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음주운전은 중대범죄' 인식 뿌리내려야

  • 등록 2024-08-21 오전 5:00:00

    수정 2024-08-21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영수 사회부장]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최근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서는 음주운전자의 가해 영상과 함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인터뷰가 연속 방송됐었다. 음주운전 사고로 한 순간에 부모 또는 자식을 잃거나 불구가 된 피해자들의 울분 섞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쳤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건 사과 한마디 없는 가해자들의 한결같은 뻔뻔한 태도였다. 음주운전 전과자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는 감형 노하우 전수라는 글이 버젓이 올려져 있는가하면 (기습)공탁을 악용하는 사례까지 소개돼 있었다. 우리나라 형법상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최장 유기징역 형량이 8년이라곤 하지만 실제 판결되는 형량은 이보다 훨씬 낮은 3년 미만에 그치는게 대다수다. 이같은 감형 시도가 대부분 재판부에서 인용되고 있어서다.

실제 형벌 수준이 낮다보니 음주운전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59명, 부상자는 2만 628명으로 집계됐다. 이틀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상자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매년 수 만명이 음주운전에 희생당한 셈이다. 2회 이상 음주운전 재범률도 지난해 42.3%(5만 5007건)에 이른다. 더구나 최근에는 음주운전 적발을 의도적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처럼 ‘의도적 추가 음주’ 등 편법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른바 ‘술타기’(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결과를 왜곡하게 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블랙박스 제거,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 뺑소니 사고 후 잠적 등 꼼수가 폭넓게 공유돼 활용되면서 법조계에서도 형사처벌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음주운전을 막기위한 관련 법 제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윤창호법(2019년 시행) 이후 다수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음주운전 가해자를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으로 봐야 처벌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처벌기준이 강화됐지만 실제 선고 형량은 낮아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법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제정 40년이 넘은 한시법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폐지하고 일본처럼 교통·음주운전 관련해서 면탈죄까지 포함한 강력한 특별법을 강구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일본은 2013년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려고 도피·잠적하거나 추가 음주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관련 법 제정 이후 20년 이상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종합적 법 체계 정비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시급한 입법 과제로는 가해자에게 피해자 유가족 양육비를 부담하게 하는 미국의 ‘벤틀리법’과 유사한 제도 도입을 꼽는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일상이 무너지고 있지만 이를 막아줄 안전장치가 미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미국 테네시주가 시행한 ‘이든, 헤일리, 그리고 벤틀리법’은 음주운전으로 희생된 피해자에게 부양해야 할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그 자녀가 18세에 이르는 시점까지 가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게 하는 법이다. 이같은 제도적 과제 못지않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부터 ‘음주운전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정도로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등 음주 문화를 바꾸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루속히 ‘음주운전은 중대범죄’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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