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GC녹십자(006280)가 사업을 반전시킬 카드로 떠오른 선천성 면역결핍증 치료제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 초 첫 출하한 알리글로가 미국에서 올해 하반기에만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알리글로가 지난해 매출 역성장과 영업이익 급감으로 부진을 겪은 GC녹십자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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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제약 및 증권가 등에서는 알리글로의 미국 매출이 올해 하반기 5000만달러(약 690억원), 내년에 15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리글로를 승인받았다. GC녹십자는 이달 초 미국시장으로 나갈 알리글로 초도물량을 출하했다. 미국 내 선천성 면역결핍증 치료 시장 규모는 116억달러(약 16조원)로 추산된다. GC녹십자는 알리글로 승인 당시 2028년경 매출 3억달러(약 4116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내 면역 결핍증 치료시장은 일본 타케다제약(30%)과 호주 CSL베링(26%), 그리폴스(23%), 옥타파마(14%) 등 4개 업체가 시장 점유율 9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에 비교적 늦게 뛰어든 ADMA바이오로직스는 제품 출시 3년 만인 지난해 점유율 2%(매출 3000억원)대를 기록했다. GC녹십자의 알리글로도 ADMA의 제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지가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알리글로는 혈장 1ℓ당 25g씩 존재하는 ‘면역글로불린’을 정제한 약물이다. GC녹십자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 출시된 경쟁제품 일부에서 불거진 ‘혈전색전증’ 부작용을 일으키는 혈액응고인자 ‘FXIa’을 99.9% 제거하는 검증된 공정을 거친 알리글로의 안전성이 미국에서 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알리글로의 매출은 GC녹십자의 수익 개선에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GC녹십자는 매출 1조6265억원, 영업이익 344억원을 거두며 전년 대비 각각 5%, 58%씩 줄어든 성적을 냈다. 올해 1분기 GC녹십자는 매출 3568억원, 영업손실 15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재까지 GC녹십자는 익스프레스 스크릿츠 포함 총 4곳의 PBM과 계약을 맺었다. GC녹십자는 추가 계약을 통해 미국 사보험 시장 80%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수용 알리글로 약가 7년만에 급등도 긍정적
한편 알리글로의 국내 내수용 버전인 ‘아이비글로불린’의 상한액이 지난달부터 42만106원에서 72만496원으로 72%가량 크게 상승했다. 보건복지부가 혈장 자급률 감소 및 수입 혈장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소아의 면역결핍증을 치료할 혈장분획제제의 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업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내놓은 조치였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아이비글로불린의 약가가 7년 만에 크게 오른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국내에서 이 제품이 많이 쓰일수록 회사 입장에선 손실이 가중되는 구조였다. 매년 300억~400억의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약가 인상으로 아이비글로불린의 국내 판매에 대한 적자폭이 다소 개선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외에서 팔리는 선천성 면역결핍증 치료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회사 사업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