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대선 직후 40여일간 진행된 당선인의 각종 인사는 기대보다는 실망을 안긴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인사의 난맥상은 당선인의 인사스타일, 한발 더 나아가 의사결정 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온다.
당선인은 과연 누구와 상의하는 걸까. 누구로부터 추천받았을까. 무슨 근거로 그들을 선임했을까. 분명한 사실은 ‘나홀로 밀봉 인사’로 명명된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은 독특한 정치적 체험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당선인은 여당내 비주류로 정치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2002년 대선 차떼기 파문, 2004년 탄핵역풍, 2011년 돈봉투 사건 등 누란의 위기속에서 천막당사, 당명변경, 파격 인선 등 ‘박근혜표 성공방정식’으로 파고를 헤쳐나갔다.
그래서일까. 대선 직후 일련의 인선 과정을 지켜보면 당선인에게도 다른 성공한 리더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지나친 자신감과 자기확신이 엿보인다. 노무현의 ‘코드인사’, 이명박의 ‘고소영인사’처럼 감정적 집착 때문은 아니지만 폐쇄된 상자 속에 갇힌 듯 기존 의사결정 방식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과거의 성공을 현재 상황에 그대로 접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이 내세운 원칙을 무비판적으로 고수하게 되면 그에 부합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어긋나는 정보는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의사결정을 그르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리더라도 의사결정이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이 따르지 않으면 모순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박근혜’의 공직인선이 ‘정치인 박근혜’의 당직인선과 분명히 달라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불투명한 절차에서 불필요한 의혹은 증폭되고, 밀봉 이후 터지는 파열음은 부메랑으로 돌아와불통의 이미지만 더욱 고착된다. 과거의 빛나는 성공경험과 확고한 원칙은 이젠 비판적으로 가다듬어 지금과 같은 달라진 무대, 달라진 배역에서 유연하게 적용하는 법을 모색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