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영재 서찬욱 기자] 서진원(61·사진) 신한은행장은 요즘 마음이 가볍다. 이제야 `신한사태`의 굴레에서 벗어나 과거 화려했던 신한의 명성을 되찾았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서 행장은 지난 2010년 12월 이백순 전 행장의 잔여임기를 물려받아 행장에 올랐다. 신한 경영진 간 경영권 다툼인 이른바 신한사태 의 파장으로 극도로 혼란했던 시기였다. 갑작스럽게 `구원투수`로 나와 급한 불은 껐지만 경영권 분쟁의 후유증은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신한은행을 들여다 보면 당시의 혼란상황을 기억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금융권 최고수준의 실적을 냈고 행내 분위기도 예전 잘 나갈때의 신한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전년대비 25% 성장한 2조1000억 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금융권 최대의 실적을 올린 바 있다. 결국 서 행장은 지난 2월 무난히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2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후 가장 걱정했던 점이 브랜드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까 하는 문제였다"면서 "직원과 주주들이 신뢰를 보내줬고 고객들이 마음을 열어 주어 지금은 모두 회복됐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이처럼 단기간에 조직안정과 높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엔 서 행장의 `현장 중심` 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서 행장은 올해 초에도 전국 고객 초청 릴레이를 통해 고객과 영업점이 있는 곳이라면 팔도를 누비면서 소통에 적극 나섰다. 그는 "취임때부터 강한 현장을 강조했다"며 "수시로 영업 현장과 고객을 찾아 작은 소리도 귀담아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행장은 올해 목표에 대해선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면서 성장률과 물가를 감안해 전년대비 4% 범위의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는 `복합 상품` 개발을 통해 수익다변화를 꾀하고 신한은행만의 강점인 마케팅 분야에서 고객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예대마진은 점차 축소하되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면서 수익원을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서 행장은 특히 비대면 채널의 확장을 통한 스마트 금융시대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환경이 과거 오프라인, 온라인 시대를 거쳐 이제 스마트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며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고객니즈(needs)와 사회 환경에 맞춰 혁신을 통해 새 스마트금융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개설한 `스마트 금융센터`와 고객 맞춤형 특화·융합 점포인 `S20 ATM Zone`, `오피스 브랜치` 등에 애정을 보이고 있다.
서 행장은 적극적인 해외 진출도 공언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경우 기회만 있다면 인수합병(M&A) 통해 진출하고 일본·중국·베트남·인도 등 핵심 시장을 잇는 아시아금융벨트 내에서 앞으로 6~7개의 채널(지점)을 추가 개설할 계획"이라며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진행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서 행장은 신한금융지주의 모토인 `따뜻한 금융`의 구체적인 실현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데 그쳤다"며 "하지만 신한은 금리인하는 물론 상품·서비스의 기획과 설계 단계, 판매·사후관리까지 고객관리의 모든 부분에서 따뜻한 금융의 정신 스며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원 행장은 195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후 인력개발, 인사, 개인고객 파트 등을 두루 역임한 정통 뱅커다. 신한은행 부행장(2004년)과 신한금융 부사장(2006년), 신한생명 사장(2007년)을 거쳐 2010년 12월 신한은행장에 올랐다. 신한생명 사장 시절 취임 3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업계 4위로 끌어올려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고 신한은행장 취임 이후 혼란스런 조직을 예상보다 빨리 추스렸다. `관리의 귀재`로 불릴 만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고 업무 추진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담= 송길호 금융부장 정리= 문영재 기자 jtopia@edaily.co.kr 서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