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운용자산의 절반인 5조원 가량을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E공제회는 위탁운용 펀드만 150여개에 달한다. 펀드 관리는 그러나 위탁운용사가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보고서에 의존할 뿐이다. 이를 특별히 검증할 방법은 없다. 믿고 맡길 뿐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대체자산 중에서도 헤지펀드나 멀티에셋 등 유동성 자산은 매일 체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전담인력 투입을 통한 기본적인 데이타 관리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체투자는 PE,헤지펀드, 부동산,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군을 포괄한다. 투자대상이 표준화돼 있지 않고 자산별 현금흐름이 상이하니 운용전략은 물론 관리방식은 제각각이다. 당연히 공정가치에 대한 공통 평가기준도 없다. 투자기관들(LP)이 적게는 수십개, 통상 100개가 넘는 위탁운용사들(GP)의 운용내역을 체계적,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
실제 대부분의 기관들은 E공제회처럼 투자현황 전반에 대한 시스템 구축은 물론 데이타 관리 조차 힘겨워하는 실정이다. 투자를 위임한 각각의 운용사로부터 개별 펀드의 운용내역을 보고받는데 그치는 등 단편적 관리에 급급하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 일부 대형기관이나 해외 유수 투자기관의 모니터링 방식은 좀 더 체계적이다. 이들 기관들은 제3의 평가기관을 통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위탁운용내역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수백개 위탁 운용사들로부터 받은 운용 내역과 포트폴리오 정보들을 데이타 베이스에 집적, 평가기관을 통해 분석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김병철 KG제로인 대표는 “위탁펀드 전체에 대한 운용전략별, 투자대상별, 투자지역별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며 “투자 집행 후 모니터링은 개별 펀드를 넘어 위탁펀드 전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삼영 롱아일랜드대 교수는 “국내 대부분의 공적 LP들은 단편적 펀드관리에 치우칠 뿐 전체 운용 펀드들에 대한 포트폴리오 정보는 부족하다”며 “대체투자 규모가 늘어날수록 제3의 컨설팅 기관을 통한 체계적인 관리와 검증은 더욱 필요해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