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식 `배드뱅크`로 빚 해결 가능할까요?[궁즉답]

윤석열 인수위 "배드뱅크 검토"
빚 탕감 규모·재원 마련 논의
모럴해저드, 금융권 협조 숙제
  • 등록 2022-04-03 오전 8:07:02

    수정 2022-09-19 오후 3: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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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배드뱅크(부실채권전담은행)`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란 이유에서입니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외환위기 당시 설치된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유사한 성격의 기금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공약은 공약집을 통해 밝혔듯이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외환위기 상황과 같다고 진단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배드뱅크로 빚 청산이 가능할까요?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A.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담당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연일 배드뱅크 설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책 설계의 총 책임자 격인 안철수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경제분과 업무보고에서 “지금처럼 단기간에 자영업자의 소득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어 주택담보대출에 준하는 장기간에 걸쳐 낮은 금리로 대출을 상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하루 앞선 지난달 30일에는 인수위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는 윤창현 의원이 주최한 ‘국내 금융시장 3대 리스크, 새 정부의 대응전략은’ 세미나에서 배드뱅크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이재학 신한은행 고문은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소상공인 지원대출 관리기구를 공동 출자해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원한 상품 중 신용대출에서 30일 이상 원금을 연체한 대출에 한해 관리 기구로 양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드뱅크란 신용불량자의 빚(부실 채권)을 금융기관에서 저렴한 가격에 넘겨받아 이를 회수하거나 팔아버리는 금융사를 의미합니다. 좋지 않은(부실) 채권을 전문적으로 처리한다고 해서 배드뱅크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예컨대 A은행이 B의 부동산이나 설비물 등을 담보로 B에게 대출해줬다가 B가 부도가 난 경우, 배드뱅크에서 A은행으로부터 B의 담보물을 넘겨받아 그것을 담보로 해 유가증권(자산담보부채권)을 발행하거나 그 담보물을 팔아서 채무금을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전부 넘겨버리면 A은행은 우량 채권, 자산만을 확보한 굿뱅크로 전환돼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해집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만기가 연장되거나 상환 유예된 자영업자 대출은 총 133조3000억원(원금기준)에 달합니다. 지난 2020년 4월 시작돼 올 9월까지 네 차례 연장된 이 조치가 끝나면 빚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버텨온 영세 자영업자들이 무더기 부실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배드뱅크 공약이 현실화되면 최대 5년 장기분할상환, 채무조정 등 시중은행의 연착륙 지원을 받아도 빚을 갚기 어려운 차주의 대출은 배드뱅크가 맡아 관리하게 됩니다. 대출자 입장에선 신용불량자 낙인이 찍히기 전에 일부 탕감을 포함한 맞춤형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신용대출도 주담대처럼 최장 30년에 걸쳐 빚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상환 구조가 바뀌면 대출자의 부담도 줄게 됩니다.

특히 인수위는 기존 배드뱅크처럼 부실채권 회수, 정리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 은행 등과 연계해 자영업자의 재기 지원역할까지 하는 통합적인 지원체계 구축까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자가 호흡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체력을 키울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인 셈입니다.

그간 역대 정부도 배드뱅크 성격의 기구를 설치해 저신용자들의 채무 탕감을 도와왔습니다. 차기 정부가 지금의 상황을 외환위기 당시로 진단한다는 점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빚 청산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정부는 기업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설치해 111조6497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매입대금으로 총 39조2211억원을 금융사에 지원했습니다.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4년에는 한마음금융, 2005년에는 희망모아 등의 신용회복 프로그램으로 다중채무자들의 재기를 도왔습니다. 한마음금융의 경우 2345억원이 투입돼 18만4000명이, 희망모아의 경우는 6170억원이 투입돼 64만4000명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위와 유사한 성격의 지원은 계속됐습니다. 2008년 8월 설립된 신용회복기금은 IMF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금융소외자의 신용 회복과 자활을 돕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당시엔 6970억원이 투입돼 62만명을 지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신용회복기금이 국민행복기금으로 계승됐습니다. 채무 불이행자의 신용회복 지원 및 서민의 과다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해 설립된 것입니다. 이 때는 8229억원이 투입돼 50만8000명이 지원을 받았습니다.

핵심은 재원 조달 방안입니다. 향후 인수위 논의 과정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안철수 위원장이 은행권의 공동 출자를 통한 재원 조성을 언급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온 국내 시중은행들에게 사회적 책임 등을 요구하는 모양새로 보입니다. 은행권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변수로 보입니다.

모럴해저드 문제도 숙제로 지적되는 부분입니다. 과거에도 배드뱅크를 통한 신용불량자 지원이 모럴해저드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계속해서 지적되는 부분이긴 하나, 그간 대출을 꾸준히 갚아온 차주들의 박탈감도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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