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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 그룹 간 통합에 반대 입장을 낸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행동주의펀드 등과 손을 잡고 경영권 분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진다. 한국앤컴퍼니 사태를 비롯해 최근 재계에서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사모펀드의 개입이 언급되는 상황이 잇따르면서 두 사태의 유사점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 12일 OCI(456040)그룹 지주사 OCI홀딩스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는 이사회를 열고 현물출자와 신주 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경영 통합 발표 당시 전혀 다른 두 그룹의 이종결합이라는 점에서 향후 시너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후 임 사장이 반대 의견을 표하며 상황은 내부 대립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임종윤 사장이 사모펀드와 손을 잡으면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앤컴퍼니 경우와 다르게 외부 개입의 명분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000240) 공개매수 당시 국내 1위 타이어 회사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내세웠다. 당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업무상 횡령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이후 계열사 부당 지원 등으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반면 이번 통합의 경우 두 그룹 모두 신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명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미사이언스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보기 어렵다. 한미약품 그룹 측도 “임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 있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양사의 이사회 결의를 모두 거쳐서 발표된 만큼 추후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진 않는다”면서 “기업의 덩치가 크기 때문에 그만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PE들이 위험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