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월즈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을 당시만 해도 의외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경합주 중에서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에서 인기 있는 조지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낙점 가능성에 더 힘이 실려있었던 상황이었으니까요.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월즈 주지사를 선택한 것을 두고 ‘도박’이란 반응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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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군인 교사 풋볼코치
해리스 부통령과 동갑인 월즈 주지사는 1964년생으로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네스래스카의 채드론주립대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에서 1964년 이후 처음으로 법학대학을 다니지 않은 부통령 후보라고 합니다. 졸업 후 고향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그는 동료 교사 그웬 휘플과 결혼하고, 아내의 고향인 미네소타로 1996년 이사합니다. 그곳에서도 공립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미식축구팀 코치를 맡기도 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 전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육군 주방위군에서 비상근으로 24년을 복무한 그는 2005년 제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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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낙태권 보호 등 진보 성향 뚜렷
그는 진보 색채가 뚜렷한 인물로 분류됩니다. 주지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재임 기간 보편적 무상 급식, 저소득 대학생 등록금 지원, 중산층 감세, 유급 휴가 확대 등 진보 정책을 다수 도입했고, 미네소타를 2040년까지 100%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는 지난 2022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50년 만에 뒤집자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미네소타로 오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군인 출신으로 사냥을 즐기는 그는 민주당 소속으론 드물게 전미총기협회(NRA)의 후원을 받는 총기 옹호론자였는데요, 2018년 2월 플로리다 파크랜드의 고등학교 총격 이후 총기 규제로 돌아섰습니다. 이때 NRA에서 받은 자금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했습니다.
월즈 주지사의 강점은 친근함입니다. 쉬운 언어를 사용해 유권자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것이 그의 강점입니다. 예컨대 그는 지난달 23일 한 인터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밴스 의원을 향해 “그들은 그냥 이상하다(weird)”고 평범한 언어를 사용해 강한 한방을 날렸습니다. 그동안 민주당이 조목조목 이유를 따져 공화당을 공격했던 것을 ‘이상하다’는 단어 하나로 압축한 것인데요, 이것이 유권자들에게 통하면서 민주당은 이후 이 표현을 차용해 공화당과 맞붙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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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박한’ 재정은 억만장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성공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인 밴스 의원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 부부의 자산 규모도 최대 700만달러(약 95억원)로 알려졌습니다.
메건 고먼 세무 전문 변호사는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이후 월즈 주지사보다 적은 재산으로 주목 받은 주요 후보는 거의 없다”면서 “월즈 주지사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으나 안정적인 중산층을 대표한다”고 평했습니다.