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 정부는 강력한 격리 정책을 폈다. 상하이 시민들은 흰 방역복을 입은 경찰과 보안 요원들의 강압적 태도를 문화대혁명 시기의 홍위병에 빗대 ‘백위병’이라는 신조어로 비판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와 자세가 얼마나 선동적이고 거짓되며 미흡한지 보여준다.
‘백위병’처럼 지금 중국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신조어가 또 있다. ‘서조선’이다. 10년 전부터 중국 인터넷에서 쓰이고 있는 유행어로 뉴욕타임스도 인용한 바 있다. ‘서조선’은 ‘서쪽에 있는 북한’이라는 뜻. ‘헬조선’처럼 중국 자국을 비하하는 의미다. 주목할 것은 중국어로 서(西)와 중국 시진핑 총서기의 성씨인 습(習)이 중국어로 똑같이 ‘시’로 읽힌다는 것. 시진핑을 비꼬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이다.
책은 ‘백위병’ ‘서조선’을 비롯해 현재 중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신조어 34개를 소개한다. 시진핑이 지난 공산당 대회에서 언급한 ‘공동부유’, 지난해 9월 알리페이의 마케팅을 통해 행운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비단잉어’, 최근 중국 청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달관의 태도를 의미하는 ‘불계’ 등이다. 단지 신조어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자가 직접 경험한 소소한 에피소드를 더해 한층 풍성한 이야기를 알려준다. 현대 중국을 둘러싼 국제정세 대한 재치 있는 해석은 덤이다.
저자는 오랜 기간 중국,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를 취재해왔다. 책에서 저자는 중국의 신조어가 중국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신조어는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신조어를 보면 “그 나라, 그 시대, 그 국민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