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말말말]다시 시작된 윤석열의 `1일 1실언` 논란

  • 등록 2021-12-25 오전 7:00:00

    수정 2021-12-25 오전 7:00:00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실언 논란에 휩싸이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안 그래도 이준석 대표 사태 등 선대위 내홍으로 상황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반복적인 실언 논란까지 겹치며 악재를 자초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의 실언은 지난 22~23일 진행됐던 호남 일정 내내 튀어나왔다. 먼저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 최명희홀에서 열린 대학생 타운홀미팅에서 윤 후보는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나 혼자서는 자유를 지킬 수 없다. 힘 센 사람들이 핍박하고 억압할 때, 또 왜적이 침입하면 우리가 연대해서 지켜야 한다”며 “자유의 본질은 일정한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자유라는 게 존재하는 것이고, 자유가 뭔질 알게 되고 나한테 자유가 왜 필요한지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의 이런 발언은 개인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일정한 교육 및 경제 수준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였으나 바로 여권의 공격을 받았다. 민주당에서는 “가난하고 못 배우면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없고 자유롭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냐”라며 “국민을 빈부로 나누고, 학력으로 갈라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윤 후보의 인식이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실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 전남 순천에서 열린 전남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윤 후보는 “국민의힘이 그동안 제대로 잘 못했기 때문에 호남분들이 국민의힘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지지하지 않았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그래서 정권은 교체해야겠고,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지만, 국민의힘이 진정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늘 주장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간 보수정당이 호남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득이하게 입당을 했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윤 후보는 “80년대 민주화운동 하신 분들도 많이 있지만, 그 민주화운동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한 민주화운동이 아니”라며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 온 이념에 사로잡혀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의당에서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수많은 시민들의 헌신과 희생이 담긴 민주화 운동을 폄훼할 수 있느냐”고 일갈했다.

윤 후보는 문제의 발언들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당이 당시에 아홉 가지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을 다 포용할 수 없는 선뜻 내키지 않는 정당이었다”며 “그래도 민주당의 대척점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기본적 입장이었기에 입당해서 당이 더 혁신하고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포용할 수 있는 정당이 되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입해온 이념’에 대해서는 “80년대 이념 투쟁에 사용된 그 이념들, 예를 들어서 남미에 종속된 이론도 있을 테고 북한에서 수입된 주사파 주체사상 이론들도 있을 테고 그런 것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날 `극빈층 자유` 관련 발언을 두고는 “상대 진영(민주당)에서 늘 해오던 마타도어”라며 “어려운 분들을 더 도와드려야 하는 게 자유주의라는 얘기”라고 맞받아쳤다.

한동안 잠잠하던 실언 행렬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자, 당 내부적으로는 난색을 표하는 모양새다. 앞서 윤 후보는 전두환씨 두둔 발언을 비롯해 `주120시간 노동`, `대구 민란` 등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고 그럴 때마다 자신의 발언을 수습하는 해명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익명의 당 관계자는 “준비된 원고도 아니고 즉석에서 나오는 발언에 대해선 어찌 할 도리가 없다”며 “정치 신인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국민 정서를 고려한 신중한 언어 선택이 필요해보인다. 안 그러면 중도층 이탈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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