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끈질긴 구애의 끝은 ‘대박’ 혹은 ‘쪽박'…딜소싱의 모든 것

M&A 과정 시작으로 평가받는 딜소싱
경쟁률 뚫어야 하는 공개 매각 대신
운용사 역량 발휘 단독 딜소싱 관심↑
대박 쪽박 사이에 ''스텝업 기회'' 평가
  • 등록 2023-05-11 오전 4:58:38

    수정 2023-05-11 오전 4:58:38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수천억원, 수조원이 오가는 M&A(인수·합병) 과정의 첫 시작은 딜소싱(투자처 발굴)이다. 얼마나 합리적으로 샀고, 얼마나 엑시트(자금회수)를 얼마나 잘했느냐에 대한 평가도 결국 딜소싱에서 판가름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인수 매물을 찾으러 다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싹수가 보이는 매물을 알아보는 객관적 역량은 물론, 남다른 통찰력도 필요하다. 딜소싱이 각 PEF 운용사의 역량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불리는 이유다.

M&A(인수·합병) 과정의 첫 시작은 딜소싱(투자처 발굴)이다. 얼마나 합리적으로 샀고, 얼마나 엑시트(자금회수)를 얼마나 잘 했느냐에 대한 평가도 결국 딜소싱에서 판가름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픽=이데일리DB)
PEF 운용사 역량 결정하는 딜소싱

딜소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개 매각을 통해 인수를 타진하는 경우와 운용사별로 단독 딜소싱에 나서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개 매각(투자유치)에 나서는 경우는 자본시장에 회사(지분)를 팔고 싶은 매각 측이 매각 주관사를 정하고 정해진 기한 내 매각 작업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회사의 주요 정보를 담은 투자설명서를 배포한 뒤 예비 입찰과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 선정, 실사, 본입찰 등의 과정을 거친다.

매물별로 추구하는 매각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숏리스트를 복수로 정한 뒤 실사와 가격 제안을 막판까지 받는 경우도 있고, 한 곳의 원매자를 숏리스트로 정해 실사와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자본시장에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SK그룹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통합 법인인 SK팜테코가 6000억원 규모로 진행 중인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예비입찰에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IMM프라이빗에쿼티,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복수의 운용사가 참여했다.

지난 3일에는 LG화학의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사업(진단사업부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PEF 운용사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선정됐다. 앞서 진행한 본입찰에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 이음PE 등이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다.

중견 벌크선사인 폴라리스 쉬핑도 지난 4일 5곳의 국내외 원매자에 숏리스트 선정을 통보하고 본입찰을 위한 본격 실사에 나섰다. 오는 6월 말 본입찰을 거쳐 3분기 내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공개 매각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장의 반응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어진 자료를 받아보면서 단계마다 인수 의지를 관철하면 되기 때문에 추가로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다.

반면 공개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것은 단점이다. 여러 원매자가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하면 당초 생각했던 가격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매각 측도 내심 이러한 부분을 노리고 공개 매각을 선택한다.

반면 단독 딜소싱은 얘기가 다르다. 운용사 스스로 매물의 잠재력을 손수 조사해 인수에 대한 확실한 목적과 의지를 정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잦은 출장과 야근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PEF 운용사들이 고단한 과정을 감수하면서까지 단독 딜소싱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는 ‘대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어서다. 타사와 경쟁 없이 단독으로 인수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기도 한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단독 딜소싱은 굉장히 어려운 업무지만, 회사가 두세 단계 스텝업 할 기회”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박 아니면 쪽박…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연초 공개매수로 인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048260)남양유업(003920), 한샘(009240), 테일러메이드 등이 모두 단독 딜소싱을 통해 매각이 이뤄진 대표적인 매물들이다.

업계 얘기를 종합하면 단독 딜소싱을 위해 수십 차례 해당 회사를 방문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30~40번 회사 측과 미팅을 하는가 하면 2주·한달 단위로 시간을 정해놓고 끊임없이 회사를 찾아가 매각 의사를 묻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몇 년 전 매각된 한 유통업체는 PEF 운용사 관계자들이 수시로 회사를 찾아가 회사를 팔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느닷없이 회사를 찾아온 것도 모자라 매각하지 않겠느냐는 제의에 회사 오너는 물론 관계자들도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찾아오고, 또 찾아오고를 반복하자 자연스레 얼굴을 트게 됐고 매각 필요성과 이후의 계획을 듣는 단계까지 이뤄진 끝에 매각에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단독 딜소싱이 늘 달콤하지만은 않다. 끈질긴 구애의 끝이 늘 대박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확신을 갖고 나선 인수라 할지라도, 예기치 못한 업황 변화와 시장 분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팔 생각이 없었는데, 회사를 매각한 창업주들이 손해만 본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매각 과정에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진짜 위너는 창업주’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대박 아니면 쪽박’ 갈림길에 늘 서 있지만 PEF 운용사들은 단독 딜소싱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매각으로만 회사 펀드를 꾸려갈 수 없거니와, 단독 딜소싱을 통해 엑시트까지 성공하는 것을 운용사들은 낭만으로 여기기도 한다”며 “단독 딜소싱을 해야 실력 있는 운용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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