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에 정부도 난감…"품종개발 등 중장기 대책 필요"

■밥상 덮친 '기후플레이션' - 전문가 진단
"식량 안보와 직결, 전방위적 노력 필요"
"스마트팜 등 투자 늘려 기상 변수에 대응해야"
  • 등록 2024-08-01 오전 5:00:00

    수정 2024-08-01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이상기후가 작황 부진을 불러와 농산물 생산성을 저해하고 물가를 끌어올리는 ‘기후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은 편이다. 이상기후는 예측이 어려운 데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까지 대비하기는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선제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불확실성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중호우를 동반한 장마가 3주 넘게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오른 지난 2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기온상승이 농산물 가격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을 이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등 일시적 기온상승 충격(1℃)이 발생했을 때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포인트 높아지고 그 영향은 6개월 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겨울철 한파 등 이상 저온 현상이 발생했을 때도 비슷하게 관찰됐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경제학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국제 농산물 가격 지수를 살펴보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을 제외하고 지금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학계와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농업분야 기후위기 대응강화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기상청이 올 여름 많은 비가 올 것이란 관측을 내놨지만, 농산물 물가 폭등을 막아내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등 식량이 안보 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10위권의 식량 수입국이자 곡물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식량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소비를 늦출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며 “식량 문제는 안보 문제로도 여겨지기 때문에,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략과 실천방안 마련에 정책적 관심과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감소 문제가 반복될 경우 한국의 고물가는 만성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그동안 농산물 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바우처(할인 쿠폰)를 제공하는 단기 대책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이상기후에 강한 품종 개발을 비롯해 농산물 생산 체계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시설원예기술, 스마트팜 등에 투자를 늘려 기상 변수에 더 적극적인 대응을 가능케 하는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며 “현재 정부 비축 품목은 단기적으로 수급 변동이 심한 채소를 위주로 11개 품목밖에 되지 않는데, 국산 과일 등 체감 물가에 민감한 품목들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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