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치러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원외의 36세 청년 이준석이 대표로 선출된 것은 한국 정치사의 대사건이자 얼마 전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큰 일 했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기존의 정치 문법을 깬 그의 승리는 덕담 수준의 일로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0선’인 그가 변화에의 열망과 기대를 앞세워 다선의 중진 선배 의원들을 물리친 데서 알 수 있듯 한국 정치의 틀과 알맹이를 ‘확’ 바꾸라는 국민 염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직·계파 및 지역 배경도 없는 이 대표의 등장으로 국민의힘은 ‘올드 보이·영남 정당’의 낡은 이미지와 한계를 벗어던지고 젊은 정당으로 탈바꿈할 계기를 맞았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30·40대인 조수진·배현진 의원이 선출돼 탄력이 더해졌다. 민심의 기대를 확인한 이상, 혁신을 향한 경쟁과 변화의 바람은 더 치열하고 거세질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이념 대립 구도와 진영 논리를 깨트리고 새 정치 문화의 싹을 틔울 수 있다.
하지만 낡은 정치를 뜯어고치는 작업은 야당의 힘만으로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거대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여당의 책임을 자각하고 새 판 짜기 노력에 동참하지 않는 한 세대와 진영, 지역을 넘어 민생을 고민하고 보듬어주는 정치를 보여 달라는 국민 염원은 희망 고문일 뿐이다. 4·7 재·보선의 참패에 이어 정권 교체를 바라는 민심(50%)이 유지(36%)를 압도하는 여론 조사(한국갤럽 6월 5일)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야당보다 여당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당이 민심을 두려워하고 받든다면 지금이라도 변화의 바람을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 야당과의 협치를 외면하며 독선과 오만으로 국회를 극한 대립의 장으로 전락시킨 것도 모자라 ‘악마’ ‘배신자’ 등 적개심과 증오로 가득 찬 험담을 야권 대선 잠재 후보에 퍼붓는 저열한 일은 정치를 혐오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지지를 갉아 먹을 뿐이다. 국민의 잣대는 ‘이념’에서 ‘이익’으로 바뀐 지 오래다. 구태를 버리고 새 정치를 펴지 않는다면 민심은 정권 교체로 더 쏠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