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환율에도 금리인하…"환율 위기 아니다"

'깜짝' 인하에도 환율 1395.6원 약보합 마감
외환당국, 장중 스무딩 오퍼레이션 추정
이창용 "특정 환율 수준보다 속도 조절 필요"
환율 추가 상승 여지…국내증시 외국인 이탈 우려
  • 등록 2024-11-29 오전 5:30:56

    수정 2024-11-29 오전 5:30:56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1달러=1400원’에 육박하는 원·달러 환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예상 밖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1400원이라는 환율의 특정 수준을 두고 경제 위기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연말까지 환율은 추가 상승할 수 있고, 이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8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97.0원)보다 1.4원 내린 1395.6원에서 마감했다. 1391원에 개장한 환율은 한은의 금리 인하 발표 이후 1396원으로 급하게 올랐다. 이후 장 내내 환율은 1396원을 상단으로 추가 상승이 제한됐다.

이날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한 연 3.00%로 결정했다.

또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석 달 전 전망에서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9%로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춰잡았다. 1400원에 육박하는 환율에도 불구하고 성장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환율 수준보다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며 “특정 환율 수준이 위기라고 얘기하기에는 구조가 변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금리 인하에 따른) 환율 변동성은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국민연금 스와프 체결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할 경우 환율이 1410원대로 치솟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환율 변동성은 크지 않았다. 이를 두고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시장개입을 통한 미세조정)이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1396원 정도에서 물량이 크게 쌓여 있는 것을 보니 (당국에서) 의도적으로 찍어 누르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고환율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에 대한 부작용도 있을 것으로 봤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1396원이 탄탄하게 막혀 있어서 단기적으로는 뚫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며 “하지만 중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오를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인하로 시장에서는 당국이 1400원대의 환율을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내 증시가 소외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환율로 인해 앞으로도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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