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닫힌 리더십, 열린 파트너십

  • 등록 2013-10-07 오전 6:00:00

    수정 2013-10-07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길호 정경부장] 국정운영은 일련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대통령의 핵심메시지는 일방향으로 흐르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정책대안은 정교한 파트너십을 통해 도출되기 때문이다.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기반으로 다듬어진 정책은 힘찬 날개를 달고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의 파고를 넘는다. 공유와 공감을 통한 합일(合一)의 과정, 바로 국정을 이끄는 동력이다.

대통령이 총애하던 실세 장관의 항명파동은 권부(權府)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다시 도마위에 올린다. ‘기초연금 20만원, 모든 노인 대상, 국민연금 연계를 통한 재원마련…’ 대통령이 의제를 설정하고 청와대 참모진이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면 해당 장관은 복창하며 실행할 것을 명(命) 받는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비서실과 내각, 삼각편대의 커뮤니케이션 흐름은 동맥경화에 걸린 모습이다.

이면에는 대통령의 ‘나홀로 리더십’,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 스타일이 자리잡고 있다. 주요 핵심 정책을 꼼꼼히 챙기는 국정운영 방식은 해당 장관의 운신의 폭, 재량의 폭을 크게 좁힌다. 청와대 비서실을 앞세운 상명하복의 통치스타일은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관료들의 보신주의· 복지부동과 결합,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점점 심화시킨다.

리더가 제시하는 푯대는 하나지만 그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기 위한 최선의 대안은 열린마당에서 진행되는 대화와 협력, 토론과 논쟁을 통해 만들어진다. 대통령· 비서실· 내각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팀 플레이의 산물이다.

대통령 클린턴은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었다. 자신의 견해와 다른 참모들의 의견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회의에서 그는 참모들의 정직성을 당부한다. “여러분 모두 진정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나는 죽습니다.”

재임 시절 그는 열린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마련했다. 쟁점들을 문서로 보고받기 보다는 참모들의 활발한 논쟁을 유도하고 직접 적합한 대안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재무장관 루빈은 “생생한 토론의 과정을 통해 채택된 정책은 논리적으로 날카롭게 다듬어졌다”며 “의회나 언론으로부터 공격 받고 뒤집혀질 가능성이 훨씬 줄었다”고 회고했다.

훌륭한 과정이 휼륭한 정책을 낳는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는 일련의 정책결정과정은 참여자들이 상이한 의견을 용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차이점을 인식하고 교감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설득의 단초는 마련되고 정책은 탄력을 받는다.

대통령이 특정 쟁점에 대해 단정적으로 선을 그어 버리면 더 나은 선택지를 모색할 유인은 약화된다. 정책의 수정이나 보완은 극히 어려워지고 눈치 빠른 관료들은 설령 방향이 틀렸다고 자각해도 일단 윗선의 입맛에 맞는 정책대안을 올리게 마련이다. 지금 당장은 문제 없는 듯 보이지만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책임과 비판의 화살은 대통령 자신에게 돌아온다.

박근혜정부 출범 8개월. 불통의 파노라마는 이미 예고된 비극이다. 나홀로 질주하는 원맨쇼 대통령, 내각 위에 군림하는 완장 찬 참모,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된 투명장관, 그 뒤에서 바짝 엎드린채 눈치만 살피는 영혼 없는 관료집단. 권위의 외피로 둘러싸인 불통의 메카니즘은 국정운영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원활한 소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결국 리더의 몫이다. 현실감 있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위해 참모들로부터 더 나은 대안을 이끌어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직접 일정 프레임을 제시하며 관료집단을 이끌게 아니라 열린 대화의 장에서 도출된 최적의 선택지를 바탕으로 내각이 자발적으로 국정을 실행하도록 유도할 일이다. 창조경제· 창조행정의 근간이 되는 창조적 리더십은 독주가 아닌 팀 플레이, 파트너십을 통해 이뤄지는 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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