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대로1]‘정권심판’ 바람 불자 존재감 드러내는 野 잠룡들

유승민·안철수·홍준표 등 文정부 연일 비판
작년부터 대선 캠프 가동 및 준비
범야권 대선주자 尹 행보에도 관심 집중
  • 등록 2021-04-03 오전 7:00:00

    수정 2021-04-03 오전 7:00:00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바야흐로 정계는 보궐선거 정국이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는 단순한 선거를 넘어 대통령 선거 전초전으로 불리는 만큼 야권 잠룡들도 활동 기지개를 펴고 있다. 더욱이 이번 보궐선거에 대한 의미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에 무게가 실리면서 야권 대선주자들의 행보를 재촉하고 있는 모습이다.

4·7 보궐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거세게 일자 야권 대권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사진=이데일리DB, 국회 사진취재단, 뉴시스)
유승민·안철수, 보궐선거 유세 지원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문재인 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먼저 유 전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을 맡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유세현장에 동행하는 한편, SNS와 방송출연 등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선 캠프를 사실상 가동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개혁보수’의 이미지를 부각하며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최근에는 범야권 대권 주자들이 모두 모여 경쟁을 통해 주자를 가리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를 놓고 오 후보와 경쟁을 벌였던 안철수 대표도 다음 행보를 준비 중이다. 가깝게는 정계 개편이고 그 안에는 대권도전도 포함돼 있다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보궐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말을 아끼며 일단 보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요즘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국민의힘 지지호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세훈 캠프 공동선대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것은 정권심판론이다.

안 대표는 사전투표가 실시된 첫날인 2일 오전 서대문구 소재 신촌파랑고래에 마련된 임시투표소를 찾아 투표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무능과 위선을 심판하는 첫날이다. 많은 분들이 투표 참여를 해주셔야 심판할 수 있다”면서 “이제 곧 식목일이다. 오늘과 내일은 썩은 나무를 자르기 좋은 날이다. 썩은 나무 자르고 나무 심으면 4월 7일에 희망의 새싹이 움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최근 대선 캠프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복당을 하지 않아 구체적인 인력 풀을 완성하지는 않았지만, 측근들을 불러 모으며 대선 재도전 의지를 다졌다.

홍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늘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역경을 헤쳐 오면서 공직을 수행해 왔다”면서 “정치판에 들어와서도 당이 잘 나갈 때는 나를 찾지 않고 탄핵 대선, 위장평화지선 등 당이 곤경에 처하거나 무너질 때 마다 늘 그 책임을 떠맡곤 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이젠 정치의 피크 순간에 와서 나도 이제 당이 잘 나갈 때 대표 선수가 되어 출마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오늘 아침 문득 해 본다”고 했다. 친정인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정계 개편시 安·尹 시너지 기대

원 지사도 페이스북과 각종 매체를 통해 대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야권 대권 주자 중 지난해 일찌감치 대선 도전의 의사를 표명한바 있다.

원 지사도 연일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오는 5일에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함께 ‘정부의 불공정한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연다.

그는 제주도와 서울 서초구에서 진행된 정부 공동주택 공시가격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조 구청장과 오류 사례 발표와 대정부 공동 건의 등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야권 잠룡으로 급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대권주자로 거듭나고 있지만, 정계 입문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부친과 함께 서대문구 남가좌제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했다. 총장 사퇴 후 한 달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보였지만, 대권행보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윤 전 총장이 사전투표 첫날 투표장을 찾겠다는 일정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시작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보궐선거에 대해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 때문에 막대한 세금을 들여 치르게 됐는데도,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 될 것이다. 투표하면 바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윤 전 총장 측은 같은 날(2일) 입장문을 통해 “현장에서의 정치적 의사표명이나 투표 촉구 등 정치 행위에 대해 일반인 입장에서 자제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한다”며 “현장에서의 인터뷰나 입장표명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평론가들은 보선 이후에 정계 개편은 이뤄질 것이며, 윤 전 총장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안 대표도 내년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현재로선 윤 전 총장의 대망론이 힘을 받고 있지만, 안 대표와의 시너지 효과도 얼마든지 기대할 수 있다”면서 “안 대표의 경우 보선 이후 정계 개편이 이뤄지고 거기서의 나름 대로의 역할이 있어야만 다음(대선)을 생각할 수 있는데, 다가오는 대선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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