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사과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한 것이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 만이기도 하다.
|
3선 의원들은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을 찾아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대국민 사과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사과문의 수위는 높았다. 김 위원장은 ‘권력을 농단한 죄상’,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 등 생각보다 센 발언을 이어갔다. ‘사과’, ‘반성’, ‘성찰’이라는 표현만 10여차레 등장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대국민사과는 중도층 표심을 겨냥한 전략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년 재보궐 선거와 내후년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층 표심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사과문의 표현에도 중도층의 눈높이에서 맞춰졌다.
중도층을 대표하는 30·40대의 표심은 국민의힘을 향해 움직이고 있지 않다. 부동산 실정 등 정부여당을 향한 불만이 고조됐음에도 야당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TBS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5%포인트) 국민의힘이 30대에서 26.0%, 40대에서 25.8%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30대에서 42.8%, 40대에서 34.1%로 나타났다. 각 연령대별 격차는 16.8%p, 8.3%p다. 모두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국민의힘의 비호감 이미지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반증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비호감 이미지를 씼어내기 위해 전라도 광주를 찾아 5·18 묘역에서 눈물의 참회를 했고 ‘호남동행’이란 캠페인도 벌였다. 대국민사과는 이런 일련의 전략 속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내 반발이란 벽을 넘어서는 게 관건이다. 여전히 김 위원장의 사과를 달갑지 않게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당 외적으로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있다. 홍 의원은 “탄핵 사과는 지난 대선때 인명진 위원장님도 포괄적으로 했고 나도 임진각에서 한 바 있다”며 “이번 사과는 대표성도 없고 뜬금 없는 사과”라고 깎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