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K뷰티, 환경, 인프라, 바이오, 헬스케어’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목하는 업종이다. 이 중에서도 K뷰티에 대한 관심은 독보적이다. 지난해 화장품과 미용의료기기 기업 M&A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이같은 기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높다. 특히 몸값을 높인 대어급 뷰티 기업들 거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환경·인프라, 바이오·헬스케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반대 업종도 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11번가 등 유통(이커머스) 기업들은 오랜 기간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뚜렷한 원매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 M&A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기업가치가 급감한 플랫폼 기업들 역시 신규 투자 유치와 경영권 매각 모두 난항을 겪으며 혹한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첫 K뷰티 M&A의 포문은 ‘마녀공장’이 개시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지난 3일 마녀공장 운영사 엘앤피코스메틱이 보유한 지분 51.87%를 1900억원에 인수했다. 마녀공장의 지분가치는 약 37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인수일 시가총액(2508억원) 대비 48%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됐다. 마녀공장은 2012년 설립된 화장품 제조사로 스킨케어 브랜드 ‘ma:nyo’를 필두로 ‘아워 비건’ ‘바닐라 부티크’ ‘노머시’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이뤄진 화장품 M&A는 총 15건이다. 최근 10년 새 가장 많은 규모다. SNS에서 입소문을 탄 인디 브랜드에서 다수의 중대형 브랜드를 거느린 화장품 운영사까지 폭넓은 경영권 거래가 이어졌다.
구다이글로벌의 크레이버 인수(2400억원) 및 티르티르 인수(1500억원), 모건스탠리PE의 스킨이데아 인수(1000억원) 등도 눈에 띄었다.
올해 기대되는 M&A로는 서린컴퍼니가 꼽힌다. 작년 말 CVC캐피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가로는 8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미용 기기 슈링크로 유명한 클래시스도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클래시스 최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60.84%를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탈은 지난 2022년 1월 해당 지분을 6700억원에 인수했는데, 현재 지분가치가 1조9000억원까지 상승해 3배 이상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조단위 딜이 연달아 나온 환경·인프라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도 지난해에 이어 흥행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에코비트·KJ환경·제이엔텍(폐기물) △SK스페셜티·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특수가스) △지오영(의약품 유통) △제이시스메디칼(헬스케어) 등의 주인이 바뀌었다. 이 가운데 SK스페셜티(2조7000억원), 에코비트(2조700억원), 지오영(2조원) 등은 2조원 이상의 대형 거래로 기록됐다.
올해 잠재 매물로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꼽힌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지난해 매각 작업을 진행했으나 현재는 잠정 중단한 상태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몸값은 4조~5조원이다. 지난해 진행된 예비입찰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브룩필드, 칼라일, 스톤피크, MBK파트너스 등 국내외를 대표하는 대형 사모펀드들이 참전한 만큼 재매각을 추진한다면 흥행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평가다.
유통 M&A는 올해도 혹한기가 예상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의 독주를 막기 위해 신세계(지마켓)와 알리가 동맹을 맺는 등 격변이 진행 중이다. 사실상 쿠팡과 알리의 양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11번가 등 기존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투자 매력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지난해 6월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매각 절차를 시작했으나 여전히 원매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기업가치는 7000억~8000억원대로, 높은 가격이 매각 걸림돌이라는 평가다. 11번가는 매각 희망가를 5000억원대로 낮췄지만 여전히 원매자를 찾지 못 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기업회생에 돌입한 티몬과 위메프도 2월 내 M&A를 성사시켜야 한다. 티메프 측에 따르면 현재 중국 중핵그룹과 국내 기업 2곳 등 3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해 인수를 검토 중이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공개 입찰을 병행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