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충격을 견뎌내기는 했으나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시장에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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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주 간(4월3~11일)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두 배를 역으로 추종하는 ‘KODEX 200선물 인버스 2x’를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20억원, 333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기관은 ‘KODEX 인버스’도 각각 57억원, 82억원 규모로 사들이면서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ETF 순매수 규모가 순위권에 올랐다.
연준의 6워 금리 인하 기대가 사그라지고, 국내 증시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흐름이 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인플레이션 자극이 우려되고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실제 경제 지표도 금리 인하 기대를 더 위축하고 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날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15% 상승한 배럴당 86.21달러에 거래됐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대로 낮아지기 전에는 금리 인하가 부적절하다고 못 박으며 시장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공개된 연준의 의사록에는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더 강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하는 등 매파적인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17%대로 뚝 떨어졌다. 7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41%에 그쳤고,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67%대로 연내 두 차례 인하마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 증시는 CPI가 나온 직후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매수세에 반등에는 성공했다. 다만 외국인의 매수가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에 쏠려 있어 변동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에서 271개 종목이 올랐지만, 610개 종목은 하락했다.
이에 증권가는 지수가 하방으로 열릴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부 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사라질 경우 증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경계심리를 넘어 금리동결, 금리 인상 언급이 나오는 만큼 단기간에 투자심리가 잡히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할 전망”라고 강조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쇼크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과 강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유발하고 있으며 미국 10년물 금리는 4.5%대 진입하는 등 매크로 불안이 높아진 상태”라며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셈법이 복잡하게 일어남에 따라 증시 변동성은 수시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