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10년부터 환율은 1000~1200원을 오르락내리락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10년 넘는 기간 1000원 초반대 환율을 기초로 사업계획을 짰다. 그런데 2년여 전인 2022년 4월부터 1200~1400원으로 레벨을 높였고, 지금은 1500원을 넘보는 수준까지 왔다. 최근 2년여 원화 약세는 한국의 경제 성장세가 미국보다 떨어진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근래 한달새 환율 폭등은 비상계엄과 줄탄핵에 따른 정치 리스크가 기저에 있다.
한 전직 고위당국자는 “많은 이들이 잠재성장률 하락세와 여야 극한 갈등을 이전처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여기는 듯하다”며 “원화 약세는 더 고착화할 것”이라고 했다. 재계에서도 환율 1200원대 경제는 다시 못 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국내 A그룹의 한 임원은 “환율 급등으로 인한 원재료 수입 부담을 제품값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나 고민이 크다”며 “사업전략 자체가 달라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제조업 생태계의 근간인 중소기업계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다.
이런 와중에 여야가 보이는 행태는 역사의 비극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여야 각자의 논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이 상대 당을 비판하고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언젠가부터 현실 정치가 가져야 할 엄연한 선(線)을 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 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선택적인 줄탄핵은 ‘우리만 옳다’는 극한 치킨게임의 방증이다.
여야는 고환율 고착화를 야기하는 리스크가 정치라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 선 넘는 ‘정치 후진국’ 행태가 이어지면 국민들의 심판을 받기 전에 해외 투자자들이 떠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