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4월 조선분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특정활동(E-7)’ 비자 발급 지침을 개정해 조선업 관련 용접공과 도장공에 대한 쿼터제(제한)를 폐지했다. 애초 조선업 관련해서 용접공·도장공, 전기공학·플랜트공학기술자 등 4개 직종에 대해서는 쿼터제를 적용해왔으나 수요가 가장 많은 용접공과 도장공에 대해 이를 폐지한 것이다. 다만 업체당 내국인 근로자의 20% 이내로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7대 조선사, 335개 사내 협력사에서 일하는 내국인이 2만2142명임을 고려하면 최대 4428명의 외국인 용접공과 도장공을 고용할 수 있다. 규제 완화에도 조선사와 제조업의 구인난이 지속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지난 8월에는 연내 고용허가제(E-9) 외국인력 신규 입국 쿼터(제한)을 총 1만명 확대하는 방안도 의결했다. 외국인 노동자 자체가 감소해 고용할 사람이 없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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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조선업 현장에서는 이미 쿼터제가 지켜지지 않고 있을 정도로 인력난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코로나19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줄어들어 인력난이 심화했다는 것이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외협력사를 보면 20%의 외국인 쿼터제를 지킬 수 없을 정도”라며 “물량팀으로 부르는 팀 단위로 움직이는 외국인 비율이 최소 절반은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국인 사이에서조차 조선 업종이 기피 업종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노동 강도는 높은데 임금이 낮은 대표적인 업종으로 손꼽힌다.
이미 지난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고용대책’ 자료에는 ‘도장이나 전기, 발판 등은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들조차 기피하는 직종’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담길 정도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인 고용규제 ‘쿼터제’ 완화는 단기적으로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며 “특히 이들이 조선사에서 계속 일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건설업과 조선업의 임금 차이가 100대 65 수준”이라며 “기술을 가르치면 임금을 더 주는 건설업 등 다른 분야로 이직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