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자본잠식 VC 늘어난다…올해 벌써 4곳 '경고등'

중기부 시정명령 받은 VC 5월 기준 4곳
1차 조치 후 3개월 내 경영개선 해내야
펀드레이징·투자 이어가도 생존 어려워
중대형 VC는 역대 실절·기록 경신 '양극화'
  • 등록 2024-05-18 오전 4:28:49

    수정 2024-05-18 오전 4:28:49

이 기사는 2024년05월17일 16시28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에 주요 기업체 건물들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펀드레이징이 어려워지자 자본잠식에 빠지는 벤처캐피탈(VC)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형 VC를 중심으로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운용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되면서 최악의 경우 창업투자회사(창투사) 라이선스를 반납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17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자본잠식’ 사유로 중소 벤처기업부(중기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VC는 △더시드인베스트먼트 △오라클벤처투자 주식회사 △엔피엑스벤처스 △네오인사이트벤처스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동안 자본잠식으로 경영개선 요구를 받은 VC가 1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최악의 경우 창투사 라이선스 반납 위기

창투사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에 따라 ‘자본잠식률 50% 미만’이라는 경영 건전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중기부는 창투사에 △자본금 증액 △이익 배당 제한 등 경영개선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들은 조치를 받은 지 3개월 이내 자본잠식률을 50% 미만으로 끌어내려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시 최대 6개월의 2차 시정명령을 받는다. 그럼에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벤처투자회사 등록 말소 여부를 심사해 라이선스를 반납해야 한다.

더시드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5년 설립된 VC로, 2019년 더시드1호펀드(70억원), 2022년 더시드1호 세컨더리투자조합(55억원)을 결성하는 등 펀드레이징을 이어갔지만, 수익이 감소하면서 자본잠식에 빠졌다. 더시드인베스트먼트는 올해 10월 24일까지 경영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난 2021년 설립된 오라클벤처투자는 2022년 한국벤처투자 지역뉴딜 벤처펀드 출자사업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면서 첫 펀드를 결성하고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던 VC다. 지난 4월에도 AI 기반 스타일링 추천 서비스 스타트업 스타일봇의 프리-A 시리즈 투자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관리보수 이상으로 고정비가 나가면서 경영개선 요구를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벤처투자 역시 오는 10월 24일까지 경영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주로 중소형이 문제…VC도 양극화 심화

자본잠식에 빠지는 하우스들은 대부분 중소형 VC로,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부터 VC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대형 VC들은 이와는 별개로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상장 VC 20개사의 매출 합계는 역대 최초로 1조원을 넘겼으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8600억원 규모의 ‘에이티넘 성장투자조합 2023’을 결성하는 등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반면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기관투자자(LP)가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자금을 줄이면서 중소형 VC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위축된 시장 분위기에서 자금이 안정적인 트랙 레코드를 갖춘 대형 VC들에 몰려들어 일명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한 중소형 VC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다 힘들다고는 하지만 VC 업계 안에서도 규모와 업력에 따라 양극화 현상을 체감하는 정도는 다르다”며 “투자 한파가 길어지면서 수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는 곳들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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