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페이센스와 피클플러스의 영업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이해하기 쉽게 빵을 예로 들어볼까요? 식빵을 맛있게 굽기로 소문난 빵집이 있습니다. 맛집답게 빵값도 비쌌지만 사람들은 줄 서서 먹는 빵집이었는데요, 어느 날 한 손님이 식빵을 여러 개 사가더니 빵을 소분해 사람들에게 팝니다. 빵값이 부담됐던 사람들은 이제 빵집이 아닌 이 사람으로부터 빵을 사가기 시작합니다. 빵집 입장에서는 가만 내버려 뒀으면 식빵을 하나씩 사갔을 사람들이 빵을 소분해서 사가니 수요가 줄어들겠죠.
반면 피클플러스는 어떨까요. 빵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카페가 있습니다. 다양한 빵을 먹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허락되지 않는 어느 한 사람이 어느 날 글을 올립니다. ‘7월 9일 저랑 망원동 빵투어 하실 분 구해요(1/4)’ 그 아래 댓글이 달립니다. ‘저요~’ 이렇게 결성된 빵투어 군단들이 망원동 빵집을 돌아다니며 대량으로 빵을 사서 나눠 먹습니다.
|
피클플러스는 자신들의 OTT사업자와 공생관계라고 설명합니다. 고객의 부담이 줄어드니 사실상 여러 OTT를 구독하는 효과가 있고, 아울러 이탈율 역시 줄어든다는 설명입니다. OTT 사업자들도 이런 이유로 ‘왜 페이센스는 안 되는데 피클플러스는 묵인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러모로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끼는 모양새입니다. 이들 사업자들이 자기들 사업과 어떤 계약을 맺지 않은 파생상품이라는 것이 불편합니다. 계정공유에 따른 보안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악어와 악어새’처럼 OTT 구독 생태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공생 관계가 될 가능성 역시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거죠.
반면 페이센스에 대해 신속히 대응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서비스가 콘텐츠 생태계를 망쳐놓을 것이란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 OTT 업체 관계자는 “영화 한 편을 극장에서 볼 때도 1만 5000원이라는 돈이 든다. 그런데 하루 600원에 이를 보는 게 말이 되느냐”며 “페이센스의 행위는 OTT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 등 우리나라의 창작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이메일 : jebo@edaily.co.kr
- 카카오톡 : @씀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