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을 극단으로 이끈 파워그룹은 장외의 티파티(Tea Party) 였다. 1773년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보스턴 차사건(Boston Tea Party)의 후예를 자임하는 보수 강경그룹이다. 2009년 구제금융에 반대하며 정치세력화된 이들은 2010년 중간선거에선 공화당후보들을 대거 지원하며 막후 실세로 떠오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그러나 “오바마케어를 예산안과 연계하려는 티파티의 전략은 오류였다”며 실패를 자인한다.
2014년 8월 서울 여의도 정가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파행은 한국판 티파티에 휘둘리는 제1야당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투영한다. 원내지도부의 합의내용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타협 없이 강경 노선을 고수하는 건 티파티의 원리주의와 다를 바 없다. ‘원탁회의’에 참여하는 재야원로와 고비마다 확성기를 대고 훈수를 던지는 ‘빅 마우스’, 그리고 이들의 메시지를 확대재생산하는 당내 강경파들이 극단의 입장을 밀어붙이며 리더십 부재에 빠진 지도부를 코너에 몰아 넣고 있다.
야당이 핵심쟁점을 관철하기 위해 법안을 연계하는 전략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단, 이 같은 변칙이 통용되기 위해선 2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투쟁의 명분과 논리가 앞서고, 여당에 비해 힘의 열세는 분명할 때다. 하지만 지금 정국상황이 이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세월호 진상 조사를 위한 일부 절차적 쟁점이 다른 민생 현안을 모두 무력화해도 될 만큼 절대적인 과제인지는 한번 곱씹어볼 대목이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국회권력을 사실상 반분(半分)하고 있는 야당이 비타협의 극한 투쟁으로 일관하는 건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하다.
국회의 법안심의는 선택 아닌 필수다. 법안을 협상테이블에 올리지도 않고 기본적인 논의조차 외면하는 건 직무유기다. 더욱이 지금은 경기회복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적기(適期). 최경환 경제팀 출범 후 과감한 경기진작책이 쏟아지면서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경제심리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런 고양된 분위기에서 정치권의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기회복의 기운은 약화될 공산이 크다.
우리 정치권도 이제는 민생 문제만은 정쟁의 볼모로 삼는 구태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제1야당부터 외곽의 강경파에 휘둘리며 비타협, 투쟁일변도의 외고집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생활정치를 구현하길 바란다. ‘20개월 골든타임’의 문턱에 접어든 지금. 몇 년만에 찾아온 이 호기를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선 바로 정치권의 공조, 정치의 복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