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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통토크]체질개선 나선 김용복 농협생명 사장 "단기수익보다 장기성과 겨냥…해외자산 4배 확대&...
- ▲김용복 사장은1955년 생으로 1982년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전남지역본부장과 개인·기업고객본부장, 여신심사본부장, 우리아비바생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30년 ‘농협맨’으로 은행과 보험 등 금융을 두루 섭렵한 흔치 않은 ‘금융통’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3월 농협생명 사장에 취임한 후 ‘큰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며 농협생명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김정욱 기자][이데일리 대담=송길호 금융부장, 정리=문승관 차장] “협동조합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이로운 상품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보험업무 전반의 양적·질적 개선을 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크고 강한 생명보험사로서 제2의 도약을 이뤄낼 것입니다.”지난 3월 취임한 김용복 NH농협생명 사장은 50년에 거쳐 성장해 온 협동조합 기반의 생명보험사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협동을 통한 공생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농협생명 본사에서 만난 김용복 사장은 최근 지역본부와 서울을 오가는 강행군 탓에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올해의 경영 키워드를 ‘금융환경 변화에 대비한 장기적 성장기반 마련’으로 꼽고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냈다.그는 보장성 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 강화와 상품 손익관리 체계 강화, 자산운용 역량과 체계의 업그레이드, 채널 생산성 향상에 중점을 두고 경영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금리ㆍ저성장 장기화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수익성 높은 투자처를 발굴하고 자산을 불려 나갈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임직원, 영업 현장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제대로 된 판매와 운영을 통해 고객에게 ‘이로움’을 돌려주는 보험업의 기본 원칙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자산운용의 핵심은 수익성과 안정성”김 사장은 저금리·저성장 탓만 할 수 없다며 금융환경과 제약조건 등을 꼼꼼하게 점검하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농협생명은 올해 해외자산 규모를 지난해보다 3~4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가 미미해 올해 1조원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그는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춰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자산운용의 핵심은 수익성과 안전성인데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 강화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투자금융본부 내 해외투자부, 프로젝트금융부 등을 신설해 각각 해외투자, 대체투자 기능을 수행토록 했다. 전문성을 높이고 자산군별 운용역량 집중을 위해 기존 ‘1본부 1단 7부’에서 ‘1총괄 2본부 8부’로 확대 개편했다. 특히 해외 투자 전문가를 2명에서 7명으로 확충했다.김 사장은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자산운용부문 인사제도 개편을 중기 과제로 선정해 자산운용 직군제 도입과 순환근무 제도 등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성과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보상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최적의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농협금융지주와 프랑스 아문디 그룹과의 협업도 강화한다.김 사장은 “연내 자산운용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면 더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융지주의 자산운용 합작 파트너인 프랑스 아문디 그룹과 자산배분전략에 대한 협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김용복 농협생명 사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앞으로의 경영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정욱 기자]◇“보장성보험 확대가 회사의 핵심전략”김 사장은 올해를 ‘고객 보장자산 확대의 원년’으로 삼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신계약월납보험료 기준으로 보장성보험의 판매점유율은 2012년 10%에서 2013년 14%, 2014년 16%, 2015년 1분기까지 34%로 개선됐다.그는 “농협생명은 농·축협 단위조합과 농협은행이 주력 판매채널이다 보니 저축성보험의 판매 비중이 다른 보험사에 비해 높다”며 “보장성보험 확대를 회사의 핵심전략으로 선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올해 그 고삐를 더 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보장성상품 판매 확대를 위해 대고객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고 FC지점의 전략적인 조직 구축을 통해 효율화를 꾀할 계획이다.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직할채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상품경쟁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어린이보험과 연금전환형 종신보험 상품을 출시해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기로 했다.보장성 강화와 맞물려 불완전판매 줄이기와 민원 감축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농협의 협동조합 이념을 바탕으로 한 ‘이로운 보험’의 실천을 강조했다.김 사장은 “고객분석을 통해 어떤 유형의 상품이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농협이 농업인 뿐 아니라 노령 인구, 사회적 약자 등을 보호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일방통행은 없다”…소통으로 화합김 사장은 농협은행 재직 시절에도 소통을 잘하는 임원으로 통했다. 당시에도 김 사장은 왜소한 체형의 자신을 빗대어 ‘작은 금융인’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상대방과 ‘눈 맞춤’을 위해 노력했다.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이러한 그의 모습은 직원들과의 소통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붙인다. 내부에서는 먼저 인사하고, 먼저 말을 걸고, 먼저 일하는 ‘3선(先) 금융인’으로 통한다. 소통을 늘리기 위해 월례조회를 새로 도입했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우수 직원에게 포상도 한다. 조회라고 하지만 빠지지 않는 농담과 입담 덕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직원 생일도 열심히 챙기기 위해 매달 생일자들에게 ‘한턱’을 내는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조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소통’의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다.
- [화통토크]임용택 전북은행장 "전북銀·캐피탈, 동남아 진출한다"
-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임용택 전북은행장 인터뷰 “은행 경영은 규정된 틀 안에 갇혀있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지방은행은 활로를 모색하기가 너무 힘듭니다.여기에 인구 고령화나 성장 정체 등 구조적 문제도 은행이 처한 어려운 현실입니다.전북은행은 생존을 위해 역외로, 나아가 해외진출로 활로를 모색할 계획입니다.”임용택(사진) 전북은행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JB빌딩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경영 전략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놨다. 그는 내달 3일이면 취임 6개월이 된다. 임 행장의 이력을 보면 정통 뱅커라기 보다는 금융투자업계에서 내공을 쌓은 투자전문가에 가깝다. 증권사, 창업투자회사, 자산운용사, 사모투자펀드,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캐피탈 등 금융투자업계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정통 뱅커들보다도 더 기업의 밸류에이션(valuation·가치)에 초점을 맞추며 경영전략을 고민한다. 하지만 은행은 엄연히 규제산업이고 전북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턱없이 몸집이 작은 게 현실이다. 은행의 지속적인 성장을 과제로 떠안고 있는 그에겐 공세적인 전략을 펼치기엔 구조적 한계가 너무 클 수밖에 없다. ◇은행산업, 구조적 성장 한계 봉착임 행장은 국내 은행 산업 특히 지방은행의 한계를 토로하며 “은행업은 답답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은행이 수익성만을 좇아 여신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는 만큼 무리하게 성장 전략을 펼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수수료 수입 역시 정부의 규제와 더불어 은행간 과당경쟁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재고할 여지가 많지 않다는 거다. 임 행장은 “은행의 전통적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은 저금리 기조로 점차 줄어드는데 반해 인건비, 전산비 등 고정비용은 계속 올라가다보니 은행 경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지방은행이 어렵고, 지방은행 중에서도 지역내 대기업이 없는 전북은행은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에 따라 “전북은행은 국내 은행 산업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전라도 지역은 큰 기업도 없어 여신을 확대하기에 한계가 많고, 인구 구성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30%가 넘는 초고령화 단계에 들어섰다”며 이 같은 구조적 한꼐는 국내 시중은행들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눈을 역외로 돌린다고 했다. 전북은행이 역외지역 총 공세에 나서는 건 이 같은 이유다. 전북은행은 3년전부터 수도권 지역 등에 점포 개설을 시작해 대전(8개), 서울(13개), 인천(5개) 등에 4~5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소형 점포를 운영 하고 있다. 임 행장은 “이들 소형 점포는 2년이면 수익성을 맞춘다”며 “전북은행은 적은 비용의 점포 운영을 통해 여전히 영역을 넓힐 지역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중은행은 남아도는 유휴 인력이 문제지만 전북은행은 밖으로 나가면 이들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북은행가치 끓어올리기 ‘맹공’ 임 행장은 지난 2009년부터 2년간 전북은행 사외이사로서 전북은행의 운영을 감독·감시했다. 전북 지역의 협소한 산업기반과 낮은 GRDP(지역내총생산) 등으로 전북은행은 지역내 성장만으로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지주회사 설립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후 전북은행은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캐피탈, 자산운용사 등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2009년 자산 7조원에 불과했던 전북은행은 지난해 광주은행 인수에도 성공해 4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명실상부 종합금융지주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임 행장은 당시 경영 참여 목적의 PEF(사모펀드) 운영 지침에 따라 전북은행의 사외이사로 참여했다. 전북은행을 지주사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전북은행의 영업 기반을 수도권으로 확장해 ‘시너지’ 영업을 전략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 행장은 “계열사인 JB우리캐피탈은 캐피탈사중 최고로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한과 KB를 뛰어넘을 수 있다”며 “은행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만 특화전략을 통해 타업종을 전국 레벨로 끌어올리면 은행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드 사업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분야다. 임 행장은 “전북은행은 수수료 수입 기반이 열악한데, 아직 카드사업을 분사하지 않아 카드 활성화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만들어 낼 여지가 많다”며 “전북도민 1인 1 전북은행 카드가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진출 추진…JB우리캐피탈 선봉대전북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해외 진출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JB우리캐피탈을 선봉대로 내보낸 후 은행이 이를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임 행장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 현재 시장조사 중”이라며 “동남아시아는 부동산보다는 동산을 담보로 소액대출이 필요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동산을 담보로 대출영업을 하는 것에 익숙한 캐피탈을 먼저 보낸 후 전북은행과의 시너지 영업을 펼치겠다”고 설명했다. 임 행장은 국내 은행산업의 미래를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산업은 이제 국내 영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중은행도 해외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동남아시아에도 이미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대부분 진출해 있는 만큼 국내 은행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전북은행과 같은 지방은행들이 그런 틈에서 어떤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면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 = 송길호 금융부장 khsong@edaily.co.kr정리 = 김경은 기자 ocami81@
- [IFC 2015]"한·중 금융 혁신의 길을 밝히다"
- ▲지난 6일 중국 상하이(上海) 푸시(浦西)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금융혁명시대의 새로운 전략...핀테크, 혁신 그리고 성장’을 주제로 열린 국제금융컨퍼런스(IFC)에서 주요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김관승 KG이니시스 대표, 박관수 다음카카오 커머스-페이먼트사업본부장, 김수봉 보험개발원장, 김정수 신한카드 미래사업본부장,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유콘 황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수석연구원, 푸유에 중국경제망 부총경리,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한푸링 중앙재경대 실용금융학회장, 김유미 금융감독원 IT·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 김형철 이데일리 사장,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롄핑 중국교통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사진=이데일리 특별취재팀][상하이=이데일리 특별취재팀] “각기 다른 한·중 금융인프라를 고려해 전략적이면서 선택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합니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 간 국제금융도시 중국 상하이(上海)의 푸시(浦西)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주최 제4회 국제금융컨퍼런스(IFC)에서는 한·중 핀테크 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발전과제 등이 심도있게 논의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유콘 황(Youkon Huang)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수석연구원(전 세계은행 중국대표)은 “중국 은행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상·농업·건설·중국 등 4대 은행이 조만간 인터넷은행 설립 등의 형태로 핀테크 혁명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의 전자금융시장이 더욱 진일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핀테크 산업의 발전전략에 대해선 금융인프라의 토대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구축돼 있는 한국의 경우 중국의 혁명적인 방식보다는 점진적인 방식을 통해 규제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쉬밍치(徐明棋) 상하이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책상 앞에 앉아 대책을 내놓거나 해외 선진국의 관리방법을 복제하게 되면 인터넷 금융과 같은 ‘신생 사물’ 의 성장 속도를 저해할 수 있다”며 “시작부터 엄격히 관리하면 ‘싹’을 밟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유미 금융감독원 IT·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은 “각국의 금융인프라 구축상황을 감안해 적합한 핀테크 산업의 진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며 “핀테크 업체, 금융사, 금융당국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푸링(韓復齡) 중앙재경대 실용금융학장은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전략과 관련, “조작 과정과 프로세스가 간단해야 한다”며 “고객들의 수요를 읽어낼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박관수 다음카카오 커머스-페이먼트사업본부장, 김정수 신한카드 미래사업본부장 등은 삼성페이의 출현을 계기로 향후 IT기업, 금융회사 등 시장참여자들의 협력과 융합 등 합종연횡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금융혁명시대의 새로운 전략…핀테크, 혁신 그리고 성장’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엔 양국의 금융사와 기업, 금융당국 관계자, 대학생 등 400여명이 참석했으며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비롯해 문회보, 중국망 등 20여 개 중국 언론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 특별취재팀 △단장 송길호 금융부장 △팀장 김영수 금융부 차장 △문승관 금융부 차장 △성선화 △김경은 △나원식 금융부 기자 △조진영 정경부 기자 △김경민 베이징 특파원 △한대욱·방일권 사진부 기자
- [데스크칼럼]금융개혁의 패러다임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개혁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의식과 제도의 틀을 동시에 바꾸는 혁신전쟁이다. 겉으로 드러난 하드웨어 뿐 아니라 내면적인 소프트웨어까지 변하도록 유인· 압박· 강제하는 과정. 그래서 단순한 선언적 구호로는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 목표가 선명하게 그려지고 의식과 제도를 뜯어고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마련될때 개혁의 동력은 힘을 받는다. 금융개혁의 메시지가 전방위로 울려 퍼진다. ‘통렬한 반성, 강력한 규제 혁파, 낡은 관행의 개선…’ 금융당국의 언어는 비장하고 강렬하다. 온·오프라인 장벽의 파괴, IT를 접목한 금융서비스의 등장, 금융업권의 융·복합화. 금융생태계의 지각변동 과정에서 변화와 혁신의 물결이 출렁인다. 정권초만해도 집권세력으로부터 홀대 받는다는 지적을 받던 금융부문이 이젠 4대 국정개혁과제의 한 자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금융개혁은 역대 정권의 단골 레퍼토리다. 정부가 금융자율화· 규제완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1990년대 이후 지속된 핵심 정책과제다. 하이라이트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정부의 구조개혁. 고도압축성장기 부실과 관치로 얼룩진 금융부문에 메스를 들이대는 파격이었다. 대마불사의 신화는 사라지고 은행은 문을 닫았으며 보험· 증권· 종금 전 금융권이 영업정지나 합병 등으로 다시 태어났다. 폭풍처럼 진행된 바로 그 개혁작업은 그러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론 이어지지 않았다. 하드웨어는 변했지만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금융부문의 질적 경쟁력은 답보상태다. 구태를 답습하는 관행과 의식이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이다. 정권의 눈치만 바라보는 정치금융, 시장 플레이어들의 상전 노릇 하려는 관치금융, 여기에 자생력을 잃어버린 금융기관의 보신주의. 이 모두 삼위일체가 되어 후진성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구조개혁 이후 노무현정부(동북아 금융허브), 이명박정부(녹색금융) 모두 금융부문의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한결같이 요란한 구호에 변죽만 울리다 미로를 헤매며 사라졌다. 금융부문 그 자체의 경쟁력 제고에 대한 성찰 보다는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한 결과다. 동북아 균형자론, 녹색성장 같은 정권의 레테르에 금융부문을 교묘히 집어 넣어 정치적 슬로건으로 전용했을 뿐이다. 박근혜정부도 이미 이 같은 오도(誤導)된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른다. 창조경제의 아류인 창조금융을 구호로 내세우더니 지금은 기술금융을 혁신의 이정표로 삼는다. 통상적인 벤처기업 대출을 기술금융으로 포장해 대출실적에 따라 혁신성 평가라는 이름으로 은행들을 줄세우는 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윗분’의 말씀 한 마디에 금융당국과 업계의 리더 108명을 한 자리에 끌어모은 급조된 관제토론회는 전시행정의 극치로 보인다. 대통령이 선호하는 말의 성찬 속에 앞에선 창조 금융, 뒤에선 찍어누르기식 관치 금융이 횡행하는 모습, 바로 한국 금융의 슬픈 자화상이다. 금융은 전형적인 규제산업이다.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룰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해당 금융산업의 명암이 갈린다. 그래서 규칙을 만드는 정부, 심판자 역할을 하는 당국의 관행과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금융산업의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개혁은 결국 금융당국의 혁신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헤묵은 규제완화도 낙하산 인사의 척결도 혁신으로 무장한 금융당국의 의지가 바탕이 될 수밖에 없다. 뼛속 깊숙이 박혀 있는 관치의 DNA를 제거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금융개혁이란 단순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일 뿐이다.
- [데스크칼럼] 핀테크 혁명의 컨트롤타워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핀테크산업의 기본원칙은 협업과 개방(collaboration & openness)이다. 창조경제의 근간인 융복합의 과정이기도 하다. 온· 오프라인 통합시대, 창의적인 전략적 제휴는 기존의 프레임을 뛰어넘는 예기치 못한 산업간 빅뱅을 유발한다. 핀테크 혁명의 가장 큰 적은 그래서 칸막이의 벽에 갇힌 폐쇄적· 단절적 사고인지 모른다. 기존 틀에서만 맴도는 관료들의 도식적 사고로는 획기적인 금융혁신이란 신기루일 뿐이다. 금융과 정보기술의 융복합, 그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금융당국이 분주하다. ‘전자금융 활성화’ ‘한국판 페이팔 육성’. 시대적 조류를 성장기회로 모색한다며 핀테크 혁명의 주도를 공언한다. 신기술탑재에 따른 금융서비스의 확산, 이전엔 경험해보지 못한 ‘지도에도 없는 길’이 눈앞에 펼쳐지며 금융생태계는 요동을 친다.IT분야의 최강자, 인터넷뱅킹 등록고객 1억명. 그럼에도 핀테크분야만은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조차 뒤처지고 있는 이유는 명백하다. 각종 규제의 덫에 걸려 산업간 융복합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 업무의 인허가, 약관심사, 보안성 심사 등 각종 절차적 규제는 물론이다. 금산분리· 금융실명제의 원칙 아래 창의적인 금융활동을 제약하는 오프라인 시대의 각종 제도적 장치들이 발목을 잡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혁신적 기술을 법과 제도가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정체된 모습. 그 이면에는 부처간 할거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모바일 결제시장의 관할영역을 둘러싼 혼선은 단적인 예다. 금융회사와 전자금융업자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이동통신사업자는 방송통신위원회·미래창조과학부, 통신과금사업자 등 전자지급결제서비스사업자는 미래창조과학부, 지급결제시스템 운영자는 한국은행이 각각의 상전(上典)이다. 각 부처에서 요구하는 규제들이 제각각이니 플레이어로선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전략도 제각각, 전체적인 조화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요즘 보안성 심의제도 폐지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보안성과 편의성,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다. 산업을 빠르게 육성하기 위해선 보안성 심의제도를 폐지해야 하지만 금융사고의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전의 금융규율, 조직논리, 사고의 틀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각종 난제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금융혁신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한 민간이 주도하는 법이다. 그 싹이 피어날 수 있는 건전한 금융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알리바바 등 중국 전자상거래기업이 핀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건 중국 정부의 글로벌 기업 육성이라는 원대한 포석이 바탕이 됐다.핀테크 혁명이라는 도도한 흐름에 대응한 그랜드플랜을 마련하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산업별 영역, 국가적 테두리를 뛰어 넘어 글로벌 시장이라는 큰 그림에서 관련 산업이 꽃 피울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일이다. 기존 관료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다. 금융과 정보기술의 융복합을 지휘하는 관제탑, 바로 컨트롤타워의 구축이 절실하다.민관합동위원회 등 별도의 기구를 통해 기존 업계의 이해관계에 포획되지 않는 통합되고 일관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육성과 규제, 보안과 편의 등 각종 상충되는 원칙의 접점을 마련하고 이전과는 다른 규율을 통해 게임의 룰을 재정비하는 작업은 실무차원의 융합에서 시작돼야 한다. 금융혁신의 시대, 협업과 개방의 신선한 바람은 비단 핀테크 산업 그 자체 뿐 아니라 그 생태계를 조성하는 관료사회에서부터 불어야 할 것 같다.
- [데스크칼럼]지도에도 없는 길
- [이데일리 송길호 정경부장]경기부양은 마약과도 같다. 지금 이 순간 달콤한 혜택을 톡톡히 누릴 수 있지만 그 비용과 후유증은 미래에 교묘히 전가되며 더 큰 폐해를 낳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은 그래서 허약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전을 제시해야 한다. 단기적인 내수진작책과 장기적인 구조개혁의 유기적인 작동, 바로 경제정책의 앙상블이다. 빚더미에 짓눌린 재벌, 관치와 부실로 얼룩진 금융, 경직화된 노동, 철밥통 공공…,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국경제는 만신창이였다. 집도의로 나선 김대중정부는 위기를 지렛대로 삼아 과감히 메스를 들이댔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2001년 8월, IMF 체제 조기 졸업을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대대적인 내수부양을 위해 신용카드 버블을 조장하는 등 무리한 정책기조가 이어진거다. 개혁의 덫에 발목이 잡힌 정부로선 임기말이 점차 다가오면서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당장의 성과가 필요했을 터. 누적된 적폐를 해소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 ‘위장된 축복’이 될 수도 있었던 전방위 구조개혁 작업은 그렇게 미완의 개혁으로 끝났다. 경제정책은 근시안적인 인기영합의 유혹에 항상 노출돼 있다. 관료도 장관도 대통령도 짧은 임기내에 일정한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유인이 크다. 그래서 친구보다 적을 더 많이 만드는 인기 없는 구조개혁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경기흐름을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한국경제는 이미 구조적인 저성장기조에 접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까지 8년간 실질 성장률은 연평균 4.6%, 이후 5년간 3.2%로 뚝 떨어졌다. 4∼5%대 수준이던 잠재성장률이 위기의 파고를 겪으며 3%대로 하락한 상태다. 부채의 덫에 빠진 가계, 성장모델을 상실한 기업,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초래한 각종 구조적 요인이 겹치며 성장동력이 약화된 결과다. 문제의 본질이 경기순환적인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면 지금 한국경제에 대한 처방은 달라져야 한다. 경기대응적인 거시정책이나 부동산시장 활성화 같은 미시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한 케인즈적 수요진작책 뿐 아니라 경제의 혁신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개혁, 바로 장기적인 공급능력을 향상시키는 포석이 절실하다는 얘기다.최경환경제팀은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는데 집중하다 보니 근시안적 처방에 집착하는 것 같다. 재정적자의 무리한 감수, 자산효과를 유도하기 위한 부동산시장 활성화, 기업 소득을 가계로 이전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 등은 실효성도 의문이지만 근원적 처방은 될 수 없다. 체감경기 개선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계량적으로 환산되는 성장률에 여전히 연연하는 모습도 우려되는 대목이다.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흘려보낸 건 경기부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1985년 플라자합의 후 엔화절상으로 구조적 한계가 노정되던 시절, 저출산 고령화의 질곡속에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 현상이 짙게 드리워진 바로 당시의 위기상황을 경기순환적 요인으로 오판하며 구조개혁을 등한시한 결과다. ‘지도에도 없는 길’은 어쩌면 그동안 알면서도 두려워 일부러 외면했던 그 길인지 모른다.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파와 공공기관 정상화, 연금제도 정비, 유연한 노동시장을 위한 제도개선은 이해집단과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는 고난의 과정. 하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 이 같은 일련의 개혁작업은 불가피한 투자의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구조개혁 없이 경기활성화에만 매몰되다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길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 [데스크칼럼]최경환標, 경제무기력증 탈피법
- [이데일리 송길호 정경부장] 창조적인 정책조합(Policy Mix)은 통합과 융합의 앙상블이다. 다양한 정책수단을 정책목표에 따라 짜임새 있게 설계하는 창의적인 정책과정이다. 상충되는 정책들은 전체적인 일관성과 통일성을 상실하게 마련. 그래서 이를 전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경제리더십이 필요한 법이다. 정책조합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들은 분화되고 정책목표 달성은 요원해진다.경제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렸다. “지도에도 없는 길…” 최경환 부총리의 다짐은 비장하다. “가 본 적은 없지만 우리가 가는 길이 곧 길…” 감정선을 자극하는 미묘한 레토릭은 불확실한 미래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다. 교과서에는 없는 파격과 변칙, 창의적인 접근을 예고한다. 초반 승부수는 통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전격 회동.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룰때 정책효과는 극대화된다는 점을 선명히 각인시킨 극적인 이벤트였다. 재정정책, 통화정책 2개의 화살이 경제활성화라는 표적을 향해 동시에 날아가는 모습. 무기력증에 빠진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작은 불씨가 타오른다.경제는 심리다. 현재가 고단해도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면 가계는 소비를 하고 기업은 투자에 나선다. 그래서 모든 경제리더는 끊임없이 확신과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무기력증에 빠진 경제주체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전임 현오석 부총리가 경제심리에 불을 지피지 못한 건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도식적인 접근방식에 매몰된 채 체감경기와는 동떨어진 지표를 인용하며 ‘경제 문제 없음’을 강변하는데 그친 거다. 경제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빠진 낙관론은 시장의 불신을 자초하는 법. 박근혜정부 1년반의 골든타임은 그렇게 흘러갔다. 경제무기력증의 골은 깊다.저성장에 타성이 붙은 이력효과(Hysteresis Effect), 경로의존성에 매몰된 현상유지 성향이 여전히 팽배하다. 웬만한 자극이 없는 한 경제주체의 행태에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 루비니가 한때 ‘변칙적이고 미친 정책’이라고 표현했던 버냉키의 양적완화와 같은 발상의 전환이 절실해진다. 문제는 접근방식의 창의성이 정책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책수단간 유기적인 조화와 결합이 전제돼야 한다. 아직 설익은 정책이지만 ‘기업 유보금의 가계이전 방안’이 단적인 예다. 접근법은 일단 신선했다. 기업성과→일자리창출→가계소득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방식을 탈피했다. 대신 기업에서 가계로 직접 부(富)를 이전하며 선순환의 고리를 이룬다는 발상의 전환이 눈에 띈다. 하지만 배당·임금소득을 유인하기 위한 기업 과세방안 등 구체적인 정책수단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기업 옥죄기, 우회적 분배론, 대중 영합주의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기(氣) 살리기’라는 상위 정책과도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투영되면서 전체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논란은 있지만 아베노믹스가 평가 받는 건 무기력한 경제심리에 불을 지펴 경제회복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심었다는 점이다. 양적 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이라는 복잡한 경제정책을 3개의 화살로 비유, 선명한 이미지를 형성하며 국민들과 소통한 거다. 적절한 정책조합과 마케팅의 힘이다. 24일 발표되는 최경환 경제팀의 첫번째 작품(하반기 경제정책운용방안)은 이전처럼 백가쟁명식, 정책의 성찬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신선한 접근방식을 넘어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각종 정책수단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길 바란다.심플하게 돈 풀고 임팩트 있게 정책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며 경제가 살아날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모습. 창조적인 정책조합과 활발한 정책마케팅으로 경제 무기력증을 타파하고 열정에 불을 지필 일이다.
- [데스크돌직구]‘崔고집’이 진짜 경제사령탑 되려면…
- [이데일리 송길호 정경부장] 경제정책은 삼위 일체의 화음으로 울려퍼진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책목표, 현실가능한 정책수단, 정책고객인 이해관계자들을 설득 유인할 수 있는 치열한 정책홍보전.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이끄는 힘은 바로 정책리더십에 달려 있다. 박근혜노믹스의 전위대, ‘최경환경제팀’이 발진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저성장, 축소균형, 성과 부재’라는 경제 현실에 대한 인식을 통해 확장적 거시정책을 과감히 운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재정지출의 확대, 부동산 규제완화, 기업 유보자금의 가계이전’. 소비와 투자 심리를 살릴 수 있는 각종 정책수단도 선보였다. 전임 경제팀이 지표경기에 매몰된 채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표에 연연하지 않고 체감경기 살리기에 적극 매진하는 모습은 핵심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 같다. 관건은 이 같은 각종 정책수단들이 어떻게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뤄 정책목표에 착근하느냐다. 최 부총리 자신도 “유기적인 팀워크, 일심동체(一心同體)” 등을 강조하며 리더십의 구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제는 실천과 행동, 방법론이다. 전임 ‘현오석경제팀’이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건 바로 경제리더십의 부재에 있었다. 정책 우선순위의 혼재, 부처간 정책혼선, 정책마케팅의 부재, 모두 경제정책의 구심점으로선 미흡했다. 정책에 대한 원대한 비전도 정책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려나갈 수 있는 내재적 인센티브도, 예견된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응책도 찾기 어려웠다. 대통령은 푯대를 향해 ‘전진 앞으로’를 외치지만 부총리는 이를 복창만 하며 그대로 받아쓰는데 급급한 모습. 복잡한 경제현실을 돌파하기엔 분명 한계였다. 경제리더십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정책조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끊임 없는 설득과정을 통해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도 관건이다. 핵심은 경제에 불씨를 지피기 위해 기업들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를 이끌어내는 일이 절실하다. 관료집단, 이해관계자들과의 전면전과 같은 규제혁파 작업은 강력한 리더십이 없으면 돌파하기 어렵다. 경제리더십의 성패는 바로 정치권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법률로 제도화될 경제정책은 국회 특히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심판자처럼 국회에 입법을 촉구할 게 아니라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 야당을 설득, 입법을 유도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이 같은 일련의 모든 과정은 정책마케팅과 연관이 있다. 정책마케팅의 핵심은 관점의 전환이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의 입장이 아닌 고객인 이해관계자의 입장, 바로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그 내용과 효과를 설파하는 작업을 통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는 일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무장관의 한 명으로 꼽히는 로버트 루빈은 자신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지침으로 삼은 기본명제는 ‘불확실성의 전제’라고 했다. 3년전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WSF)의 메인연사로 방한한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무장관 시절 정책판단을 내릴때 그 언제나 확신에 찬 의사결정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다만 모든 다양한 결과를 산정하고 각각의 경우에 따른 이해득실을 판단한 후 모든 이용 가능한 정보를 통해 판단을 내렸다. 대신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결국 선택은 리더의 몫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 좌고우면(左顧右眄)한다면 경제리더십의 구현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불확실한 경제현실의 파고속에서 최 부총리도 루빈처럼 소신있게 정책을 밀어붙였으면 한다. 경제리더가 확실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코끼리 같은 관료조직이 움직이고 정책도 힘을 받는 법이다. 저성장 양극화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경제현실. 아무리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도 창의적인 정책도 정책리더십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 [데스크칼럼]官피아와의 전쟁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관료제의 본질은 끊임없는 자기증식이다. 엘리트 관료는 독점적 면허와 전관예우의 특권을 바탕으로 산하기관과 협회, 유관 업계로 지배권을 넓힌다. 유착과 공생, 검은 커넥션, 이권의 카르텔을 통해 관료와 이해집단은 그들만의 배타적 블록을 형성하며 정서적 공동체로 결집한다. 관료집단의 전횡과 일탈, 이익집단으로 변질된 공룡과도 같은 관료생태계, 바로 관피아의 적폐(積弊)다. 대형사고가 터질때마다 그 배후엔 마피아 같은 관료집단, 각종 관피아가 예외없이 등장한다. 모피아, 금피아, 국피아, 교피아, 원전마피아, 철도마피아, 그리고 해피아 …. 이번 세월호 참사의 저변에도 고질적인 병폐는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경쟁없는 관료사회의 무능과 무성의 무책임. 부조리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슬픔과 분노의 에너지는 관료개혁의 동력으로 전환된다.공직철밥통 완전 추방, 눈치보는 공무원 반드시 퇴출. 대통령의 다짐은 결기에 차 있다. 국가개조의 일환, 고장난 사회시스템 혁파. 관료집단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배신과 분노로 바뀌면서 개혁의지도 활활 타오른다. 관료행복시대를 활짝 열어 준 박근혜정부에서 관료집단이 개혁의 도마위에 오른 건 아이러니다. 관료개혁은 역대 정권의 단골메뉴였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관료들의 교묘하고 조직적인 저항, 개혁의 트랩에 걸린 정치권력, 권력 누수에 따른 레임덕, 정치권력과 관료조직의 보이지 않는 타협, 그리고 개혁의 좌초. 관료개혁의 파노라마는 이상의 덫에 갇힌 미완의 프로젝트였을 뿐이다. 관료개혁의 실패는 전략의 부재일 수도 의지의 빈약일 수도 있다. 정치권력은 관료집단을 개혁의 ‘대상’인 동시에 ‘전위대’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관료들은 태생적으로 반(反)개혁적인 법. 자신들이 창출한 구질서를 스스로 타파하라는 건 자기모순이다. 5년 단임이라는 제한된 정치권력의 한계일 수도 있다. 관료들에게 대통령과 장관은 한낱 지나가는 나그네일뿐. 정권 초 바짝 엎드려 있다가 정권의 힘이 약해지면 무서운 복원력을 통해 거꾸로 정치권력을 포획하는 모습. 유한한 정치권력이 영속적인 관료기구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리드하는 건 분명 힘겨워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관료개혁도 이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른다. 관료들은 이번에도 개혁의 칼자루를 쥐고 근사한 보고서 작성에 바쁘다. 개방형 공무원 임용 확대, 성과보상 시스템 재설계, 퇴직관료 재취업 감시와 견제 강화 …. 각종 짜깁기 대책들이 그들의 작품으로 발표될 터. 책상에서 만들어진 제도적 보완책만으로 적폐를 청산할 수 있다고 믿는 건 미망(迷妄)이다.결국 정치 리더십에 달려 있다. 대통령의 나홀로 국정운영스타일부터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받아쓰기 장관’들로는 한시적인 개혁의 시간표 속에 노회한 관료들과의 전면전에서 승산이 없다.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해줄 힘 있는 장관들이 강력한 개혁의 전사가 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내각. 그동안 구두선에만 그쳤던 책임장관제의 실현을 통해 개혁의 물꼬를 터야 한다. 제도적 접근을 넘어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처절한 쇄신의 바람이 관료사회 현장에 불어야 한다. 2014년 4월16일 젊은 생명들의 참혹한 소멸은 공명이 되어 관료개혁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못다 핀 어린 꽃들의 희생을 눈물로 품고 필사적으로 전진할때만이 오랜세월 누적돼온 부조리의 장막을 걷어낼 수 있다. 개혁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탄력 받는 법. 개혁의 공감대가 임계점에 이른 지금, 이런 호기마저 놓친다면 대한민국은 관료공화국의 오명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겠는가.
- [데스크칼럼] 무상프레임의 선거공학
- [이데일리 송길호 정경부장]선거전은 메시지 전쟁이다. 울림과 설렘의 레토릭을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뒤흔드는 프레임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선동적인 의제설정은 내편과 네편을 명확히 가르고 반대진영을 극단으로 내모는 전가의 보도. 선거전의 승리만을 지상과제로 삼는 정파에게 프레임 놀이는 선거공학의 진수, 정치공학의 결정판이다. 결전을 50여일 앞둔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프레임의 선거공학은 교묘히 기승을 부린다. ‘기초선거 불(不)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고 있지만 물밑에선 각 진영의 선거공학적 계산법이 빠르게 작동한다. 무상버스, 100원짜리 콜택시, 무료콜버스, 통행료 전면 무료, 지역상가 무료 급전 대출, 무상교복, 무상교재 …. 일련의 무상공약 시리즈는 프레임 선거전의 우울한 단상이다.무상공약 신드롬은 2010년 6·2 지방선거때 본격 점화된다. 당시 민주당이 제시한 무상급식 공약은 선거판을 일약 찬반 양론으로 극명히 가른다. 한발 더 나아가 보편적 복지·선택적 복지의 이념적 논쟁으로도 비화된다. 구체적 정책이 거대 담론으로 전환되면서 일련의 정책분석 과정은 도외시된 채 이데올로기적 분화에 따른 진영논리만 횡행하던 모습. 논리와 설득보다 감정과 주장이 팽배한 바로 그 선거전은 전형적인 무상의 파노라마였다.공짜는 달콤한 유혹의 언어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혜택을 볼 수 있는 무료 무상의 미혹은 대중영합의 극치다. 공짜 점심은 없고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는 법. 누군가 무상으로 혜택을 받으면 반드시 다른 그 누군가의 부담으로 전이되고 급기야 더 큰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인센티브 체계를 왜곡하는 무상복지는 그 자체로 고비용 저효율을 내포한다. 한정된 재원에 무상급식이 도입되자 교사충원에 차질이 빚어지고 설비 확충에 들어갈 돈이 줄어 교육환경은 되레 열악해진다. 무상보육의 확대로 전업맘까지 어린이집에 경쟁적으로 아이를 맡기면서 저소득층 워킹맘은 울상이다. 화급한 복지예산이 줄거나 정작 필요한 저소득층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이른바 ‘무상복지의 역설’. 여기에 재정자립도 51%, 한해 중앙정부 예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100조원대의 부채공포 속에 지방정부의 가계부는 빨간줄로 점철된다.선거전의 공약은 각 진영이 각자의 비전과 실행계획을 제시하고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는 정치상품이다. 그러나 허위 과대 포장으로 대중을 현혹하고 기만하는 무상공약은 전형적인 선동적 포퓰리즘일 뿐이다. 선거공학이란 비판을 피하고 싶다면 재원조달의 방법, 실현가능성, 정책효과와 예상되는 부작용 등 일체의 계산서를 신상품에 첨부할 일이다. 공짜신드롬은 정책적 무능에 허덕이는 무책임한 일부 정치권과 도덕적 해이에 빠진 일부 유권자의 합작품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일련의 복지논쟁을 거치면서 이젠 많은 유권자들이 무차별적 무상공약시리즈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선동의 메아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건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과 다를 바 없다. 일단 구설에 휘말려도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어들여 선거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복지확대의 도도한 흐름에 편승한 일부 진영의 프레임 전략. 그에 따른 무상 신드롬이 한국적 선거풍토로 자리잡고 있다. 선동의 선거문화가 횡행하면서 정치권의 무기력과 유권자들의 냉소, 정치적 무관심도 점점 깊어진다. 표심을 파고들기 위해 선거공학적 기교를 아예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금도(襟度)는 있는 법. 공짜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대중을 미혹하는 특정 진영 선동의 정치는 퇴행적 정치문화를 투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