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태 하나회장 "금융에 속도위반은 없다"

외환銀 인수효과 재촉은 결혼하자마자 애 낳으란 소리
'자율문화' 하나, '조직애착' 외환..융합하면 큰 시너지
  • 등록 2012-07-02 오전 7:00:00

    수정 2012-07-02 오전 7:00:00

“요즘 제가 욕을 많이 먹습니다. 변했다는 소리도 많이 듣죠. 외환은행 인수 효과는 언제 볼 수 있냐고들 하는데 이건 결혼 하자마자 애를 낳으라는 소리 아닙니까. 금융에서 ‘속도위반’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별관(하나HSBC생명 빌딩) 15층에 자리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집무실엔 커튼이 활짝 제쳐진 창문을 통해 외환은행 본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난 3월 회장 취임 이후 외환은행과의 사소한 마찰이 불거질 때마다 그 누구보다 이 곳에서 외환은행을 내려다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터다.

하지만 최근 만난 김 회장은 오히려 담담해 보였다. 얼굴이 좋아보인단 말에 “오늘 아침 수영도 하고 이데일리 인터뷰가 있어 이발소에 들러 염색까지 해서 그런가보다”며 농담을 던지는 걸 보니 예전 모습 그대로다.

회장 자리에 오르니 챙길 일이 무척 많아졌다. 김승유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얼마나 외환은행과의 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도 문제다. 일단 지금까진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외환은행의 자회사 편입 후 하나은행과의 자동화기기(ATM) 공동 사용, 은행 수수료 통일, 하나SK카드 가맹점 공동 사용, 외환은행에서 하나HSBC생명의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등 물리적인 측면에서의 융합은 순항 중이다. 김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의 차이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라며 “상호이해와 교감이 이뤄지면 화합과 통합은 밑에서부터 올라오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7월 외환銀 결합시너지 로드맵 완성

김 회장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본격적인 시너지는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나는 자주·자율의 문화가, 외환은 조직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이 뛰어나 둘이 잘 융합하면 새롭고 멋진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다”며 “7월 임원진 워크샵을 통해 하나와 외환의 시너지 창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결정되면 하반기부터는 그 효과를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오는 12~13일 중국 청도에서 주요 경영진들과 사외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투뱅크 체제에서의 부문별 시너지 창출 방안과 그 효과에 대한 워크숍을 갖고 14일 이사회에서 그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다.

변수는 대내외 경제상황이다. 그는 “은행 측면에서만 보면 외화유동성은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2008년 당시보다 안정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금융은 실물 뿐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도 중요한 만큼 거시적인 측면에선 하반기 경제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계열사간 연계…대출금리 낮추겠다

김 회장은 이에 따라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게 될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계열사간 연계영업을 통해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하나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고객을 하나저축은행으로 연결해 타 금융권 보다 낮은 금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전체적인 금리 수준은 낮아진다”며 “하나금융은 대부업을 제외한 모든 금융권역의 계열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연 10~20%대의 중간층 대출 상품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인수한 하나저축은행에 이어 최근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 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김 회장은 저축은행의 추가 인수 가능성에 대해선 조심스러움을 내비쳤다. 그는 “은행권과 저축은행에 거래하는 고객들의 니즈는 다르기 때문에 고객의 수요와 성향에 맞는 다양한 상품라인업을 구축한다면 연계영업을 통해 충분히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면서도 “(저축은행) 추가 인수는 주주와 직원, 고객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 2015년 ‘글로벌 톱50’ 목표

김 회장은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하나금융의 성장동력을 찾는 작업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포화상태인 국내 금융시장을 뛰어 넘어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2015년 ‘글로벌 톱50’ 라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나금융은 이를 위해 외환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최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외환은행 현지법인·영업점을 방문해 론스타시절 폐쇄된 미국 영업점의 재개설 추진 현안을 점검한 것도 이 같은 작업의 일환이다. 김 회장은 “미국 내 현지은행 인수, 그리고 론스타 경영하에 폐쇄됐던 기존 외환은행의 뉴욕 로스앤젤레스(LA)지점을 복원하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새한은행 인수 포기 후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교포은행 인수를 재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외환은행이 단독 진출해 있는 마닐라, 파나마 지역 뿐 아니라 터키, 미얀마, 페루 등 새로운 지역을 공략할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영원한 하나맨’ 되고 싶다

김 회장은 최근 국내 6대 금융사의 수장 자리가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으로 채워지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데 대해선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그는 “어쩌다 보니 우연찮게 모두 ‘PK’로 채워졌지만 나는 (수십년간 한 조직에 몸담은 인물이기 때문에) 다른 회장들과는 다르다”며 “외환은행과의 결합으로 하나금융의 각 업권별 위상이 높아진 만큼 차별화된 전략으로 금융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펀(Fun) 경영’으로 유명하다. 하나대투증권 사장 시절엔 여직원들로부터 팬레터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회장직에 올라서도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기 위해 회장실 문패를 ‘조이 투게더(Joy Together)’로 고쳐 달고 직원 누구나 찾아와 소통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매년 이벤트를 열고 각설이 분장을 하고, ‘마빡이’ 춤을 추거나 개그콘서트의 ‘감사합니다’ 동작을 따라하며 직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웃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는 “ 김승유 전 회장이 차려놓은 식탁에 숫가락 하나만 얹고 3년간 편하게 지낼 수 있듯이 (김 전회장처럼) 후배들이 앞으로 먹고 살거리를 남겨줄 수 있는 ‘영원한 하나맨’이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김정태 회장은…

30여 년 은행원 생활 대부분을 영업 현장에서 뛴 정통 ‘영업맨’이다. 1952년 부산 출생으로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1981년 서울은행에서 뱅커 인생을 시작,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부터 하나금융과 연을 맺었다. 2000년 하나은행 가계영업점 총괄 본부장을 맡았고 2005년 하나금융 부사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년 하나은행장을 거쳐 올 3월 하나금융 회장에 올랐다.

대담 = 송길호 금융부장 khsong@edaily.co.kr

정리 = 이현정 기자 hjlee303@edaily.co.kr

사진 = 한대욱 기자 door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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