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칼럼] 치주질환, 방치하다 발치에 이를 수도 있어

홍지연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 등록 2025-01-05 오전 9:17:38

    수정 2025-01-05 오전 9:17:38

[홍지연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의학의 발달로 인간 평균 수명은 계속해서 연장되며 100세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있다. 이에 삶의 질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도 역시 크게 높아졌으나, 급증하는 노인인구에 따라 만성질환과 관련하여 소요되는 사회경제적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치주질환은 치아를 둘러싸고 지지하는 주위 조직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염증이 잇몸에 국한되는 경우를 ‘치은염’, 염증이 치조골로 확산된 경우를 ‘치주염’이라 한다. 치주염은 대부분 오랜 기간에 걸쳐 만성적으로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큰 통증이 유발되지 않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불편감을 느낄 때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또한 진행 과정에서 치조골의 소실과 함께 치아가 치조골 내에서 유지될 수 있게 해주는 부착조직까지 파괴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치고 방치할 경우 염증과 함께 치아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이를 뽑아내야 하는
홍지연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치주질환 발생의 주된 원인은 세균성 치태이다. 이는 치아 표면에 잔존하는 음식 잔여물에 구강 내의 세균이 증식하면서 형성되는 것으로, 세균이 만들어 내는 독성 물질의 지속적인 자극이 염증 반응을 일으켜 이로 인한 치주조직의 파괴가 동반된다. 하지만,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구강 내 세균만이 치주질환을 유발•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흡연, 전신질환, 스트레스, 유전적인 요인, 영양 상태, 스트레스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모두 위험 요소인데, 그중 흡연과 당뇨는 치주 질환의 진행을 크게 악화시키는 주요 위험 요소로 알려져 있으며 치주치료 후 결과에 악영향을 끼치고 재발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치주질환은 ‘당뇨의 6번째 합병증’이라고 일컬어 질 만큼 당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당뇨 환자의 조절되지 않는 고혈당은 치주질환의 감염 및 치유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당뇨가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치주질환 이환율이 3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흡연까지 동반될 경우 위험성은 20배에 이르기도 한다. 그 외에도 구강건조증, 충치, 구강 칸디다균 감염 등 구내 불편감과 통증을 동반하는 다양한 구강질환을 유발시킬 수도 있으므로 만성질환 환자는 치주질환 감염에 유의해야 한다.

만성질환만이 치주질환의 발병 및 진행 위험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치주질환 역시 만성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치주질환으로 발생한 구강 내 세균과 독소, 혹은 질환부에서 형성된 염증성 매개물질 등은 혈관에 전달될 수가 있는데 이 경우 면역염증반응을 일으키거나 당의 흡수를 저해하고 인슐린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등 부작용을 발생시켜 당뇨 환자의 혈당치를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혈관내피세포를 직접적으로 손상시키거나 혈액을 응고시켜 혈전을 형성하는 등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에 관여하기도 한다. 또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구강 내 세균이 폐로 유입되면 폐렴 등의 질환이 발생하거나 기도가 만성염증반응으로 좁아질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역학조사를 통해 치주질환이 당뇨, 뇌혈관질환,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조산 혹은 미숙아 출산 등 질환과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치주질환의 치료와 예방은 구강 건강의 개선뿐 아니라 전신 질환의 조절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치주염을 같이 앓고 있는 당뇨 환자가 치주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고혈당의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꼭 함께 치료 받는 것이 좋다.

만성질환과 치주질환의 특징은 생활습관,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하는 질환으로 질환의 원인이 오랜기간에 누적되어 나타난다. 질환의 완치 보다는 관리가 우선인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과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흡연, 음주, 영양 등 공통의 위험 요인을 줄이는 일은 전신과 구강 건강 모두를 도모하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항임을 숙지한다. 올바른 칫솔질과 치실 및 치간 칫솔을 사용해 스스로 할 수 있는 구강 관리에 힘쓴다. 치주질환은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개인에 맞는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3~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진과 관리를 받도록 한다. 구강 내 잇몸이나 치아에 변화가 감지되고 증상이 나타날 시 치과의사에게 바로 문의하고,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구강 검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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