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에도 관리 책임…예방시스템 미흡에 200억 벌금

FCA 금융범죄 적발 5년간 25건
'리스크' 관리 부실도 책임 물어
"무제한 금전적 제재 활용…파산 빈번"
  • 등록 2023-10-11 오전 6:00:00

    수정 2023-10-11 오전 6:00:00

[영국(런던)=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영국과 한국의 주가조작에 대한 처벌 시스템은 달랐다. 통상 국내의 금융범죄는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만 영국에서는 형사처벌보다는 무제한 벌금 등 행정 제재를 통해 파산에 이르게 한다. 막대한 손해배상액(damages)과 소송 비용(costs)까지 전부 불공정 거래 세력들이 떠안는다. ‘돈’을 노리는 금융범죄의 특성상 주가조작 세력들의 목적인 ‘돈’을 앗아가 재범 의지를 꺾고, 잠재적 금융 범죄를 막는 셈이다. 특히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은 금융회사와 기업에도 관리·감독을 문제 삼고 막대한 금전적 조치를 내리기도 한다.

“리스크 관리 안했다고 벌금 200억”…FCA 적발 사례 보니

10일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공개한 문건 등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융범죄와 관련해 FCA가 취한 조치는 총 25건이다. 이 가운데 11건은 시장 남용과 관련된 조치로 벌금이 부과됐다. 이들 대부분은 FCA가 이상 거래, 시장 남용의 조짐 혹은 리스크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을 사전에 발견하고 취한 조치다.

특히 FCA는 주로 각 기업이 리스크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근거로 벌금 제재를 가했다. 국제 브로커 및 딜러인 씨티그룹 글로벌 마켓 유한회사(CGML)는 회사가 의심스러운 주문 및 거래를 탐지하고, 이를 막을 시스템과 절차를 수립해야 하지만 2015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해당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FCA는 투자은행 및 무역회사 부문의 시장 보호 및 도매행위와 관련한 적절한 주의 및 성실 의무(MAR 제16조 2항)에 따른 기업 원칙을 위반해 1255만3500파운드(약 206억원)의 벌금 최종 통지서를 전달했다. 불공정 거래를 막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수백억원대 벌금을 내린 셈이다.

또한, FCA는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사인 ConvaTec Group Plc사의 비상임 회장으로 임명된 크리스토퍼 젠트(Sir Christopher Gent)씨가 2018년 10월 직무상 얻게 된 내부 정보를 공시하지 않고, 불법으로 공개함에 따라 시장 남용(MAR 제10조)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크리스토퍼 젠트씨는 ConvaTec Group Plc사의 개정되는 재무 지침과 CEO의 은퇴와 관련된 내용을 회사 주주 중 한 명에게 알렸고, 결국 FCA로부터 벌금 8만 파운드(약 1억3000만원) 최종 통지서를 받았다. 한국의 경우는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이 증명돼야만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이용 등으로 처벌받는 것과는 다르게 크리스토퍼 젠트씨는 해당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이 없음에도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조치를 통보받았다.

차액결제거래(CFD) 사업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내린 금전적 조치 사례도 있다. CFD 사업에 뛰어든 시그마브로킹 유한회사에는 적절한 위험 평가의 수행과 함께 시장 남용 시스템 및 통제, 거래 보고 의무와 관련해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 53만1600파운드(약 8억7000만원)의 벌금 제재가 최종 통지됐다. CFD 사업을 확장하기 전에 적절한 위험 평가를 수행하거나 필요한 규제 기준의 준수를 보장하기 위한 준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FCA는 “시그마브로킹 유한회사의 이사회 역시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기능을 수립, 감독을 하지 못했으며 CFD 데스크와 관련하여 회사의 시장 남용 시스템 및 통제 및 거래 보고 의무를 체계화하는데 실패했다”며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한국에서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주 요인으로 CFD가 지목됐지만, 해당 서비스를 진행한 증권사들은 당국의 아무런 제재 조치 없이 거래를 중단하다 최근 슬그머니 재개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금융범죄 목적 ‘돈’ 앗아가…강력 제재 한국은 미흡”

영국은 금융범죄의 목적이 ‘돈’인 점을 미뤄봤을 때 형사처벌보다는 무제한 벌금제재를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FCA에는 금융서비스 및 시장법(FSMA)제401조와 402조에 근거해 형사기소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기소와 금전제재를 분리해 처리한다. 무엇보다 금융사나 기업이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전제재를 부과하는 규제가 있다. 사전에 불공정거래를 막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영국 테일러 로즈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Solicitor)로 활동하고 있는 Andrew King(김인수)변호사는 “금융범죄는 말 그대로 돈을 버는 것이 핵심”이라며 “영국은 형사처벌보다 강력한 금전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불공정 거래 세력이 얻는 이익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앗아가고, 각 기업에도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며 “이는 영국의 자본시장에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수백 년 동안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영국의 형사처벌의 경우 최대 징역 10년이지만, 벌금은 무제한이다. 범죄 수익보다 훨씬 더 많은 벌금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범죄 수익을 산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며 “영국에 개인이든 법인이든 파산신청 소송이 여타 국가보다 훨씬 많고, 관련 판례도 잘 다져진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국내에서는 주가조작을 시도했던 이들이 일부 벌금을 내고, 형기를 마친 후 시장에 복귀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과는 달리 영미권에서는 치명적인 불공정 거래 행위가 발생할 시 그 세력들은 결국 대규모 금전적 벌금 제재로 파산하고, 시장에서 영구 퇴출된다”며 “금융범죄와 관련한 강력한 제재들이 한국은 아직 미흡한 점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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