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리벨리온-사피온 합병에 셈법 복잡해진 투자자들

합병비율 및 예상 기업가치 측정 고민
양사 밸류 차이 커…4000억원 벌어져
"합병 후 3~4조원 밸류 형성돼야" 예측도
3분기 본계약 체결·연내 통합법인 출범 예정
  • 등록 2024-06-26 오전 5:14:53

    수정 2024-06-26 오전 5:14:53

이 기사는 2024년06월25일 17시14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사진은 SKT 연구원이 AI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최근 국내 벤처투자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국내 인공지능(AI)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을 두고 회수 방안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합병 비율이나 밸류에이션 등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는 가운데 리벨리온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선택에 관심이 주목된다.

25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을 선언하고 관련 사항을 논의 중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합병 사실이 공개되기 이전부터 소식을 접했다고 알려졌지만 주주간담회를 통해 알게 된 FI도 있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리벨리온은 합병 조건이 구체화되면 주주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해 차기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올해 3분기 중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통합법인 출범을 마치겠다는 계획으로, 리벨리온이 통합법인을 주도적으로 운영한다.

리벨리온에 투자한 VC들은 합병 후 투자회수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다. 현재 리벨리온과 사피온 양사의 기업가치 차이는 매우 큰 상황이다. 리벨리온은 지난 시리즈B 투자 유치 당시 포스트밸류로 약 9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사피온은 5000억원의 가치로 책정됐다. 양사의 합병 비율이 주주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는 까닭이다.

또한 사피온은 SK텔레콤(SKT)의 AI 반도체 계열사지만, 리벨리온은 국내 대형 VC들의 투자를 받아 주주로 두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 리벨리온의 주주 중 SV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이 가장 높고 IMM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 KB인베스트먼트, KT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투자자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 파빌리온캐피탈과 KDB산업은행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VC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1조~2조 밸류에이션에 상장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투자자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리벨리온은 올해 하반기 중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무난하게 유니콘(상장 이전 기업가치 1조원) 기업 반열에 들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시장에서는 리벨리온의 예상 기업가치를 2조~3조원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사피온과 합병 이후 상장에 나선다면 기업가치가 최소 3조~4조원 형성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은 신규 상장사는 HD현대마린과 에이피알 두 곳 밖에 없는 상황에서 추후 회수까지 기간이 길어질지 모른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합병 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나오지만, FI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합병에 선뜻 찬성표를 던지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다른 VC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 후 시너지에 대한 정확한 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혼란스럽다”며 “각각 기업가치를 더한 만큼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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