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에 재차 정밀검진을 요구했지만 의사는 과도한 출혈 등을 물은 후 해당 사항이 없다며 소변 및 혈액검사와 같은 간단한 검사만 했다. 이후 일년 가까이 통증에 차도가 없자 김씨는 병원을 다시 찾아 정밀검사를 했다. 결과는 자궁경부암 바로 전 단계인 자궁경부이형성증이었다.
김씨는 “나이가 20대 초반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이)증상을 가볍게 여긴 것”이라며 “만일 정밀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정말 심각해졌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젊은 층에서도 당뇨나 암처럼 과거 중년 이후에 발생하는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젊은 환자들 사이에서는 의료진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년 당사자들 조차 증상을 무심코 넘기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젊은 암환자 3년새 10% 넘게 증가...국가검진도 기본 검진만
실제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5~39세의 암 발생자수는 2015년 21만7856명에서 2018년 24만3837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도 20~30대 환자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청년들은 막상 병원을 방문해도 "젊어서 괜찮다"며 간단히 진단하는 경우가 잦다고 토로한다.
어느 날 구토 증세가 잦아지고 체중이 급격히 감소해 동네 병원을 찾았다는 이모(23·여)씨는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는 의사의 말에 위장약을 챙겨 먹었다.
간혹 손발이 저릿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운동 부족이라 생각해 개의치 않았다. 이후 우연히 진행한 피검사에서 당뇨위험군으로 진단받았다.
이씨는 “처음 병원에 방문했을 때 손발이 저릿한 증상이 있다고 했지만 (의사는) 단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했다”며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디저트를 자주 먹었는데 후회가 된다”고 답답해했다.
정부에서는 2030대를 대상으로도 국가건강검진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지만 이 또한 피검사, 소변검사 등과 같은 간단한 검사만 포함돼 있다. 큰 병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내시경 등 별도의 검사를 해야하는데 통상 비용이 20만원 이상 필요하다보니 소득이 없거나 적은 청년 입장에서는 선뜻 하기가 어렵다.
민지원(26·여)씨는 얼마 전 직장을 다니게 된 후에야 정밀 건강검진을 해봤다. 그는 "대학생 때는 소득이 크게 없다 보니 단순 검사에만 30만원이 넘는 돈을 쓰기는 망설여졌다"며 "어차피 아무런 증상도 없으니 괜찮겠지 하며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애초에 무료 국가건강검진에 대한 사실조차 모르는 청년들도 있다. 김씨는 "대학 동기들 중에서는 무료 건강검진이 있는 줄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며 "주변에서도 건강검진을 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암과 같은 질병은 1차 예방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개인 주치의 제도'처럼 병원 활용해야
이에 조 교수는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젊은 세대가 검진을 위해 따로 병원을 찾는 일은 흔치 않다"며 "나이가 어리더라도 몸 상태가 평소와 좀 다르다면 관심있게 보는 게 필요하다. 건강 염려증 수준일 필요는 없지만 증상이 있을 때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유없는 잦은 검진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방사선 노출 등의 문제가 있어 검진도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아 어렵지만 이를 잘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정답은 사실 교과서에 다 있다. 짜게 먹지 않고 음주나 흡연을 줄이고 운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가장 문제는 약 복용 후 다시 병원을 방문하라는 의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잠시 상태가 괜찮아졌다고 병원에 또 가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상태로 여러 병원을 다니다 보면 상호 간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처음 방문하는 병원이라면 해당 의료진도 환자가 아픈 상태를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한 곳을 여러번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