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의도의 주도권은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의결 조건을 갖춰야 하는 국회에서 300석 가운데 170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115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을 수적으로 압도한다. 현재 정부·여당으로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달성은커녕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아내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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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내각 구성부터 애를 먹었다. 박순애·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대통령 미국 순방에서의 ‘외교 참사’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해, 지난해 12월 이태원 참사를 이유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각각 해임 건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은 이를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첫 편성한 2023년도 예산안은 여야 ‘강 대 강’ 대치의 정점이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 내 의결하는 데 실패했을 정도로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윤석열표 공약과 이재명표 공약이 맞붙으면서 결국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용산공원 조성 사업은 명칭을 바꿔 추진됐고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운영경비는 정부안에 비해 50% 삭감됐다. 법인세 인하율도 당초 목표한 3%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깎였다. 후퇴한 예산안에 대통령실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야 입장이 엇갈린 쟁점 법안은 대통령이 제동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가진 115석으론 국회에서의 법 통과를 저지하기 어려워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만 해도 소속 의원은 물론 장관직을 겸하는 의원까지 동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재가하며 7년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까지 역대 67번에 그쳤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국민의힘과 한덕수 국무총리 모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간호법 제정안이 대통령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방송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도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대장동 50억 클럽’과 함께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이른바 쌍특검법도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연말께 여야 대치 정국의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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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건파이자 비명(非이재명)계인 박광온 의원의 민주당 원내대표 선임 역시 여야 관계의 전환점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 회담을 거부하던 대통령실도 박 원내대표에게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한 바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면 성사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 역시 윤 대통령과 박 원내대표의 만남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후 정부여당이 국정 파트너로 야당을 인정하고 야당 역시 ‘입법 독주’를 포기한다면 여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에서 주도권을 쥔 민주당이 바뀌어야 지금의 대치 정국도 풀릴 수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을 잡으려면 지금과 같은 강경한 태도만으론 안되는 만큼 합리적이라는 평가 받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원내의 태도 변화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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