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리더십 공백에 무역수지 흑자가 불안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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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달 10일까지 510억달러(약 73조원·통관기준 잠정)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미 역대 최대인 지난해 연간 흑자 444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으며 역대 최대 실적이 확실시된다. 대미 흑자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흑자(437억달러) 규모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해인 2020년 166억달러와 비교하면 3배가 늘어난 수치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을 전후해 관세 압박을 가한 나라는 중국과 베트남, 멕시코와 캐나다 등 미국의 무역적자 상위국이다. 8번째인 한국은 그간 이 같은 압박에서 비켜 서 있었지만, 최근 대미 흑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세 본보기’ 될라…“상징적 대화채널 확보라도”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에 리더십이 부재한 탓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압박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배터리와 반도체 등 우리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투자를 확대한 점이 대미 무역흑자가 늘어난 것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흑자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무역수지를 낮추기 위한 대 미국 수입 확대 방안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현 대미 흑자 증가는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와 보편관세 부과 후 물가 상승을 우려한 미국 내 소비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특히 트럼프 신정부가 적자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투자 인센티브를 줄인다면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대외적 행보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권한대행 체제인 점을 고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경제팀의 전방위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신용평가사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나 로드쇼를 진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와 접촉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미 수입 확대를 통해 대미 무역수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출범 직전인 2016년 대미 무역수지는 232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3년 연속 감소해 2019년에는 115억달러가 됐다.
구 교수는 “우리의 미국산 셰일오일·가스 수입액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트럼프 신정부와의 협상 때 이 수입량을 늘리겠다는 제안을 하는 것도 통상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