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정치권의 탈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을 떠났다. 두 의원의 공통점은 사회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탈당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연출하고자 했다.
|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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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들의 책임감은 소속 정당까지였다. 자신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을 향한 책임감은 없었다. 이는 그들의 탈당 기자회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박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규명하면서도 당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당적을 내려놓는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건설사 대표 출신의 3선 의원으로 건설업 관련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가족 건설사가 수천억원대 관급공사를 수주해 논란이 일었다.
이튿날에는 이 의원이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그 역시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며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의 설립자다. 이스타항공은 매각 추진이 불발되자 최근 1100여 명의 직원 중 600여 명을 정리해고했다. 또 250억원대에 달하는 임금 체불 문제까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창업주인 이 의원이 그 책임자로 지목됐다.
|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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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졌다. 탈당을 면피용 수단으로 썼다는 지적이다. 의원직은 유지한 채 당만 떠난 것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탈당이 무슨 면죄부냐”며 “이들의 의원직 박탈을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두 의원을 향한 정치권의 비판과 별도로 그들의 탈당은 실책으로 보인다. 소속 정당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충성심만 보여서다. 이낙연 민주당 당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안타깝다’며 에둘러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의원들이 국민을 향한 충성심 보다는 소속 정당만 신경 쓰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심지어 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자신의 논란 덕분에 상승한다는 보도를 보고 탈당을 결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탈당 결심에 당리당략이 우선이었다는 말이다.
탈당과 복당은 흔히 있는 일이다. 논란이 불거지면 탈당 한 뒤 잠잠해지면 복당한다. 선거철을 앞두고는 이런 패턴이 극심해진다.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국민은 빠졌다. 아무리 정당이 정권수립을 목표로 한다지만 기본 전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기본을 내팽기치고 당리당략으로 결정한 탈당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두 의원이 의혹을 해명하고 결백을 증명한다 하더라도 국민을 배신한 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은 과제로 남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