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역사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 ‘역사 스토리텔러’ 설민석 단꿈아이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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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스토리텔러’ 설민석(54) 단꿈아이 대표의 역사에 대한 신조다. 그가 ‘역사 스토리텔러’로 나선 이유는 역사의 재미를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대중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어서다.
설 대표가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역사는 “현재의 나를 비춰보고 나의 미래를 설계해 주는 하나의 등불이자 길잡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설 대표는 “아이들에게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억지로 설득하지 않는다”며 “억지로 설득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역사를 ‘강제 주입’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설 대표가 생각하는 ‘재미’는 과장된 어투나 표현이 아니다. 연극영화학과 출신답게 그가 생각하는 재미는 ‘이야기’에 있다. 설 대표는 “재미의 본질은 ‘개연성·갈등·반전’이라는 스토리텔링 공식에 있다”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 강연에선 한자 단어나 자극적인 표현만 덜 쓸 뿐 기본적으로는 성인 강연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나는 위인들의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의 성공한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위인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다는 이야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경주의 첨성대는 천문대로 알려졌지만 하늘에 제사를 지낸 제단이라는 연구도 있다. 그 당시 하늘에 제사를 지낸 건 중국의 황제뿐이었다. 첨성대를 통해 선덕여왕이 ‘여왕’으로 느꼈던 두려움, 이를 이겨내고자 한 이야기를 알려주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 ‘역사 스토리텔러’ 설민석 단꿈아이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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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적으로 불안이 가득한 지금 역사가 하나의 거울이 될 수 있다. 설 대표는 정치에 있어서는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라 시대 때 불교의 여러 종파가 난립하자 싸움(諍)을 그만두고 뭉쳐야(和) 한다고 설파한 사상이다. 설 대표는 “정치에서 여야가 싸우는 것은 나쁘지 않다. 여야가 서로 견제하는 것이 건전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견제가 건전한 비판을 넘어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폭주하면 안 된다.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처럼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적으로는 ‘인공지능(AI) 혁명의 시대’에 맞춰 과거 기술 발전이 빚어낸 여러 혁명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설 대표는 “개인적으로 조선 후기 모내기법이 널리 확산되면서 가져온 변화를 ‘모내기 대중화 혁명’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 모내기법이 널리 시행되면서 일부 지주들이 엄청난 부(富)를 축적하면서 계급도 변화했다”며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기술 발전의 변곡점에서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그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만나온 설 대표의 이미지는 냉철하다. 그러나 그는 “미디어 안과 밖의 설민석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미디어 밖에선 조금 더 긍정적이고 개구쟁이 같은 면이 있다”며 “MBTI가 ENFJ라서 일할 때는 완벽주의지만, 집에서는 ‘헐랭이’(헐렁이)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늘 정장을 입는 이유에 대해선 “내가 하는 일은 과거 역경을 딛고 영웅이 된 이들과 미래에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이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그만큼 귀한 자리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설 대표가 지금 가진 꿈은 한국의 역사를 흥미로운 콘텐츠로 만들어 전 세계 80억 인구와 함께 나누는 것이다.
“지역도 역사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내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앉았던 스페인 계단,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 줄리엣의 집 등이 그렇다. 첨성대도 스토리텔링을 잘 만들어내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 우리 위인을 멋진 콘텐츠로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 외국인이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을 진짜 존경한다’고 말하는 세상도 불가능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