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선 프로인데 왜 사랑은 이모양일까..나쁜 X[툰터뷰]

'나쁜 X'의 조졸리 작가 인터뷰
"하이는 날 많이 닮은 아이…실제로 PD생활 경험살려"
"하이의 소극적 연애관은 결과에 대한 확신 부족 때문"
"반 정도 연재…X는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 가능"
  • 등록 2025-01-05 오전 8:00:00

    수정 2025-01-05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외모도 학벌도, 직업도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친구.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만은 전혀 부럽지 않다. 여자를 때리는 남자라거나, 알고보니 나보다 오래 만난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라거나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나쁜 남자란 남자는 다 만나는 것 같은 친구. 남자관계에 있어서만큼은 ‘헛똑똑이’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친구. 여자들이라면, 주변에서 이런 친구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 같다.

(이미지=카카오웹툰)
카카오웹툰 ‘나쁜 X’의 주인공 오하이는 바로 이런 여성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여유롭지 않았던 집안 형편 탓에 대학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학업에 임했고, 사회에선 외주 프로덕션 프로듀서를 맡아 고속 승진을 하며 ‘멋있는 여성’을 대변하는 듯 했지만 연애에서만큼은 달랐다. 나쁜 남자를 만나고, 헤어지고, 상처받고. 그리고 멀지 않은 거리에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릴 적 친구 혁우가 있었다.

연애에 처음부터 성공적인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연애에 성공이란 게 있기나 한걸까. 하이를 둘러싼 독특한 연애들과 직장 내에서 하이를 괴롭히는 악역의 조연 수아까지. ‘나쁜 X’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어른의 연애’와 ‘사회생활’에 관한 공감대를 얻으며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얼마 전 휴재에 들어간 나쁜 X의 조졸리 작가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작가는 하이가 자신을 많이 닮은 아이라고 설명했다.

△100화 돌파를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이번 작품이 첫 작품이신가요.

감사합니다! ‘나쁜 X’가 첫 작품이 맞습니다. 나쁜 X는 카카오웹툰 어른 로맨스 공모전에 출품했다가 수상은 못했지만 그걸 계기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 작품인데요. 운이 좋게도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셔서 생각보다 오랫동안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쁜 X’에서 X의 의미를 무엇으로 생각하면 될까요.

나쁜 X는 초반 이야기 전개 단계부터 독자님들이 욕설을 뜻하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셨고 많이들 그 X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셨는데요. X는 욕설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면서 겪는 어떠한 상황이 될 수도, 감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딱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고, 제목의 X도 상황에 따라 변하는, ‘딱 뭐라고 정하기 힘든 무언가’로 생각하고 짓게 됐습니다.

△주인공 하이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인 것 같은데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이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하이는 저를 많이 닮은 아이라서 개인적으로는 구상 자체를 어렵게 한 편은 아닙니다. 공모전에 출품하려다 보니 작품 기획을 조금 급하게 하게 되어 주인공이라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자 싶어서 행동과 사고를 저와 비슷하게 하는 주인공을 만들게 되었고요.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성격이라 매력적으로 봐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이가 사랑에 있어서 소극적인 것은 하이의 자주성과 대치점에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는 기본적으로 향상심이 크고 남한테 의지하는 일 없이 자신의 목표하는 바를 향해 달려가는 성격인데, 앞선 경험들과 자신의 살아온 환경에 비춰 사랑이 과연 자신에게 좋은 작용을 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거지요.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도,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요소이지만 리스크를 지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요.

△하이는 직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여성으로 나오는데요. 본래 하이의 직업과 관련된 일을 하셨나요.

네, 피디라는 직업을 가져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하이와 달리 몇 년 정도 하다가 직업이 저와 맞지 않는다 느껴져 퇴사를 하긴 했지만요. 예전 경험을 바탕으로 하이의 회사 생활을 구체화시켜봤습니다. 물론 작중 등장인물이나 상황은 모두 가상의 인물들과 사건이라 실제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사랑이란 것, 특히 성인들의 사랑에 대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육체적인 관계는 사랑에 있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사랑을 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힘을 가진’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요. 어느 정도 가치관이나 행동방식이 자리를 잡은 성인에게 있어 일상에서 사랑만큼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혼자일 때와 둘이 있을 때는 사고방식부터 달라지니까요. 육체적인 관계는 사랑하는 사이라는 전제하에 부수적인 요소 아닐까요.

△사실 어릴 적부터 친구인 혁우와의 사이에 감정이 있지만 이를 회피하는 과정에서 만난 재희라는 피해자가 발생한 것 같은데요. 재희 캐릭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재희는 이미 하이의 태도를 알고 사귀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하이가 좋아서, 하이를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밀어붙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본인이 딱히 피해자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아요. 처음에는 자기 자신을 생각해서 하이와 사귀었다면 하이를 보내줄 때의 재희의 태도는 처음과 달라져 있습니다. 캐릭터 구상의 계기는 재희도 하이도 혁우도 모두 동일해요. 어느 시기라던가 어떤 사건을 지나며 성장하게 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고 사람의 감정이 얽히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것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제목 또한 그런 의도를 내포하고 있고요.

△현재 하이가 재희에 대해 갖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한때 연인이었지만 이를 벗어나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돕는 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어떻게 헤어졌느냐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랑 재희처럼 직접적인 관계를 이어가지 않더라도 마음으로도 충분히 응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하이가 재희에게 느끼는 감정은 멈춰 있던 자신을 등 떠밀어 움직이게 해준 거니 고마운 마음이 압도적이지요.

△회사 동료이자 친구였던 수아가 하이에 대해 갖는 감정은 열등감인가요.

열등감도 있지만 딱 한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는 복합적인 감정입니다. 질투를 하기도 하지만 하이를 정말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수아에게는 하이만큼 좋아해 본 사람도 없기 때문에 사실 애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아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듯 사회화된 어른의 것이라기보다는 좀더 어린 친구들에게서 볼 수 있을 법한 날 것의 감정입니다. 둘의 관계도 사실 회사의 선후임이라기보다는 학교에서 볼 수 있는 단짝 같은 느낌이고요. 많이 가까웠기에 그 반작용으로 작은 계기로 틀어지게 된 친구 같은 느낌이요.

△해피엔딩을 약속하셨는데.. 앞으로 연재분은 얼마나 남았나요. 작품을 보는 독자들에게 어떤 마음을 공유하고 싶으신가요.

정확하게 몇 화다!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이제 반 조금 넘은 것 같습니다. 사실 시즌 1, 2를 나눌까 생각도 했었는데, 나눌까 했던 시점이 지금쯤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나누지는 않았습니다만) 앞으로는 지금까지 사랑에 방어적이었던 하이가 사랑하는 방법이라던가 진짜 사랑에 대해서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될 것 같고요.

독자님들께 1차적으로는 잘 읽히는 재미있는 만화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 뒤로 부가적으로 마음이 맞으셔서 좋아해 주신다거나, 여운을 느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일이고요. 저는 작가 입장에서 어쨌든 작품 의도를 가지고 있고 작품의 주제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사실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는 독자 개개인 분들마다 모두 다를 거라 생각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런 건 없습니다. 느껴지시는 대로 느껴주세요!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들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을 필두로 한 ‘K팝’을 비롯해 ‘K푸드’, ‘K패션’ 등 ‘K’는 한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웹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거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페이지를 넘겨보는 방식의 웹툰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콘텐츠입니다. 최근에는 네이버웹툰이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기업들이 즐비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습니다. 이데일리는 또 하나의 ‘K’ 신화를 만들어 갈 국내 웹툰작가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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