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 공직자들의 땅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어제는 광명시와 시흥시 공무원들도 신도시 지역 토지를 매입한 것과 관련해 투기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투기 억제책에 대한 불신이 날로 확산되는 탓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공기업 직원 등이지만 직원들이 토지를 매입한 상당 기간 동안 LH 사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책임도 한몫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변 장관에게 지휘 책임이 있는 만큼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변 장관은 그제 국회에 나와 거듭 사과하면서도 일부 직원들의 일탈이라고 했다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앞서 “신도시 개발이 안 될 줄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는 등 직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는 과거 서울도시공사(SH)사장 시절에도 공유주택 거주자와 관련해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먹느냐”는 말로 설화를 자초한 적까지 있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온 이번 사태로 청와대· 국토교통부 직원들까지 전수조사하는 상황에서 장관의 공감 능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4·7 재·보궐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권도 LH 사태가 악재가 될 것으로 보는 듯하다. 여론의 흐름이 불과 며칠 사이에 야권으로 쏠리는 조사 결과도 나오는 판이니 여론에 민감한 당 일각에서 경질 주장이 제기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 조치보다 2·4 주택공급대책의 신속한 집행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세균 총리도 어제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경질론에 선을 그었다. 변 장관의 중도하차로 자칫 정책 집행에 차질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 조직 책임자를 안고 가는 경우 가뜩이나 불신을 받아온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도 회복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릴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집 없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수사와 함께 변 장관의 퇴진도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