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기대했던 ‘쇄신 경쟁’은 사라지고 ‘친문 검증’만 남았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을 노리는 홍영표·송영길·우원식(기호순) 후보의 경쟁이 당내 영향력이 가장 큰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다. ‘민심이 아닌 당심만 쫓았다’는 평가 속에 열기도 주춤하다. 174석 거대여당을 이끌 사령탑을 뽑는 5·2전당대회이나 대선정국을 앞두고 권한이 분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20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광주·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홍영표(왼쪽부터)·송영길·우원식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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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대의원·권리당원 온라인투표가 28일 시작된 가운데 당권주자들은 당심에 마지막 호소를 보냈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친문 핵심인 홍 후보가 친문 지지층의 결집을 시도했으며 송 후보는 경쟁 후보간 통합을, 우 후보는 민생을 중심에 둔 마지막 출사표를 던졌다.
홍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에 강하고 성과로 검증된 당대표가 필요하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불안에 당을 한시도 내줘서는 안된다. 분열에 당이 잠시도 흔들려선 안된다”며 송 후보를 겨냥해 비판하기도 했다. 송 후보는 SNS에 “이기는 민주당, 하나되는 민주당을 함께 만들겠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 탄신 476주년임을 언급하며 “물러설 자리는 넓었지만 물러서서 살 자리는 없었다”고 필승을 다짐하기도 했다. 우 후보는 “친문·비문 전당대회가 아니라 민생대표를 뽑아야 민주당이 살고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새 당대표는 대의원(45%)·권리당원(40%)을 상대로 29일까지 진행되는 온라인 투표 및 내달 2일까지 진행하는 ARS 투표와 29일부터 이틀간 이뤄지는 국민(10%)과 일반당원(5%) 여론조사를 종합해 선출한다. 세 번째 당대표에 도전하며 인지도에 앞선다는 송 후보가 대의원과 국민·일반당원 투표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나 친문 영향력이 강한 권리당원이 다른 후보를 선택할 경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2012년 전당대회에서 당시 열세였던 이해찬 전 대표가 권리당원의 지지를 이끌어 내며 결과를 뒤집은 선례가 있다.
세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나 흥행은 미지근하다. 지난해 치른 8·29전당대회에서는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김부겸 현 국무총리 후보자 그리고 당시 서울시장 선거 출마가 점쳐졌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경쟁했으나 이번에는 중진의원간 경쟁으로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하다.
삼파전을 뚫어낸 새 당대표가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당대회가 끝나는 대로 대선정국에 돌입하는 만큼 당 핸들링보다 대선 경선 관리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 호남이 지역구인 한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대선 정국인데 새 당대표보다 유력 차기 대권주자의 입김이 더 강해지지 않겠나”라며 “4·15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후 당대표에 올랐던 이 전 대표는 대권주자를 겸해 당내 영향력이 컸으나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관리자 역할을 더 요구받게 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