 질타하는 건 분명 결이 다른 문제다. 금융기관이나 협회의 기관장 선임은 주주나 이사회의 고유권한.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상태도 아니고 범법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도 아닌데 관여할 명분은 약하다.금융산업은 언제나 관치의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의도야 어떻든 금융위원장의 메시지는 관의 부당한 인사개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미 연임을 위해 뛰고 있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셀프연임’ 논란이다. KB노조, 하나금융 노조에서 제기한 프레임이다. 현장 노조가 애드벌룬을 띄우면 시민단체나 노동단체가 확대 재생산하고 청와대는 이를 받아 금융위에 거꾸로 압박하는 꼴이다. 노조→ 청와대 → 금융위로 이어지는 노치(勞治)와 관치(官治)의 이중주다.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인사 가이드라인을 주고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건 변형된 관치일 뿐이다. 이미 이 정부에서 진행된 각종 기관장 인사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이전 정부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각종 물밑작업을 통해 인사의 자율성을 파괴하는 모습. 관치금융을 청산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 정부에서도 퇴행적 관행이 기승을 부리는 건 유감이다. 관치금융 척결의 메아리, 여전히 공허한 울림으로 남는다.
2017.12.07 I 송길호 기자
①형님 리더십으로 BNK 이끄는 김지완 회장
  • [화통토크]①형님 리더십으로 BNK 이끄는 김지완 회장
  •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투뱅크-원프로세스’ 체계로 운영할 것”이라며 “두 은행의 전산 통합이 이뤄지는 3년 후 아시아 40대 은행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신태현 기자)[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회장 취임 후에 임원 부인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임원들에게 담배 피우는 건 자유인데 재계약은 안 하겠다고 하니까 다들 담배를 끊었어요. 금연펀드 만들어서 담배 끊을 유인을 주고 건강펀드 조성해 1만 마일 걸으면 해외 연수를 보내준다 했거든요. 요새 BNK금융 직원들 사이에서는 걷기 열풍이 대단합니다”취임 2달여를 맞은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을 최근 부산 남구 문현동에 있는 부산은행 본사에서 만났다. 김 회장은 조직문화 얘기부터 꺼냈다. BNK금융그룹의 자산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섰지만 강한 순혈주의나 지연·학연을 기반으로 한 폐쇄적 조직문화는 병폐로 꼽혀왔다.◇학력기재 바꾸고 징계 지워주니 사기가 올라가이를 잘 알고 있었던 김 회장은 내정자 시절 두 가지를 제의했다. 하나는 학력 문제다. 인사기록부에는 들어올 때의 학력이 아닌 최종 학력을 기재하고, 인사 관련 결재 올릴 때 출신학교를 절대 넣지 말자는 것이다. 은행은 들어올 때의 학력이 끝까지 따라가는데 은행을 다니면서 주경야독으로 야간대학이나 방송통신대 등을 나왔다면 최종 학력을 대졸로 바꾸도록 했다. 인사할 때 출신학교 기재를 없앤 것은 철저히 능력 위주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초중고와 대학을 부산에서 나와 한 다리 걸치면 아는 사람이 수두룩한 자신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상황이 아닌 일을 하다가 실수해서 받은 징계는 인사기록에서 지우자는 제안이다. 금융당국에서 제재가 끝났다면 CEO 재량으로 기록을 없애주겠다는 것이다. 금융업무라는 것이 보수적으로 하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작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어렵고, 적극적으로 새 영역을 개척하다 보면 리스크가 따르고 실수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 두 가지를 실행하니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갔다”며 “어지간한 파벌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사람이 자산’…건강관리 해주는 회장운동 마니아 김 회장은 직원들의 건강 전도사다. 백해무익한 흡연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금연 캠페인을 벌인다.BNK에서 출세하려면 담배부터 끊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또 건강펀드를 만들어 자기관리할 수 있는 당근을 제시했다. 스마트폰 만보기 어플을 깔면 자동으로 회사에 걸음수가 전송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누구나 등록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포상하는 식이다. 건강펀드를 도입하니 지점이나 사무실이 높은 층에 있으면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고, 지점이 1층에 있으면 버스 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는 등 직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등산 바람도 불러일으켰다.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정산에서 출발해 백양산까지 종주하는 ‘금백종주’를 했다. 총 28km로 산악인이 나서도 꼬박 10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김 회장이 이끈 1진부터 체력상태에 따라 2진, 3진까지 나눠 등반했다. 김 회장이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금융은 곧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금융업은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이라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이다. 증권사 CEO 시절에도 인재 육성에는 과감하게 투자했다. BNK금융그룹에 와서도 사람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김 회장은 “부산·경남의 우수한 인재들이 다 서울로 간다”며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서는 해외 유학보내준다 하면 굉장한 센세이션이 일어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왕 할 거라면 화끈하게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BNK금융지주는 실제 전 계열사에서 연간 30명 정도 유학을 보낼 계획이다. 합격만 하면 학비를 전액 회사에서 지원한다. 김 회장은 1~2년 안에 유학 수혜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각각 운영하던 연수원을 통합하고 교수진도 더 충원할 계획이다. 은행에서 30~40년 근무했던 지점장들이나 최근에 퇴임한 임원들을 교수로 초빙해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전수받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보이지 않는 자산을 증대하라는 것이 항상 얘기하는 나의 경영철학”이라며 “대차대조표에는 보이지 않는 자산, 그것이 바로 직원의 실력향상과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금융약자 배려…사회공헌도 자산김 회장이 보기에 보이지 않는 자산은 또 있다. 바로 사회공헌이다. BNK금융이 동남권에 기반을 둔 핵심 금융사기 때문에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규모 명예퇴직이나 점포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회장은 “명퇴를 실시하면 지역 경제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오히려 소액점포를 만들고 다 같이 살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은행은 디지털기기에 약한 어르신 고객이 많아 점포를 유지하는 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기도 하다. 고객과의 접점인 콜센터 직원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있지만, 고객관리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김 회장은 “금융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콜센터”라며 “그런데 콜센터 직원은 2년 단위 계약직인데다 근무여건이 열악해 입사 6개월 만에 이직을 고민하는데 이렇게 되면 고객에게 친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취임 후 처음 찾은 곳도 바로 콜센터다. ◇100년 갈 BNK그룹 만드는 형님2개월여를 함께 한 BNK금융 직원들은 김 회장을 형님 같다고 평가한다. 점포를 돌면서 아침을 함께 먹고 차를 마시면서 고충을 들었다. 직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BNK금융그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이다. 김 회장은 “빌게이츠가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는데 아직은 시간이 있다”며 “지방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을 보면 한 5년 여유가 있으니 그 안에 디지털로 많이 바꿔야 한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지속가능한 BNK금융그룹을 만들기 위해 백년대계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인간미도 형님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3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 회장의 접견실엔 1대, 2대 회장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임 회장이 받은 상패와 사진도 고스란히 진열돼 있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이장호, 성세환 전임 회장을 만났다”며 “자산 10조, 20조 하던 회사를 100조 넘게 키워놓은 건 굉장히 힘든 일인데 고마운 뜻에서 인사드리고 협조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보통 CEO들이 취임한 후 빅배스(Big Bath·경영진 교체 전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하는 회계기법) 등을 통해 자신의 경영기반을 다지고 전임 회장의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회장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했던 노조도 이같은 김 회장의 진솔한 모습에 투쟁을 접고 회사의 발전을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노조도 한 식구인데 진정성을 갖고 다가서니 마음을 열더라”고 말했다. 대담 = 송길호 금융부장정리 = 권소현 기자
2017.11.27 I 권소현 기자
반쪽짜리 가계부채 대책
  • [데스크칼럼]반쪽짜리 가계부채 대책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노무현정부 경제상황은 초반부터 암울했다. 버블과의 전쟁에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전임 정권부터 불기 시작한 투기바람이 광풍으로 돌변하며 부동산시장이 투기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 허용, 재당첨 제한기간 폐지, 양도세 면제, 은행의 대출규제 대폭 완화…. 김대중정부 시절 대대적인 부양책의 후폭풍이었다. 흥청망청 파티가 끝난 후 비용청구서만 넘겨 받은 꼴. 바로 전임 정권의 굴레다.정책은 일정 시차를 두고 효과를 드러낸다. 지금 쓴 약이 나중에는 보약이 될 수 있지만 당장의 달콤함은 미래의 고통으로 남는다. 눈에 보이는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단기 미봉책. 예견되는 부작용에도 버블을 통한 성장의 유혹에 노출되는 건 정책의 단기화·단선적 접근의 폐해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정권 초부터 부동산투기와 눈덩이 가계부채가 뇌관으로 떠오른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한여름에 겨울옷 입는 격’이라며 대출규제의 빗장을 대폭 풀어버린 결과다. 건설경기 활성화로 2%대에 갇혔던 성장률이 그해 반짝 3%대로 반등했지만 2∼3년 후 그 후유증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부채를 통한 성장모델, 특히 부동산 가격상승을 통한 경기회복 전략은 양면성을 지닌다.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통해 소비여력을 키우지만 필연적으로 버블을 잉태한다. 가계대출은 불어나고 금리변동, 주택가격 하락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는 고조된다.정부가 통상 내세우는 전가의 보도는 무차별적 대출규제, 이른바 총량규제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금융규제의 칼날을 일률적으로 들이대 14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부채총량을 줄이는 일이다. 저소득 다중채무자 등을 겨냥한 부채의 질적 개선은 도외시한 채 일반 대출자까지 잠재적인 투기자로 보는 편의주의적 접근 방식이다. 총량규제는 획일적 경직적이다. 정작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의 피해는 불을 보듯 훤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대출자일 수록 은행, 2금융권, 제도권 밖 사채시장으로 도미노처럼 내몰린다. 거시적 관점에선 불가피한 선택일지 모르지만 미시적 관점에선 대출자의 금융선택권을 불필요하게 제약하는 반쪽짜리 정책툴이다.8.2부동산 대책 2개월여만에 가계부채 대책이 첫 선을 보인다. 윤곽은 드러났다. 신 DTI,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다주택자를 겨냥해 이전보다 강도 높은 대출규제책이 나올 듯하다. 그러나 파격은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기존 대책의 답습일 공산이 크다. 전임 정부 시절 1년이 멀다하고 나온 대책의 기본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와 부동산가격은 동전의 양면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부동산 시장의 종속변수로 보는 단편적 발상으로는 백약이 무효다. 가계 전반의 소득창출, 거시경제 상황을 감안한 금리운용. 다양한 정책조합(policy mix)과 통합적 접근을 통해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할 일이다.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시장의 활성화, 그 사이에서 반복되는 냉온탕 정책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2017.10.23 I 송길호 기자
①'깜짝'보다 '꾸준한'이 낫다…내실 다지기 나선 김한
  • [화통토크]①'깜짝'보다 '꾸준한'이 낫다…내실 다지기 나선 김한
  •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방은행은 살아 있는 것, 생존 자체가 중요합니다”2010년 전북은행장에 취임해 JB금융지주 회장이 되고 광주은행장을 겸임하기까지 7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덩치가 작았던 JB금융을 빠르게 키워놨다. 이제 자산규모는 어느 정도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그가 요즘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건전성이다. ‘생존’을 언급한 것도 바로 내실경영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깜짝실적보다 꾸준한 실적…깜짝 인사도 해봤더니 별로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JB빌딩 집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지난 7년을 되짚어보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전북은행에서 시작해 우리캐피탈을 인수하고 우여곡절 끝에 광주은행까지 품에 안으면서 7조3000억원이었던 그룹 자산규모는 어느덧 50조원 가까이로 불어났다. 이렇게 덩치를 키워놓은 것을 그동안의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사실 쉽지 않았다. 김 회장은 자신이 증권가에서 뼈가 굵은 인물이었던 만큼 은행권 안팎에선 우려도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자산을 급격하게 키우는 과정에서 금융사고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을 신뢰로 바꿔놓는 데 7년이 걸렸다. 그만큼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전북은행, 광주은행이 따로따로면 장기적으로 오래 버틸 수가 없다”며 “금융시장이라는 곳이 어떤 쇼크가 생길지 모르는데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하나의 우산 속에 있으니 쇼크가 생겨도 감내하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제 자산규모는 키울 만큼 키웠다고 본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전북과 전남, 그리고 광주광역시의 인구와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자산규모를 키울 수 있는 여력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여기서 적당히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지금부터는 내실을 기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 오래 몸담았지만 기업금융(IB) 등을 통해 한번에 베팅하는 수익모델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한번에 돈을 크게 벌면, 언젠가는 또 크게 깨진다는 게 김 회장 생각이다. 김 회장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하면서도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익을 꾸준히 창출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은 “금융은 사이클을 탈 수밖에 없으니 수익의 범위가 너무 크게 출렁이지 않게 가져가야 금융도 오래 갈 수 있다”며 “깜짝 인사도 해봤는데 나중에 별로 좋을 것이 없길래 인사도 예측가능하게 한다”고 활짝 웃었다. ◇수도권 공략하고 해외에도 진출안정을 기하면서 천천히 성장할 방법이 있을까. 김 회장은 지역의 성장 한계에 따른 부족함은 해외 진출과 수도권 공략으로 채울 예정이다. 지난해 전북은행은 지방은행 최초로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을 인수했다. 김 회장은 “캄보디아에서는 인수 후 첫해인 올해부터 이익이 꽤 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전북은행의 이익 절반 정도를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으로도 적극 진출 중이다. 사실 지방은행은 과거에도 수도권 상륙작전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뼈아픈 상처만 안고 퇴각했다. 광주은행만 해도 수도권에 8개 점포를 두고 있다가 2개로 줄였고 전북은행을 비롯한 다른 지방은행도 다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김 회장이 다시 수도권으로 가자고 외쳤을 때 직원들의 우려와 반발도 상당했다. 김 회장은 전북과 광주지역의 인구조사를 기초로 2040년대를 그려보라고 제안했다. 광주광역시에도 60세 이상이 20% 넘는다면 농촌에 노인만 있듯 도시에도 노인만 있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우리나라 부(富)의 70% 이상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 수도권으로 가야하지 않겠냐고 설득했고, 노조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렇게 수도권과 다른 대도시로 진출했다. 전북은행은 현재 수익의 40%를 전북 외 역외지역에서 창출하고 있다. 나중에는 전북에서 40%, 역외에서 60%의 수익을 내는 구조로 바꿀 계획이다. 그래야 전북에서 정체되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원을 가져갈 수 있고,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지 않겠냐는 것이다. 광주은행도 현재 광주지역에서 75%, 수도권에서 25%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이를 앞으로는 60%, 40%로 맞출 예정이다. 다만, 서울 곳곳에 점포를 두고 있는 시중은행과 직접적 경쟁은 피할 생각이다. 수도권 부자가 아닌 월급쟁이를,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을 타깃으로 시중은행이 커버하지 못하는 니치마켓을 공략할 계획이다. 신용등급 4~5등급인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도 JB금융이 노리는 영역이다. 시중은행보다는 저축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다.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지만, 철저히 수익창출이라는 목표에 부합할 경우에만 인수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주회사니까 업권별로 자회사를 둬서 모양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돈을 벌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가 아니면 인수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령화 속도 가장 빠른 전라도…사회공헌 고민지역은행은 은행의 전략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공공성을 계속 유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회장 생각이다. 예대마진이 높아 은행이 편하게 돈 벌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처럼 빠듯한 상황에서는 공공성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은행의 존립 이유 중 하나가 공공성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전라남북도는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 곳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전남으로 21.4%다. 유엔의 분류 기준으로 이미 ‘초고령사회’로 돌입한 상태다. 전북은 18.8%로 ‘고령사회’의 기준인 14%를 넘어섰다. 노령층에게 인터넷·모바일뱅킹은 언감생심이다. 간단한 입출금을 위한 자동화기기(ATM) 사용도 낯설어 한다. 요즘처럼 디지털금융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은행들이 영업점을 줄이면 금융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김 회장이 생각해낸 것이 바로 어르신점포다. 시범적으로 3개를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이 오면 더 혜택을 제공한다.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시골에 있는 영업점에 가장 손님이 몰리는 날이 바로 25일이다. 노인복지수당이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 점포에서 고객 500명까지 응대한 적도 있다. 그래서 수익을 내는 곳이 아니라 돈을 쓰는 점포다. 김 회장은 “이러한 금융약자를 흡수해줄 수 있는 은행이 지방은행과 농협 밖에 없다”며 “어르신 전용 점포를 유지하려면 꾸준히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권 경제의 혈맥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 꾸준히 사회공헌을 하는 금융기관이 바로 김 회장이 그리는 JB금융지주다. 김한 회장은 누구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증권맨을 거친 독특한 이력으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올랐다. 삼일회계법인과 제너럴모터스, 동부그룹을 거친 후 대신증권 임원을 지냈다.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기업구조조정 위원을, 2004년 메리츠증권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했다. 2010년 전북은행장에 선임된 데 이어 2013년 7월 초대 J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다. 2014년 JB금융에 광주은행이 인수되면서 광주은행장도 겸임하고 있다.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외아들이다. ▲1954년 서울생 ▲1972년 경기고 졸업 ▲1977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2년 미국 예일대 경영학 석사 ▲1984년 동부그룹 미국현지법인 사장 ▲1993년 대신증권 국제본부 본부장 ▲1997년 와이즈 디베이스 대표이사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 기업구조조정 위원 ▲2004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2008년 KB금융지주 사외이사 ▲2010년 제10대 전북은행 은행장 ▲2013년~ JB금융지주 회장 ▲2014년~ 광주은행장 대담 : 송길호 금융부장 정리 : 권소현 기자
2017.09.18 I 권소현 기자
낙하산 천국, KB의 운명
  • [데스크칼럼]낙하산 천국, KB의 운명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금융산업은 불완전 경쟁산업이다.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라이선스, 그에 따른 독과점적 지위만 획득하면 별다른 노력없이 꿀단지(지대·rent)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리그, 낙하산 인사는 공정한 경쟁 없이 이 꿀단지를 향유하려는 권력의 ‘갑(甲)질’이다.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권력의 암투, 반칙과 변칙의 파노라마다.2013년 1월 대통령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인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KT, 포스코, KB금융…. 전 정권으로부터 인계받아야 할 리스트에 정부 지분 1%도 없는 민간기업들이 대거 들어 있었던 거다. KB금융은 외국인 지분 60%가 넘는 다국적 금융기관. 하지만 정권의 전리품으로 분류되며 정치권력의 놀이터로 변질된지 오래다. KB금융이 정권의 노획물이 된 건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1년 국민·주택 합병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택의 김정태 행장이 초대 통합 은행장에 오르면서다. 청와대 실세와의 학연이 결정적이었다. 호남정권에서 광주일고 출신이 득세하던 바로 그 시절이다. 정치권력이 국민은행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노골적으로 관여하는 관행. 선례가 만들어지니 관례로 굳어졌다. KB금융 10년은 외풍의 잔혹사다. 초대 황영기, 2대 어윤대, 3대 임영록. 이들은 이헌재사단, 고려대 인맥, 모피아를 각각 등에 업고 화려하게 등극했다. 그러나 모두 당국의 문책이나 내부 갈등을 이유로 불명예 퇴진의 우를 범했다. 물밑 치열한 파워게임을 예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드인사, 정실인사의 전형적인 폐해다. KB금융은 낙하산 천국이다. CEO는 물론 감사나 주요 임원까지 줄줄이 타고 내려온다. 2013년 이후 4년간 임원급 이상 낙하산 인사가 가장 많은 금융기관이 바로 KB다.(국회 정무위 국감자료) 자연히 능력과 전문성 있는 인재는 뒤로 밀리고 정치적 연줄에 따라 신분이 상승하는 불공정과 비효율이 비일비재하다. 정치권 줄대기, 조직의 경쟁력은 약화된다. KB금융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외압을 막고 독립적인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느냐, 권력실세들의 안식처로 계속 남는냐는 갈림길. 관전포인트는 윤종규 회장의 연임이다. 그는 2014년 KB사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첫 내부 출신 CEO에 올랐다. 임기 내내 끊임없는 정치권력의 견제 속에서도 무너진 조직을 재건했다는 평이다.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KB를 리딩뱅크로 이끌었다. 그래도 연임을 낙관하는 건 이르다. 권력실세와의 끈끈한 연이 없다는 점은 결정적인 약점(?)이기 때문이다.국내 대표 금융기관의 회장 인선 기준이 능력과 실적보다 정치적 연줄이라는 점은 금융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이사회보다 권부의 움직임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우울한 현실. 관치의 망령이 떠도는 상황에서 ‘정권에 줄 대지 않으면 CEO가 될 수 없다’는 금융계의 속설을 이번에는 뒤집었으면 한다. 정권 스스로 적폐로 규정한 관치금융 척결은 낙하산의 근절 없이는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2017.09.07 I 송길호 기자
문재인정부 '금융억압'
  • [데스크칼럼]문재인정부 '금융억압'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1960년대초 경제개발초기. 재정은 부족하고 저축도 거의 없는 현실에서 고도성장을 이루기 위한 정부의 전략은 명확했다. 은행을 자금배급소로 삼고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직접 금융자원을 동원 배분 집행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억압(金融抑壓)이 일어나고 지시금융, 배급금융 형태로 금융산업은 형해화(形骸化)된다. 관의 금융지배, 이른바 관치금융의 탄생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금융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 금융이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리며 집권세력의 관심 밖에 있다는 얘기다.이미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감지됐다. 청와대 비서실 직제개편에서 선임 비서관인 경제금융비서관 직함에 ‘금융’이 슬그머니 빠졌다. 김동연 부총리,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명박정부시절 거쳐간 바로 그 자리다. 경제팀 주요 라인에는 경제기획원(EPB)출신들이 득세한다. 정권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엔 여당 전·현직 의원들과 이재명 캠프에서 활약하던 비주류 교수들이 포진해 있다. 재무관료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 여기에 금융정책은 반쪽짜리다. 금융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그 어떤 비전도 청사진도 없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밑그림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엔 경제민주화의 금융판 버전, 금융민주화가 차지하고 있다. 금융은 영세자영업, 중소기업 등 힘 없고 약한 계층을 지원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혁신 육성 성장 발전의 메시지는 사라지고, 통제 탕감 감면 보호의 구호만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성과연봉제 폐지에 이어 최근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결정은 금융홀대의 결정판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따른 보완책으로 이를 공식화했다.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카드사를 찍어눌러 수수료를 절감해준다는 발상이다. 카드수수료 강제 인하는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일. 결국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소비자들이 떠안는 꼴이다. 근시안적 금융정책의 전형, 냉대를 넘어 억압이다.노무현정부 동북아금융허브론, 이명박정부 메가뱅크론, 박근혜정부 핀테크 육성론 …. 방법론은 달랐고 성과도 미흡했지만 이전 정부에선 그래도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였다. 정권 교체기마다 금융부문의 괄시를 토로하는 유사 레퍼터리가 흘러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 정부는 도가 심하다.문재인정부의 금융박대는 기본적으로 집권세력의 오도된 인식을 투영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독자 산업이 아닌 정책목표나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금융의 역할을 제한하는 일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정부 스스로 대선 공약을 통해 관치금융 타파를 공언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금융민주화를 위해 정책금융을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정책금융과 관치금융은 동전의 양면. 금융에 대한 단편적인 인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반백년전 최빈국 시절 형성됐던 관치금융의 논리가 선진국 문턱에선 지금까지 횡행하고 있다. 금융은 실물부문을 지원하는 수단이지만 거꾸로 그 자체 육성해야 할 산업. 1980년대초 자율 민영 개방의 물결을 타고 산업으로의 면모를 갖춘데 이어 1990년대말 외환위기 직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독자 산업의 기반이 마련된 상태다. 타율적 관치에서 자율적 경쟁으로 전환되는 도도한 흐름. 그러나 이 정부에선 유독 금융이 전진이 아닌 퇴행의 길로 접어드는 건 아닌지 모른다.
2017.06.22 I 송길호 기자
 문재인 시대의 금융
  • [데스크칼럼] 문재인 시대의 금융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은행이 실질적으로 공기업화된 건 1961년 5.16혁명 직후였다. 당시 군사정부는 은행 대주주의 의결권을 10%이내로 제한하며 주주권을 장악했다.(6월20일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조치법) 경제개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자금배급소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배급금융,정책금융,관치금융의 탄생이다. 자율 안정 개방. 1980년대초 경제운용이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전환되면서 은행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독립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었다. 민영화, 자율화, 규제 혁파...각종 개혁과제들이 제시됐지만 점진적 변화를 내세운 현실론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기저에는 정책금융 창구로서 은행의 효용가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계산법이 깔려 있었다.1990년대말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일대 인식 전환이 이뤄진다.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지고 부실은행이 문을 닫는 현실에서 은행에 더 이상 공공성만 요구할 수는 없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자생력을 불어넣어 독자 산업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노무현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론, 이명박정부의 메가뱅크론은 이 같은 인식의 연장선. 하지만 논의만 무성한 채 정권 차원의 구호에 그치다 결국 유야무야 됐다. 반백년 넘는 한국경제 성장사. 돌이켜보면 한국 금융은 관치의 그늘에서 점차 벗어나 자율과 개방의 길로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은행을 정책금융의 창구, 실물부문의 보조수단으로만 보는 반쪽짜리 인식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시대 5년도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문재인표(標) 금융정책은 아직 불분명하다. 금융당국 주도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정권 차원의 명확한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창출, 재벌개혁 등 다른 국정과제들에 우선순위가 밀려 있기 때문일 터이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산발적으로 제시된 공약들을 보면 금융부문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성과연봉제 백지화 검토. 선거과정에서 노동계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해도 이 같은 정책 뒤집기는 분명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일부 노조는 기다렸다는 듯이 기존 합의를 뒤엎겠다고 나서고 금융노조는 집단적으로 동조할 움직임을 보인다. 은행을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조직, 고도의 서비스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전제조건은 크게 두가지다. 은행의 역할을 공공성의 울타리로 묶는 사회적 인식에서 탈피하는 일. 여기에 은행 내부적으로 성과에 연동해 보상이 이뤄지는 실적주의(merit system)를 도입하는 길이다. 자율화, 민영화를 힘차게 외쳐도 의식의 전환과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모두 공염불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는 단순히 임금체계 개편 이슈로 한정할 수 없다. 은행을 독자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본전제이자 필수조건이다. 성과연봉제를 토대로 한 실적주의의 정착 없이는 관치금융의 철폐도 은행의 독자 산업화도 모두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는 얘기다. 전임 정권의 레테르가 붙은 정책이라고 무조건 주홍글씨로 낙인찍고 백안시하는 건 무책임하다.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 장기적인 안목에서 금융산업의 도도한 발전이라는 흐름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할 일이다. 반백년 넘게 뿌리깊게 이어져 내려온 은행에 대한 편협된 인식. 이를 극복하지 않는 한 문재인 시대의 금융도 보신과 안일, 관치로 얼룩진 이전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2017.05.15 I 송길호 기자
  • [데스크칼럼]임종룡의 나홀로 구조조정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구조조정의 지휘관은 곡예사와 같다. 아찔한 외줄 위에선 자칫 조그만 실수도 용납 되지 않는다. 허점을 보이면 곧바로 반격을 받게 마련. 구조조정의 칼잡이는 그래서 부실과의 전쟁, 바로 그 한복판에서 논란의 파고를 홀로 헤쳐나가기 어렵다. 구조조정의 동력이 원맨 플레이보다는 유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대우조선 회생방안을 내놓은 금융당국이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수주전망에 대한 안일한 상황인식, 추가 자금 투입 약속 번복, 그에 따른 밑빠진 독 물붓기식 자금 지원, 대마불사론에 따른 모럴해저드 유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시될 수 있는 각종 비판들이 거세게 몰아친다. 눈여겨 볼 대목은 전쟁터의 한복판에 유독 금융위원장 임종룡만 보인다는 점이다. 직접 구조조정의 플랜을 짜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설득까지 1인3역이다. 국정공백으로 마비된 청와대의 정책조율기능을 기대하기는 무리. 하지만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부총리도, 구조조정의 한 축을 책임져야 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모두 한발 뒤로 물러선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홀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모습.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는 오작동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김대중 정부 초기 경제정책 라인은 드림팀으로 불렸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진가는 드러났다. 청와대 경제수석 강봉균이 밑그림을 그리면 재정경제부 장관 이규성이 이를 지원하고 금융감독위원장 이헌재가 칼을 휘둘렀다. 스포트라이트는 야전사령관이 받았지만 그 배후엔 든든한 후원군이 있었던 셈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조조정이 비교적 일사불란(一絲不亂) 하고 강도 높게 진행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규성의 리더십, 강봉균의 기획력, 이헌재의 돌파력, 바로 삼위일체의 앙상블이었다. 경제 전반의 부실과 전면전을 벌였던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 상황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정치 경제적 상황, 금융산업의 발전 정도가 다르고 구조조정의 범위와 규모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금 정치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빈약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의사결정 단계에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조화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할 경제팀이 불협화음을 내며 힘이 분산되고 있는 모습은 유감이다. 구조조정은 설득의 과정이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손실분담, 대규모 구제금융 모두 무능과 부정에 대한 보상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 금융시스템의 안정이라는 ‘혜택’이 추가 지원이라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납세자에게 납득시키기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이 이 모든 비판을 떠안는 꼴이니 구조조정에 탄력이 붙을리 없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부실규모 산정 오류, 그에 따른 공적자금 추가 투입 논란 등 각종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을 담대히 진행할 수 있었던 건 청와대나 재경부가 이에 공동 대응하며 긴밀히 협력한 결과다. 임종룡은 이번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관료생활) 마지막 졸업작품이라고 했다. 변양호 신드롬이 팽배한 현실에서 보신과 안일의 울타리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는 관료가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경제라인 전체의 힘이 하나로 결집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나홀로 구조조정으로는 한계가 있다. 모든 구조조정의 성공 그 밑바탕에는 공조의 미학이 작용하는 법. 지금 같은 모래성체제로는 구조조정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 헤치길 기대하는건 언감생심(焉敢生心)일 뿐이다.
2017.04.06 I 송길호 기자
⑤아시아코인, 통합 결제 플랫폼 개발...'소비 국경' 허물자
  • [IFC2017]⑤아시아코인, 통합 결제 플랫폼 개발...'소비 국경' 허물자
  • 24일 중국 베이징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6회 국제금융컨퍼런스(IFC) 제1세션에서 한중 경제 금융전문가들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인 신성환 금융연구원장, 발제자로 나선 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진웨이NH투자증권 베이징수석연구원, 토론자로 나선 권오흠 KG이니시스대표, 김석영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장, 쑨장 중국기술거래소 부총재. [베이징=이데일리 특별취재팀][베이징=이데일리 특별취재팀] “유럽연합(EU)이 공동 화폐를 만들었듯 ‘아시아 코인(AsiaCoin)’을 만들어 P2P 경제의 생태계 주도권을 잡아보자.” (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어느 곳에서도 자유롭게 결제 가능한 한·중 지급결제 통합 플랫폼을 만들자.” (권오흠 KG이니시스 대표)제 1세션 ‘디지털혁명이 이끄는 금융의 미래’에서 토론자로 나선 양국 경제 전문가들은 핀테크 혁명시대 한·중 금융산업의 발전 현황을 살피며 양국 간 협력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을 쏟아냈다.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장(동국대 교수)은 “앞으로 3~5년이면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이 보편화할 것”이라며 “인터넷은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는 혁명을 이뤄냈지만 블록체인은 비즈니스 모델과 마켓 플레이어 자체를 바꾸는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완샹그룹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스마트 시티 구축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 월마트 유통체계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아시아 컨소시엄을 통해 한·중 협력체계를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권오흠 KG이니시스 대표는 양국 간 통합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 소비자들이 서로의 국가에서 지급결제 서비스를 활용할 때 플랫폼이 달라 불편을 느낀다”며 “통합 플랫폼을 만들면 특별한 인프라 없이도 서로의 국가에서 결제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과 관련, “국내 지급결제 시장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한 데에는 ‘천송이 코트’로 시작된 규제 완화 덕이 컸다”며“당시 간편결제, 개인간(P2P) 대출, 인터넷뱅크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핀테크라는 용어도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장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고객의 생활습관에 꼭 맞는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고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며 “IoT 회사나 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헬스케어 부문과의 융합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핀테크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했다. 진웨이 NH투자증권 북경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제3자 결제시장은 지난해 57조7000억 위안(약 9400조)으로 이중 모바일이 3분의 2에 달하는 38조5000억 위안에 달한다”며 “2019년엔 모바일 결제규모만 89조8000억 위안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쑨장 중국기술거래소 부총재는 “중국 핀테크 산업의 새로운 모델과 프로세스, 상품들을 매일 접하고 있다”며 “빅데이터로 신용평가나 조회, 보험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고 모바일을 통해 거래 비용을 낮추며 인공지능을 통해 맞춤형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업과 핀테크 산업의 관계를 다각도로 조망하며 “초창기 첨단산업분야에선 투자자가 좋은 아이템을 찾기 어렵고, 좋은 아이템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간(P2P) 거래나 클라우드펀딩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중국에선 첨단 산업 기업들의 평가체제를 마련하고 동시에 양질의 P2P 금융상품 출시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IFC특별취재팀 송길호 부장, 권소현·문승관 차장, 장순원·노희준·전상희 기자(금융부), 김영수 차장(IB마켓부), 피용익 차장(정경부), 김대웅 베이징 특파원, 노진환·방인권 기자(사진부)
2017.03.27 I 전상희 기자
⑥"VC와 유망 IT기업 이어줄 '기술거래소' 필요"
  • [IFC2017]⑥"VC와 유망 IT기업 이어줄 '기술거래소' 필요"
  • 24일 중국 베이징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6회 국제금융컨퍼런스(IFC) 제2세션에서 한중 경제 금융전문가들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진 IBK캐피탈 대표, 뚜펑 치디홀딩스 부총재 겸 칭화창업원장, 조영제 금융연수원장, 신용훈 KTB Private Equity 중국대표. [베이징=이데일리 특별취재팀][베이징=이데일리 특별취재팀]“앞으로 5년이 구글 같은 IT거인들의 독점이 공고해지느냐 아니면 기존 질서를 대체할 선수가 등장하느냐가 갈릴 겁니다.”(신용훈 KTB프라이빗에쿼티 중국법인 대표)“중관촌은 법에 저촉되지 않은 부분에서 모든 것의 테스트 베드(시험대) 역할을 합니다.”(뚜펑 치디홀딩스 부총재 겸 칭화창업원장)제 2세션 ‘미래 융·복합 시대의 설계, 금융의 역할과 금융 투자의 정석’에선 연사들의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의 역할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발제자로 나선 이상진 IBK캐피탈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혁신이 필수적인데 금융기관 스스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는데 역부족 상태”라면서 “유망 IT벤처 기업을 발굴하거나 투자, 인수를 통해 사업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사회적 인프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나선 뚜펑 치디홀딩스 부총재 겸 칭화창업원장은 중관춘이 중국 혁신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관춘은 중국 베이징(北京)의 IT단지로 중국판 실리콘밸리다. 그는 “중관춘은 법에 저촉되지 않은 부분에서 모든 것의 테스트베드(시험대)가 되고자 한다”며 “글로벌 자본 시장에 15%(200여개) 정도가 상장돼 있는 중관춘의 기업들이 매년 R&D(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규모는 821억 위안으로 이는 상장사의 2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1000여개의 중관춘 기업들이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는 금액은 1000억 위안에 이른다. 그는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인큐베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신용훈 KTB 프라이빗 에퀘티(PE) 중국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엄청난 신규 아이템이 생겨나는데 이미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이나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한국의 네이버처럼 기존 체제를 강화할지 아니면 제2의 구글이 나올지 판단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구글이나 아마존이 채택을 안 하면 모두 사장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새로운 회사가 등장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벤처캐피털과 벤처회사 간 관계가 밀접하지 않지만 중국은 교류가 많다”며 “한국이 중국보다 뒤cj진다는 것은 결국 비즈니스를 키워주는 벤처캐피털과 벤처회사간 연계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지분투자형 크라우딩펀딩이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술거래소 등과 같은 시스템을 한국에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제 금융연수원장은 “은행입장에서는 자금을 집행할 때 위험을 생각하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당장 돈이 없어도 능력은 있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멍 중국 하나은행 부행장은 “금융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수익과 이익률을 높일수록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미지의 금융 리스크에 대비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FC특별취재팀 송길호 부장, 권소현·문승관 차장, 장순원·노희준·전상희 기자(금융부), 김영수 차장(IB마켓부), 피용익 차장(정경부), 김대웅 베이징 특파원, 노진환·방인권 기자(사진부)
2017.03.27 I 장순원 기자
⑦"핀테크 키우려면 규제놓고 민간과 '밀당'해야"
  • [IFC2017]⑦"핀테크 키우려면 규제놓고 민간과 '밀당'해야"
  • 24일 중국 베이징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6회 국제금융컨퍼런스(IFC) 제3세션에서 한중 경제 금융전문가들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창언 금융보안원장,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안위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오재인 금융위원회 자문교수(단국대 교수), 강태수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지원단장, 쩌우은찐 정세 한중법률지원단장. [베이징=이데일리 특별취재팀][베이징=이데일리 특별취재팀] “정부의 규제와 민간의 혁신 사이에 밀고 당기는 긴장 관계가 있어야 결과적으로 금융이 발전한다.” (강태수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지원단장)24일 중국 베이징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6회 국제금융컨퍼런스(IFC) 세번째 세션 ‘금융혁신의 길, 정부의 도전과 과제’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조건 없는 규제 철폐보다는 적절한 규제와 보완을 통한 금융 발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발제자로 나선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여러 국가가 치열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한국이 핀테크 혁신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이 차관보는 그러면서 “기업이 규제 부담 없이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금융규제 테스트베드를 도입하고 비대면 거래에 장애가 되는 인증 등 규제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안위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은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안 원장은 “정부는 창조적 기업들이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 투자 자금을 활발히 유통할 수 있는 증권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금융 측면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의 위험을 공유해 시장 실패를 뒤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재인 금융위원회 자문교수(단국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생태계 활성화가 필요한데, 중국이 여기서 한국보다 앞서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 규제 방식은 금융뿐 아니라 통신까지 넓게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핀테크 융합을 하게 되면 중국처럼 네거티브 규제, 사후처벌 강화 등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다만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만큼, 민간 부문이 혁신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허창언 금융보안원장은 ”네거티브 규제 체제가 핀테크 발달에 도움된다는 건 다 공감한다“면서도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네거티브 규제로 가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문제 제기를 했다.이에 대해 강태수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지원단장은 ”금융의 역사를 보면 규제를 회피하려다 발전된 것들이 많다“며 은행과 유사한 신용중개기능을 하면서도 건전성 규제는 받지 않는 새도우 뱅킹(그림자 금융)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규제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규제당국의 속성상 보수적으로 봐야하는 면이 있다“며 ”민간도 금융안정을 지켜야 하는 당국을 이해하고, 당국도 포용하면서 대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쩌우은찐 정세 한중법률지원단장은 ”핀테크의 핵심 성격은 금융이기 때문에 보안 인력을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무조건적인 규제 철폐가 아니라, 정부 규제가 강화되기도 하고 완화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며 건강한 핀테크 시장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중국의 경우 핀테크에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크가는 게 쩌우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급속도로 발전해 온 중국 핀테크 시장은 각종 보안 관련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며 ”중국은 한 개인이 여러개의 신분증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아 시장 확대에 따른 보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IFC특별취재팀 송길호 부장, 권소현·문승관 차장, 장순원·노희준·전상희 기자(금융부), 김영수 차장(IB마켓부), 피용익 차장(정경부), 김대웅 베이징 특파원, 노진환·방인권 기자(사진부)
2017.03.27 I 피용익 기자
⑧“중국 지방정부를 잡아라...통화스왑 연장해야”
  • [IFC2017]⑧“중국 지방정부를 잡아라...통화스왑 연장해야”
  • 24일 중국 베이징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6회 국제금융컨퍼런스(IFC) 종합 토론(wrap-up)에서 한중 경제 금융전문가들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재인 금융위원회 자문위원, 조영제 금융연수원장, 뚜펑 치딩홀딩스 부총재 겸 칭화창업원장, 강태수 국민경제자문위 지원단장, 안위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베이징=이데일리 특별취재팀][베이징=이데일리 특별취재팀]“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누구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안위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한국과 중국 간 신뢰의 기본인 통화스와프을 연장해야 한다.”(강태수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마지막 종합 토론(wrap-up)에선 한·중 금융협력방안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안위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은 “한국에선 알리바바 등 유명 1~2개 기업만 바라보는데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며 “중국에는 31개 성이 있는데 이는 31개의 국가가 있는 것과 같다. 중국 정부보다는 중국의 지방 정부를 공략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전술이 좋고 중국은 전략이 좋다”며 “한국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중국에 없는 전술, 디테일”이라고 설명했다.강태수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은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할 수 없으면 같이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며 “한국과 중국 간 가장 중요한 신뢰의 바탕에는 통화 당국 간 신뢰, 즉 통화스와프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은 현재 3600억위안, 약 55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 2011년 10월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후 2014년 만기를 앞둔 2013년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2017년 10월까지 만기를 3년 더 연장했다. 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동국대 교수)은 한·중 양국이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해 초기 단계부터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와 미래의 금융생태계는 다르다. 그 취지에서 처음부터 협력이 필요하다”며 “기술표준화에서 한중 금융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제 금융연수원장은 추가적 개방과 협력 분야 확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조 원장은 “시장을 개방하고 상대방을 받아들이는데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위안화-원 직거래시장을 만들었다면 무역거래에서 직거래를 늘려서 효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리스크 대처 차원에서도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어려울 때 서로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위기를 빗겨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전 세계를 지향하는 벤처캐피털(VC)이나 인수합병(M&A) 등에서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뚜펑 치디홀딩스 부총재 겸 칭화창업원장은 “전 세계를 목표로 한 VC를 고민 중이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길 바라고 있다”며 “한국과의 매칭펀드를 조성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IFC특별취재팀 송길호 부장, 권소현·문승관 차장, 장순원·노희준·전상희 기자(금융부), 김영수 차장(IB마켓부), 피용익 차장(정경부), 김대웅 베이징 특파원, 노진환·방인권 기자(사진부)
2017.03.27 I 노희준 기자
②“韓·中, 표준제정부터 손잡아야”
  • [IFC2017]②“韓·中, 표준제정부터 손잡아야”
  • 기조연설자인 리다오쿠이(왼쪽) 칭화대 중국국제경제연구센터 소장과 전광우 초대금융위원장이 24일 중국 베이징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6회 국제금융컨퍼런스(IFC) 특별대담에서 토론하고 있다. [베이징=이데일리 특별취재팀][베이징=이데일리 특별취재팀] “중국 핀테크 기술의 발전은 충분한 자산운용상품을 찾지 못한 5000만명 정도의 부자가 만들어 낸 현상이다.”(리다오쿠이 칭화대 중국·국제경제연구센터 소장)“중국의 핀테크 업체가 충분히 담당하지 못하는 수요는 한국 금융사와의 협력을 통해 차이를 메우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 과정에서 상호주의가 존중돼야 한다.”(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제6회 IFC의 하이라이트인 리다오쿠이 칭화대 중국·국제경제연구센터 소장과 초대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연세대 석좌교수)간 특별대담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산업의 변화뿐 아니라 중국의 경제, 글로벌 통상문제, 전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시진핑 정부의 경제자문역인 리 소장은 중국 경제를 만성질환자에 비유하며 경제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눈길을 끌었다.◇韓 금융사들의 역할론…상호주의 필요전 교수는 중국의 빠른 핀테크 시장의 성장을 주목하며 “중국이 핀테크 비즈니스를 빠른 속도로 만든 추동력(Drive)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리 소장은 “중국에는 부를 축적한 5000만명 정도의 슈퍼 리치가 있지만 이들은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5000만명의 슈퍼리치가 돈을 굴릴 새로운 투자상품을 찾는 과정이 핀테크 붐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이어 “20년 전에는 친구들과 교류할 때 자동차 얘기를 했고 10년 전에는 부동산 얘기를 했지만 요즘에는 교육과 투자 문제 등을 얘기한다”며 “주말에 이 호텔(베이징 메리어트호텔)에서 이뤄졌던 행사 중 가장 많은 것은 결혼식이 아니라 은행, 보험사, 펀드회사 등 금융기관의 설명회”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수요에 핀테크 기술의 발전이 날개를 달아줬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이러한 금융수요를 한국 금융사들이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다며 한·중 금융기관 협력에서 상호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인수했고 우리은행에도 투자했다”며 “하지만 한국 금융기관이 중국에서 지점을 확대하고자 신청해도 승인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좀 더 한국 금융기관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리 소장은 “정책적으로 봤을 때 상호 존중을 하는 게 맞다”고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전략은 차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안방보험은 50%의 자산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 금융은 건전성이 높다”며 “한국 기업이 안방보험의 모델로 투자하려 한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달리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노믹스’ 도전 상당두 석학은 트럼프 노믹스의 파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전 교수가 트럼프 집권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지적하자 리 소장은 이에 동의하면서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소장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대체로 백인”이라며 “경제위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체성에 위기를 느낀 백인들이 이 문제를 트럼프가 해결해주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당면과제로 정체성의 문제, 반부패, 무슬림(이슬람교도), 불법이민자문제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트럼프의 개혁은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국경세 부과 등에 대해 월마트 등 소매업체 등이 이미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에 감세, 국경세, 인프라 투자 등은 연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 8월쯤 되면 트럼프가 공약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것에 월가가 실망감을 드러낼 것”이라며 “여기에 9월 정도 연준이 3차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 증시는 조정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中 경제 만성질환자…근본적 치유 해야중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관련, 전 교수가 중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에 질문을 던지자 리 소장은 중국 경제를 만성 질환자에 비유했다. 그는 “부채와 부동산 등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중국은 부채비율(NPL)이 굉장히 높은 상태로 기업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 수준이고 부동산 거품 문제는 10년은 더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재정적자와 실업률에 대해선 오히려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위기였던 1999년과 비교하면 중국 지방재정은 좋아졌고 대손충당금도 GDP의 7% 수준이어서 당장 문제가 터지지 않으리라 내다봤다. 또 매년 800만명의 대졸자가 나오고 있지만 이들이 ‘블루컬러’ 직업을 꺼리기 때문에 실업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근로자, 택배기사 등은 오히려 구인난을 겪는 상태로 실업률의 실체가 예전과 다르다는 얘기다.리 소장은 “중국 경제에 문제가 있고 이를 개혁해야 하지만 단기간에 치유는 어렵다”며 “한의학적 접근처럼 천천히 근본적인 치유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FC특별취재팀 송길호 부장, 권소현·문승관 차장, 장순원·노희준·전상희 기자(금융부), 김영수 차장(IB마켓부), 피용익 차장(정경부), 김대웅 베이징 특파원, 노진환·방인권 기자(사진부)
2017.03.27 I 김영수 기자
  • [IFC2017]④“中규제 고려, 초기 개발부터 함께해야”
  • [베이징=이데일리 특별취재팀] “한국과 중국이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협력방식은 바뀌어야 합니다.”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중국·국제경제연구센터 소장(전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24일 ‘4차 산업혁명 시대…중국 경제의 질적 전환’이라는 기조연설에서 4차 산업혁명을 앞둔 한·중 금융산업과 관련, “양국이 핀테크 초기 단계부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한국의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휴대폰, 자동차 등 첨단 상품을 중국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협력관계가 이뤄졌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실제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해도 중국 내 기술이 발전했고 현지 경쟁도 점점 치열해져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리 소장은 지적했다. 또 중국의 자본 규모가 이미 상당하고 중국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된 경우가 많아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인수합병(M&A)을 하는 방식 역시 녹록지 않다고 그는 분석했다. 리 소장은 이에 따라 “한·중 경제 금융협력이 초기 단계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표준제정 과정에서부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부분을 예로 든다면 이미 중국만의 표준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에 와서 연구개발(R&D) 단계부터 동참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리 소장은 “만일 초기 단계부터 한국의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결국 뒤처지게 된다”며 “이는 제조업 뿐 아니라 금융산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리 소장은 초기 단계를 지난 한국의 금융상품이나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중국에 그대로 들여올 때 현지투자와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만의 규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 페이스북이나 아마존도 중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금융상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중국투자자와 연계해 자금을 조달하고 마케팅에 나서게 되면 양국이 동반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리 소장은 세계경제 상황과 관련해선 “현재 미국과 중국 경제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G2가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다음 단계의 협력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리 소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한중 양국은 물리적으로 가깝고 교류의 역사가 깊어서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IFC특별취재팀 송길호 부장, 권소현·문승관 차장, 장순원·노희준·전상희 기자(금융부), 김영수 차장(IB마켓부), 피용익 차장(정경부), 김대웅 베이징 특파원, 노진환·방인권 기자(사진부)
2017.03.27 I 권소현 기자
  • [데스크칼럼]금융 포퓰리즘의 망령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규제의 목적은 선(善)하다. 그러나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자생적 시장질서에 배치되는 규제는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경제적 비효율을 양산하는 법. 그 부작용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와 시장의 적폐를 심화시킨다. 복합적인 경제현상을 획일적 규제로 해결하려는 모습. 바로 규제의 환상이다. 정치권의 금융 포퓰리즘 법안이 다시 봇물을 이룬다. 선거판 단골메뉴인 신용카드수수료 인하, 법정 최고금리 인하 방안은 이번에도 예외 없다. 소득 신용과 무관한 대출금리 차별 금지, 대출 원리금을 성실히 상환하면 이자 일부를 돌려주는 성실이자 환급제…. 금융기관 경영에 직접 개입하고 시장규율에 역행하는 무차별 규제의 전형이다.외환위기의 파고가 지나간 2002년 8월. 16대 대선을 앞두고 이자율상한제가 전격 부활됐다. 외환위기 당시 자금시장 왜곡을 이유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폐지 권고를 받은 지 4년만이다. 대부업법 제정을 통해 최고 이자율을 70% 범위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식.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선의의 규제’였다. 부작용은 적지 않았다. 이자율 상한으로 대출관리가 엄격해지니 신용도 높은 대출자에게 자금이 우선 배정됐다. 당연히 저신용자들은 대부업 문턱마저 넘지 못한 채 제도권 밖 법률의 규제를 받지 않는 사채시장으로 내몰렸다.변칙과 편법도 난무했다. 일부 대부업체는 선(先)이자나 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 일부를 사전에 공제하며 이자율 상한의 규정을 교묘히 피해갔다. 영업에 타격을 받은 상당수 대부업체들은 아예 불법 고금리 사채업체로 변신했다. 대부업법 제정 후 2년여동안 지자체 등록 1만9000여개사중 절반에 달하는 9000여개사가 스스로 문을 닫고 지하로 들어갔다. 모든 부담은 고금리 대출이자에 허덕이던 저소득· 저신용 서민들의 몫. 정부가 보호하겠다던 바로 그들이다. 돕는답시고 울리는 단선적 정책의 폐해다.이자율 상한은 전형적인 가격통제다. 이는 시장 작동 원리를 훼손하며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카드수수료 인하, 고금리 대출이자 경감을 위한 금리 차별 금지…. 모두 규제의 직접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자리잡은 피해와 비용엔 애써 눈을 감는다. 근시안적 포퓰리즘의 단면이다.선거철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양산하는 규제법안은 이데올로기적 속성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공정으로 포장된 결과적 평등을 지향한다. 경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높은 지금과 같은 복잡한 현실에선 더욱 심하다. 경제민주화의 이념적 광풍, 여기에 선거공학적으로도 성장보다는 분배, 효율보다는 형평으로 이념적 푯대를 잡는 게 유리할 터이다.이들은 규제의 강제력을 빌려 일도양단(一刀兩斷) 단번에 문제점을 해결하려 나선다. 규제를 통해 구체적인 목표, 특정한 가치를 지향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포기하거나 희생해야 할 다른 가치들은 고려하지 않는다. 차별을 제한하려는 규제가 오히려 차별을 심화하고 평등을 위한 규제가 결과적으로 평등을 무력화하는 건 이 때문이다.선거를 앞두고 금융 포퓰리즘의 망령이 다시 떠돌고 있다. 직접적인 가격통제 방안과 같은 금융 포퓰리즘은 신용질서를 위협하고 경제의 혈맥인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 명령과 지시,경직된 규제로 산적한 경제적 폐해가 해소될리 없다. 규제의 비용편익에 대한 정교한 분석 없이 무분별하게 휘두르는 근시안적인 규제의 칼날. 표심에 눈이 먼 정치인들이 또다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른다.
2017.03.06 I 송길호 기자
  • [데스크칼럼] 대출 총량규제의 덫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신용(credit)과 부채(debt)는 동전의 양면이다. 모두 돈을 빌린다는 의미를 내포하지만 관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신용은 밝은 미래를 여는 기회의 창, 부채는 어두운 미래를 저당잡힌 족쇄처럼 보인다. 동일한 대출이라도 경기 상승기에는 신용, 경기 하강기에는 부채다. 대출의 이중성, 양면성이다. 정부가 대출 총량규제를 공언했다. 올해 경제정책방행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묶겠다고 밝혔다. 리스크관리를 위해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불안요인인 가계부채를 획일적 일률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은행들도 화답한다. 금융당국에 제출한 관리계획서에서 평균 6%를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폭증하는 부채에 화들짝 놀란 정부, 부실 대차대조표에 고심하는 은행. 모두 뒤늦게 호들갑이다. 통상 정책당국이 제시하는 적정 가계부채 증가율은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수준이다. 경제의 몸집이 불어나는 만큼 부채가 늘어나면 관리 가능하다고 본다. 2014년 여름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이 같은 기조는 급격히 무너졌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한 성장전략으로 대출은 급증했다. 2013∼2014년 전년비 5∼6% 증가율로 경상성장률(4% 전후)과 큰 차이 없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5∼2016년 10%대를 상회하며 통제 범위를 훌쩍 넘어선다. 금리인상기 가계부채 관리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빚을 방치했다간 2000년대초 신용카드 버블붕괴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문제는 방법과 타이밍이다.대출 총량규제는 금융선택권을 무차별적으로 제한하는 일. 대출수요 총량불변의 법칙에 따라 보수적인 여신담당자들은 저신용 할당분부터 강제적으로 쳐낼 수 밖에 없다. 실수요자들이 대출전선에서 밀려나는 일은 물론이다. 저소득· 저신용 이른바 한계계층은 2금융권, 그리고 비제도권으로 풍선처럼 떠밀리며 대출절벽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특히 너도 나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지금 같은 경기 하강기 대출 옥죄기는 흥청망청 경기 상승기와는 또 다르다. 가뜩이나 팍팍한 이들 취약계층에겐 비올 때 우산 뺏기는 격이다. 더욱 큰 문제는 금융시장 전체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시장이 더욱 얼어붙으면 가계나 기업의 자금난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를리 없는 정부가 대출 총량규제에 집착하는 건 미봉차원의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보인다. 일도양단(一刀兩斷),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경제체제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균열을 일으킨다. 대출 총량규제는 정책 쏠림 현상의 단면이다. 일반 시장의 플레이어들처럼 정부 정책도 분기점을 넘어 일정 균형이 무너지면 한 방향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가계부채 관리 사이에서 냉·온탕 정책을 반복하는 모습. 밀턴 프리드먼이 정부의 부적절한 시장개입의 예로 들었던 바로 그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와 다를 바 없다.대출 총량규제, 신중히 접근할 일이다. 위기 조짐이 보이면 정책당국은 대출 선택권을 제한하고 강도 높은 규제의 유혹에 빠지게 마련. 단선적 규제만으로 시장의 왜곡이 제대로 잡힐리 없다. 경기하강기 금리상승이라는 복합적 신호와 다양한 정보, 이에 따른 은행과 대출자의 합리적 대응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출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경직된 잣대로 빗장을 걸어 잠가 불필요하게 금융 선택권을 제한하는 일, 바로 과잉규제의 전형이다.
2017.02.02 I 송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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