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언어(말)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을 실현하는 연장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는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써야 합니다.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일상생활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그 의미는 넘치지 않을 겁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공공언어의 현 실태를 들여다보고, 총 20회에 걸쳐 ‘쉬운 공공언어 쓰기’를 제안하는 것이 이번 연재의 출발이자 목표입니다. <편집자주>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위급재난문자, 오전 6시 41분)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안이나 지하로 피난해 주세요. 대상지역: 오키나와현” (일본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 오전 6시 30분)
북한 우주발사체가 발사된 지난달 31일 새벽.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가 각각 전송한 긴급 재난문자는 시간과 내용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발사 직후 곧바로 경보 발령 사유와 대피 장소를 적시한 대피 발령 문자를 내보냈지만, 이보다 늦게 발송한 서울시의 재난문자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었다.
국어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대응을 놓고 “신속 정확해야 할 공공문서(공공문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강조한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오락가락 재난문자는 시민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당국의 이 같은 엇박자는 국민의 불안을 초래할 뿐이라며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 같은 상황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 간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J-Alert는 북한 발사체 발사 1분 만에 발사체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오키나와현에 한정해 발령했다.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사유와 함께 “건물 안이나 지하”라는 대피 방법과 대상 지역을 명확히 알려 정보 공백 때문에 공포가 증폭되는 것을 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후 발사체가 서해상에서 사라지자 약 30분 만에 대피 경보를 해제했는데, 이때도 “(미사일이) 일본으로 날아오거나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구체적 설명을 첨부해 국민 불안을 해소했다.
행정안전부는 바로 다음날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 소동을 계기로 재난문자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기로 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정부 각 부처에서 쏟아내는 공문서(공고문·안내문 등) 대부분이 교육과 주거, 복지와 보건 관련 분야로,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제도와 혜택은 물론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며 “공공언어는 ‘누구나 알기 쉬워야’ 하고,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문자에는 경보 원인과 대피 방법, 대상지역 등 육하원칙에 맞는 핵심 정보가 담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발령 위급 재난문자(위)와 일본이 보낸 재난문자(아래). 일본 재난 문자엔 “미사일 발사.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대피하십시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백령도 등 서해접경지역 주민에게 발송된 재난문자 역시 “오늘 6시 29분 백령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만 적혀 있어, 우리나라 재난문자에는 경보 원인과 대피 방법, 대상지역 등 육하원칙에 맞는 핵심 정보가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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