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0대 이준석 돌풍, 여야 정치혁신 경쟁으로 이어져야

  • 등록 2021-05-31 오전 6:00:00

    수정 2021-05-31 오전 6:00:00

보수야당인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30대 청년 정치인이 선두를 달리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른여섯 살 이준석 후보가 지난주 본선 진출자 5명을 뽑는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없는 30대 이 후보가 4선 전 의원인 50대 나경원 후보와 5선 현 의원인 60대 주호영 후보 등 중진들을 압도적인 격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사전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감지되던 이준석 돌풍의 실재가 확인된 셈이다.

이번 예비 경선에서 일반 국민뿐 아니라 국민의힘 당원도 다수가 이 후보를 지지한 사실이 특히 주목된다. 이 후보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51%, 당원 여론조사에서 31%의 지지를 얻어 종합 41%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이 후보에 대한 당원 지지율 31%는 종합순위 2위인 나 후보에 대한 당원 지지율 32%와 불과 1%포인트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준석 돌풍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본경선에서도 기세를 발휘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본경선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확인된 이준석 돌풍은 국민의힘을 포함한 정치권 전체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 화두가 정치의 혁신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준석 돌풍은 이 후보 개인에 대한 기대감의 표출이 아니다. 기성 정치의 구태의연함에 대한 실망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그를 통해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그 돌풍은 야당을 넘어 여당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야당 정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적 가치와 비전을 새롭게 가다듬어 제시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여당 정치는 진보적 가치를 사유화하면서 편 가르기와 내로남불을 일삼았다. 그러는 동안 정치의 이견조율과 국민통합 기능은 상실되고 말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정치가 최대 걸림돌이란 지적과 탄식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이준석 돌풍의 의미를 진지하게 곱씹어봐야 한다. 마침 미래 비전으로 경쟁해야 할 차기 대통령 선거가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에 연연하거나 집착하며 구태를 되풀이하는 정치는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국민은 어느 쪽이 더 혁신된 모습과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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