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에 아차 싶은 與… ‘꼰대 진보’ 몰릴까 전전긍긍

여권으로 넘어온 야권발 세대교체론, 부러움 반 위기감 반
4·7재보선 후 청년세대 공들였으나 정작 아젠다 선점 실패
민주당 대권 경쟁에도 영향… “‘꼰대’는 나이 아닌 생각”
  • 등록 2021-05-27 오전 6:00:00

    수정 2021-05-27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이준석 돌풍’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시선이 불안하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하며 바람을 일으키자 여권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30대인 이 전 최고위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쇄신 아젠다를 빼앗기고 내년 대선에서도 불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대권 주자 ‘빅3’ 중 한 명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6일 이 전 최고위원의 선전에 “대한민국에 큰 변화를 만들어올 새 바람이 불고 정치에 역동성과 신선함을 줄 수 있다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날 라디오에서 야당의 변화를 놓고 ‘장유유서’(長幼有序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순서와 질서가 있다는 뜻)를 언급했다가 뭇매를 맞자 “민주당은 그것(국민의힘)보다 더 큰 변화를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 정정했다.

민주당은 야권발 세대교체 바람에 ‘놀랍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전재수 의원은 “굉장히 부럽다. 역동적이면서도 생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까지는 민주당의 트레이드마크였는데 언제 저기(야당)으로 갔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젊은 피를 내세워 국민적 관심을 가져가는 것도 부럽다. 민주당 역시 지난 2일 임시 전당대회를 치렀으나 코로나19 사태 속 경쟁주자 모두 ‘친문’(친문재인)에 기대며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해 경쟁했던 홍영표·우원식 의원 모두 다선 의원으로 신선함도 없었다.

조응천 의원은 “(국민의힘과)불과 한 달 전 우리당 전당대회를 보면 비교가 되지 않나”며 “국민의힘은 보수적이고 고루한 포마드 바른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 민주당보다 훨씬 더 젊은 정당, 변화하는 정당이 됐다”고 말했다.

세대교체 바람은 여권의 대권 경쟁에도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야당이 세대교체론으로 들썩이고 혁신바람이 불고 있는데 민주당은 누가 어느 대선주자를 미느냐를 놓고 쟁탈전이 벌어지고, 줄 세우기, 대세론 안주 등 과거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광재 의원도 “‘꼰대’의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라며 “나이로 재단하는 세대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대교체’이며 시대를 보는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의견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청년세대의 민심이반을 극복하고자 의견 청취를 서두르고 있으나 정작 이들을 대변할 젊은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4·7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일부 초선의원들이 쇄신을 내걸었으나 친문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판받은 후 꼬리를 내린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86세대 출신 다선 의원들 사이에서 젊은 의원들이 움직일만한 여유 공간이 없다”며 “어설프게 세대교체를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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