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전 서울교대 총장] 매년 학기 초가 되면 크고 작은 학교폭력으로 수많은 상담 전화가 걸려온다. 어떤 전화는 아무런 응답 없이 한숨소리만 들린다. 그럴 때면 발신인이 누굴까 생각하게 되는데 아마 아직 말할 준비가 안 된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이 아닐까 추측한다. 우리 재단 상담원들은 그런 전화가 걸려오면 작은 위로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 없는 수화기에 대고 한참을 얘기 한다. 통화를 마무리할 땐 마음의 준비가 되면 언제든 다시 전화 달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학교폭력 피해의 고통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가장 좋은 상황은 그 당시에 그 현장에서 해결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불거진 유명 운동선수·연예인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에 해결되지 않은 학교폭력의 상처는 가해자와 의도치 않게 마주치면서 재발된다. 학창시절에 경험한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가 시간이 흐른다고 자연스레 치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학교폭력은 재학 중 학교 현장에서 해결돼야 한다. 학교폭력 사건 발생 당시 가해학생의 진정 어린 사과와 반성을 통해 피해학생이 치유 받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근본적 해결책은 진심 어린 사과와 화해, 용서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 간 갈등·분쟁을 해결하고 원만하게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화해·분쟁조정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 예방·대책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제도로 당사자 간 상호 협력적 해결을 모색, 모두가 만족하는 상생의 대안을 찾는 방법이다.
푸른나무재단이 2021년 실시한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역량과 학교폭력 가해경험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 즉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처벌할 게 아니라, 학생 모두가 사회적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사회적 대응·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범부처·민간단체 간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
특히 학교폭력은 학생 개인이나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사회 전 구성원이 학교폭력 예방의 주체가 돼야 한다.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더는 학교폭력으로 고통 받는 청소년이 없도록 가정·학교·사회 구분 없이 전 국민이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적극적 예방자’로 나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