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진보의 반성, 진보의 미래

  • 등록 2013-01-02 오전 7:00:00

    수정 2013-01-02 오전 7:00:00

[이데일리 송길호 정경부장] 선거판이란 합법적 공간에서 한쪽 이데올로기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그에 대항하는 이데올로기도 반작용처럼 다른 극단으로 진행하게 된다. 두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그 자체로 절대화되고 사회적 긴장은 점차 고조된다.

이념의 분파, 이념의 갈등은 이번 18대 대선에서 유례없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막판 1대1 구도로 정리되면서 선거전은 이념의 전장, 집단사고 간 격렬한 대립의 장으로 변모했다.

보수진영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선 결과는 이념의 승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불과 108만여표의 격차를 두고 이념적으로 한 쪽이 다른 쪽의 우위에 섰다고 단정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 보단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양 측의 ‘선거전략’이 명운을 갈랐다고 보는 게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학의 권위자 스티븐 웨인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선거전략의 기본은 중간지대를 선점한 후 상대방을 극단으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복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진영의 의제를 선점, 중간층의 표심을 파고든 뒤 상대방을 왼쪽 극단으로 밀어넣은 보수진영의 선거전략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반면 친노(親盧)로 상징되는 진보진영은 반대·저지·편가르기,제 편과의 연대·연합에만 몰두하며 당의 정체성을 왼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선거 막판 보수진영이 빠르게 결집하고 안철수 지지층과 중첩되는 중간층이 그들 진영을 외면한 건 바로 이 같은 실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외형상 절대 불리한 구도가 아니었던 이번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전략적 실패는 기본적으로 진영 내에 팽배한 사고의 경직성, 현실인식에 대한 편협성 때문인 듯 하다.

마르크스가 사회구조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아(我)와 피아(彼我)간 계급투쟁을 통해 사회변혁을 모색하듯 한국의 진보진영도 세상을 선(善)과 악(惡)의 단선적 사고로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 평등과 정의, 공존과 공생의 공동체적 가치, 기득권을 타파하고 소수와 빈자를 대변한다는 도덕적 우월감에 자신의 진영은 ‘선’, 상대 진영은 ‘악’이라는 오만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거다. 여기에 오랜기간 서슬퍼런 권위주의 체제의 그늘 아래서 반독재투쟁으로 다져진 치열함과 도덕적 엄숙주의로 근본주의적이고 원리주의적인 사고체계는 더욱 단단해졌는지 모른다.

사실 유럽에서 태동한 진보의 사상적 기초는 유연함과 자유분방함이다. 기존 보수적 가치에 도전하면서도 치열한 논쟁과 공박을 통해 사회변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한국의 진보는 그러나 남북분단이라는 척박한 이념의 토양 속에 갇혀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경직성, 편협성, 그에 따른 오만과 독선· 독단으로 대중과 계속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보수진영이 부도덕이나 부패, 기득권 지키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쇄신을 이룰 수 없듯 진보진영도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 진영논리에 갇힌 독선과 독단을 탈피하지 않으면 진화할 수 없다. 고장난 영사기의 흑백필름처럼 철 지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며 세상을 편의적으로 재단하는 경직성과 편협성으로는 더 이상 진보의 미래는 없다.

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두바퀴로 달려 나간다. 진보가 꽃을 피우지 못하면 보수도 지리멸렬해진다. 보수와 진보 두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건전하게 서로를 견제하고 자극할때 중간지대는 두텁게 형성될 수 있다. 그래야 그 사회는 포용의 정치·화합의 정치· 통합의 정치로 한발짝 더 전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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