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정보통신공사업체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새학기 개학을 앞두고 각 학교에 통신망 등 각종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근무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이 씨는 “학교를 상대하다 보니 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있다”며 “방학 기간인 2월 안에 모든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법을 어겨가며 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주변에서는 기업 쪼개기를 권유하는데 회사를 하나 더 세우면 각종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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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연속 연장돼 온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현장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주 52시간제 시행은 이미 예고됐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 기업 경영에 차질이 생기거나 법정 근로 시간을 어겨 범법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인력난도 심화할 전망이다. 영세 중소기업은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인 탓에 야근, 특근 등 연장수당으로 임금을 보전하는데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면 이마저도 어려워서다. 중소기업 일자리 공백을 메우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도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부산·울산 중소 제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50.7%)이 근로시간을 주 52시간보다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41.3%는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 이후 생활비 충당을 위해 투잡에 나서거나 동거가족이 경제활동(취업 및 아르바이트)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영세 중소기업은 근로자들도 주 52시간제 일괄 적용을 원치 않는다”며 “연장 수당 감소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경직된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확대하는 등 노동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