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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여 남은 재보선 파장…보수 결집 기폭제 되나
전문가들은 당장 여야의 유불리를 점치긴 어렵지만 윤 총장의 사퇴가 재보선에서 보수 세력의 결집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야권 지지자들의 결집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야권에 확실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면서 “여권 입장에선 (파장을) 희석하려 할 텐데 대응을 잘못 하면 되레 야권의 결집을 부추기거나 결집된 상태에서 재보선을 치를 수 있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도 “윤 총장이 반문(반 문재인) 정서를 대표해 왔던 터라 보수층 결집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등 야권 진영에서는 고무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후보로 선출한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단일화 협상에도 파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간 공식 대응을 자제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 사퇴를 계기로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기를 고작 4개월 앞두고 사퇴하겠다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면서 “이미 어제 대구에 방문했을 때, 국민의힘 소속 광역시장이 직접 나와 영접을 하고 지지자들 불러모아 `대선 출마 리허설`을 했던 것도 이제 와 보면 다 철저한 계획 하에 이뤄졌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의 이익만을 위해 검찰개혁을 방해하다 사퇴마저도 `정치적 쇼`로 기획해 그야말로 `정치검찰의 끝판왕`으로 남고 말았다”면서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검찰이라는 공조직을 악용했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검찰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검찰 조직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활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윤 총장의 진정성은 검찰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치 행보에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무책임한 사퇴와 정치적 처신에 국민은 실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4·7 재보선 이후 야권발(發) 정계개편 구심점 가능성
국민의힘은 `축출` `헌법파괴 현장` 등 날선 언어로 문재인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도 내심 고심하는 모습이다. 야권의 `파이`가 한층 두터워지는 측면은 있겠지만, 자당의 유력 주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여론의 관심이 온통 윤 총장에게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지율에서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범 야권에선 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 공동 전국지표조(NBS)에서도 윤 총장은 9%를 기록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와 홍준표 의원(4%)를 따돌렸다. 보수진영 후보 적합도에도 13%로 1위를 기록했고,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는 27%를 차지해 홍 의원(10%)과 큰 격차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 안팎에선 윤 총장이 당분간 `관망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과 결별했지만 `국정농단 사건` 수사 악연으로 국민의힘을 선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7 재보선 이후 가능성이 거론되는 야권발 정계 개편과 맞물려 신당 창당 등 `제3지대`를 통해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인의 사퇴로 4차 재난지원금, 가덕도 신공항 등 모든 이슈를 덮어버려 야권을 돕는 역할은 다 한 것”이라면서 “당분간 제3지대에서 메시지 관리 등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향후 정계 개편 과정의 핵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