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목전에 둔 환율에 "금리 인하는 신중해야"

이데일리 경제전문가 35명 대상 설문조사
응답자 절반 이상, "금리인하는 마지막 카드"
경기부양 위한 빠른 추가 금리인하 주문도 상당수
물가는 안정적 흐름 예상…환율 급등은 정치 탓
  • 등록 2025-01-02 오전 6:15:00

    수정 2025-01-02 오전 6:15: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미 과거 경제 위기 때 수준으로 높아진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한 경계감을 강하게 드러내면서다. 최근 환율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치 불안을 첫손에 꼽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일 이데일리가 경제전문가 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경제 전망’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8%(19명)는 ‘환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는 마지막 카드로 써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낮추며 38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 기조에서 완화적으로 전환했다. 이후 11월에도 연달아 기준금리를 25bp(1bp= 0.01%포인트)내렸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역전 폭은 현재 150bp다. 이미 역전 폭이 역사적으로도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정책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려고 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내수 부양 등을 위한 금리 인하 수요가 커지고 있다. 한미 금리 차가 다시 역대 최대폭(200bp) 수준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열린 상황이다.

문제는 환율이다. 한미 금리차가 200bp로 역대 최대폭을 유지했던 2023년 7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 중후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환율은 정규장(오후 3시30분 기준)을 1472.5원에 마쳤다. 앞서 지난달 27일엔 장중 1486원대를 찍으면서 이미 상단을 높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로 금리 역전 폭이 확대하면 국내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변동성 역시 확대되면서 환율이 더 뛸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금리가 높은 구간이 이어지면 아무래도 자금이 미국으로 모이게 되고 강달러로 갈 수밖에 없다”며 “우리 정치의 불안정성이 노출된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는 마지막 카드도 아니고 지금으로서는 아예 하면 안 된다”며 “이미 미국과 금리가 역전 상태이기 때문에 자본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고 그것 때문에 환율도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체 응답자 중 27.8%(10명)는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 많이 올리지 않아서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은 많이 없지만 금리는 인하할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진작하고 소비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 부양을 위해선 금리 인하보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선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필요하다면 금리를 내려야 겠지만 확장적 재정정책을 우선 써야 한다”며 “올해부터 재정정책이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못하고, 최근의 정치적 상황까지 겹치니 재정정책의 역할을 통화정책이 떠안는 ‘연쇄적 제도 실패(cascading institutional failure)’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상승을 견인하는 가장 큰 원인과 향후 위험 요인으로는 58.3%(21명)가 ‘탄핵 등 불안정한 국내 정치 상황’을 선택했다. 이어 ‘미국 기준금리 속도조절에 따른 강달러’(22%, 8명), ‘하락하는 경제성장률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11%, 8명)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물가 흐름에 대해서는 ‘한은의 예상대로 2%대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본다’는 응답이 77.8%(28명)로 압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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