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전담부처 신설해 마약 수사·단속 컨트롤타워 역할”

마약 중독성…“마약 사범 교도소 출소 후 찾을 정도”
복지부 지정병원 21곳 있으나…“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마약 수사·재활 일원화 컨트롤타워 필요하단 주장도
  • 등록 2022-09-19 오전 6:00:00

    수정 2022-09-19 오전 6:00:00

[이데일리 황병서 권효중 기자] 해외여행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마약을 손쉽게 구입, 투약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엄청난 중독성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마약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은 만큼, 사전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란 의미다. 마약 사범을 검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마약 중독의 치료와 재활 시스템을 국가차원에서 확충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마약류 성분이 있는 모든 제품과 관련해 부작용 증상에 차이가 있지만 증독성이 매우 강하고 골수와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했다.

마약중독 전문병원인 인천참사랑병원의 천영훈 원장은 “마약은 뇌 안에서 쾌감을 주는 물질인 엔돌핀과 도파민 등을 솟구치게 해 일상생활에서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강렬한 쾌감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천상계로 붕 뜨는 경험을 할 수 있지만, 필연적으로 현실세계로 곤두박질쳐서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상생활에서 버티고 살았던 삶이 우울하고 의욕 없는 삶으로 변하게 해, 힘든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마약을 해야만 하는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마약류 중독성은 교도소를 갔다 온 마약 사범조차도 다시 찾을 만큼 강력하다. 25년 동안 마약중독자로 살았던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지도실장은 “마약을 투약해 법적인 처벌로 교도소를 갔다 온 사람들도 사회를 다시 적응하는 순간에도 마약 생각이 나서 무섭다고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강력한 마약 중독에 따른 치료와 재활 시스템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천 원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예방과 홍보는 물론 치료와 재활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마약 청정국’이라는 잘못된 인식 하에 처벌 위주로만 모든 것이 돌아가고 있다”며 “재범률이 높은 마약 범죄의 특성상 처벌 위주의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검찰청의 ‘2021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지난해 치료보호를 받은 인원은 280명으로, 2020년(143명) 대비 95.8% 늘어났지만, 이는 지난 한 해 전체 마약류 사범 1만6153명 중 1.7%에 그친다. 100명 중 2명만이 집중 치료에 들어간 셈이다.

박 실장도 “우리나라에서 마약 중독을 끊기 위한 시설들이 전무하다”며 “복지부에서 마약 중독과 관련해서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정병원 21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형식적이다. 재활하고 싶어서 연락 오는 분들 중에 병원에서 거절당해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마약 수사 및 재활 치료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약 범죄 수사관 출신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한국은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닌데 여전히 마약 범죄를 전담할 부처가 없다”며 “정부가 전담 부처를 만들어 경찰, 검찰, 식약처 등에 분산된 마약 수사와 단속 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퇴치운동본부 등 마약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기관을 지원할 예산과 인력도 늘려야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지도실장.(사진=각 단체 취합 및 SNS 갈무리)
(자료=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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