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동학개미의 `불신 지옥`에 빠진 공매도 제도

대주 상환 기간 60일이 '보호책'이란 금융당국
수요 예측 못해 기존 기간 유지…설득력 떨어져
소모적 공매도 논쟁 끝내려면 적극적 소통 필요
  • 등록 2021-05-18 오전 5:30:00

    수정 2021-05-18 오전 5:3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증권시장에서 개인이 아닌 기관에게도 공매도 상환 기간을 설정해 주십시오”.

금융당국이 공매도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이달부터 ‘신(新)개인대주제도’ 시행에 들어갔지만, 동학개미들의 공매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개인대주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 3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엔 기관·외국인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공매도 상환 기간을 정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9만명 가까이 동의했고, 기관·외국인도 개인과 똑같이 상환 기간을 60일로 제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은성수 검토 발언에도…설명없이 60일 유지

결론부터 말하면 개인들의 이 같은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설령 금융당국이 기관·외국인의 대차 상환 기간을 개인과 동일하게 60일로 정하더라도, 차주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대차 만기를 연장하는 ‘재대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처음 빌린 곳이 아니라 또 다른 곳에서 주식을 다시 빌려 상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기관·외국인은 개인과 신용도나 담보능력, 거래 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환기간을 똑같이 제한하면 오히려 불공평한 조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공매도 관련 정책 결정 과정이나 상환 기간 설정 이유 등을 개인투자자들과 충분히 설명하고 소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소통 부재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았고, 개인들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대주 상환 기간과 관련한 개인들의 반발은 공매도 재개 이전에 충분히 예견됐던 부분이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개인의 대주 상환 기간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4월 19일 금융위가 발표한 대주제도 시행 안에는 ‘개인투자자는 기관·외국인과 달리 최장 60일의 차입기간을 보장받게 된다’는 문구만 있었고, 기간 연장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금융위와 한국증권금융은 관련 논의를 했지만 제도 시행 이후 개인 대주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웠고, 유동성 리스크 방지 차원에서 상환 기간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배경 설명이 빠지면서 제도 시행 첫날부터 기관·외국인도 상환 기간을 제한하자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왔고, 개인들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도 끊이지 않고 있다.

MZ세대 동학개미 ‘불공정’에 분노…투명한 정보 공개 필요

금융당국은 개인의 대주 상환 기간을 기관·외국인과 달리 60일로 설정한 것을 ‘보호책’이라고 설명했지만, 동학개미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또 60일이란 기간도 충분한 검토를 통해 도출된 결론이 아니라, 추가 연장을 검토할만한 축적된 데이터가 없어 기존안을 고수한 탓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동학개미운동을 주도하며 증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는 이 문제를 시장의 불공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와 관련한 불필요한 갈등과 소모적 논쟁을 하루빨리 끝내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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