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전쟁]다이슨 "전기차 만들겠다"…美·中 스타트업도 도전장

  • 등록 2017-11-06 오전 5:10:00

    수정 2017-11-06 오전 9:44:09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IT 기업은 물론 전자제품 업체까지 업종을 초월한 전기차 시장 진출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가 엔진 기술력과 부품 공급력을 바탕으로 제작됐던 것과 다르게 전기차는 새로운 방식의 이동수단인 만큼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영국 ‘다이슨’이 대표적인 예다. 다이슨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 대표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20억파운드(약 3조원)를 투입해 2020년부터 배터리로 구동하는 자동차를 생산·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대표적인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5년간 연구·개발에 들인 액수 25억2000만달러 보다 많다.

다이슨 대표는 “(우리가 개발하는 전기차는) 기존 것과는 아주 다를 것”이라며 “자동차산업에서 신기술 경쟁이 치열하지만, 우리는 자동차의 비밀 기술을 유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다이슨은 2015년부터 BMW, 애스톤마틴, 테슬라 등에서 영입한 엔지니어 400여 명으로 자동차팀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다이슨 대표는 또 “극동 너머까지 큰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중국 진출 뜻을 밝혔다.

중국 최대 에어컨 제조사인 거리(格力)전기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거리전기의 둥밍주 회장은 지난해 현지 리튬전지업체 인룽(銀隆) 인수 계획을 발표하고 이사회에서 인수안을 통과시켰다. 이후에도 둥 회장은 전기차 사업 진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며 사업확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거리전기의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휴대폰 등 신사업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둥 회장은 결국 지난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거리전기의 전기차 프로젝트도 사실상 무산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IT 기업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전기차에 관심이 많다. 전기차는 전장 부품을 대거 장착해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작한 구글은 지난해 자율주행차 부문 웨이모(Waymo)를 분사시켰다. 구글은 2020년 완전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차이나머니로 무장한 벤처기업들도 대거 생기고 있다. 중국 IT 기업 러에코(LeEco)의 지원을 받고있는 미국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는 올해초 미국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 모델인 ‘FF ZERO 1(FF제로1)’을 선보였으며 현지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국 신생 회사 넥스트EV는 지난해 니오(NIO)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EP9라는 전기 슈퍼카를 공개해 주목 받았다. LG화학과 삼성SDI로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루시드모터스는 지난 2월 북미에서 첫 양산차 ‘루시드 에어’를 내놓고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이렇듯 차세대 자동차시장 진출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미국 대표적인 전가치 회사 테슬라는 지난해 약 6억8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적자 상태다. 누적 손실액은 20억 달러에 육박한다.

전기차를 비롯해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는 새로운 영역이긴 하나 완성차의 제조기술 없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IT 기술 역량만 믿고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크다.

실제 애플은 지난 2014년 전기차 개발을 목표로 ‘프로젝트 타이탄’을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엔 전기차가 아닌 자율주행 플랫폼 등 관련 시스템 개발로 선회했다. 뉴욕타임즈는 “애플이 기존 IT기기 사업처럼 자동차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뚜렷한 사업 목표나 개발일정, 수익모델 없이 개발하면서 내부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제임스 다이슨.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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