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판단의 시간”이 대선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여권은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는, 여권이 처한 상황이 그다지 곤혹스럽지만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갤럽이 지난 23일 발표한 7월 4주차 여론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20일에서 22일까지 조사, 응답률 17%,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 평가한 응답자는 40%로, 전주 대비 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유권자들이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판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문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역대 정권 말기와 비교할 때, 초유의 높은 지지율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에 직면해 있고, 백신 예약은 로또 당첨처럼 어렵고, 백신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백신 공급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다가, 부동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음에도 이 정도의 지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정권 말기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현재 여당 대선 후보들은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친문 후보들이 유리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친문 진영 내부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친문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핵심 인사 중 한명이 감옥에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른바 “적통 논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이재명 지사가 제기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라는 논쟁이 이낙연 전 대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인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판결과 맞물려 친문들을 동요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논쟁을 성공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면, 이낙연 전 대표의 입지는 흔들리게 될 것이고, 그 대신 정세균 전 총리가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권 말기의 대통령 지지율도 초유의 현상이지만, 대선판이 이 정도로 변수가 많은 것도 초유다. 흥미로운 상황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